"미쳤어?" 아내 반대에도 美 아마존 출신이 K-스타트업 간 이유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2.10.0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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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클래스101 최고제품책임자(CPO) 인터뷰

김태훈 클래스101 최고제품책임자(CPO)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김태훈 클래스101 최고제품책임자(CPO)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클.. 뭐? 미쳤어?"

8년 동안 몸담은 글로벌 1위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을 떠나 한국에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클래스101'으로 이직한다고 했을 때 아내가 보인 반응이었다고 한다.

지난 6월 클래스101에 합류한 김태훈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자신의 커리어에 클래스101이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2004~2012년 LG전자에서 약 7년간 근무하며 모바일 세일즈, 오퍼레이션, 프로덕트, 전략 등 다양한 실무를 했다. 이후 쿠팡을 거쳐 2014년부터 올해까지 아마존에서 글로벌 스토어, 디바이스, 오프라인 스토어, 세일즈 포어캐스팅 등 중요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그랬던 그가 한국의 스타트업으로 옮긴다고 하니 아내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을지 모른다. 김태훈 CPO는 자신이 이런 선택을 한 결정적인 요인으로 '행복'을 꼽았다. 어떤 고민을 거쳐 중대 결심을 하게 됐는지 김 CPO에게 직접 들어봤다.

-아마존 때 주로 어떤 일을 했나
처음 아마존 오퍼레이션으로 들어간 것은 먹고 살기 위해서였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대학원 시절 유망한 분야 중 하나가 오퍼레이션이었고 아마존이 그 영역에서 제일 탄탄했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오퍼레이션을 선택해 들어갔고 이후 판매 예측 자동화 시스템과 서플라이 체인 최적화를 위한 풀필먼트, 아마존 킨들·태블릿 등 디바이스 출시를 비롯해 글로벌 확장을 위해 11번가에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런칭하는 업무 등을 했다.

-클래스101으로 옮긴 이유
마지막으로 쓰고 있는 모자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존에서 내가 하는 일이 행복한가, 사랑하고 있는 일인가, 성공을 하더라도 즐기면서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인생은 길고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고민하던 중 먼저 아마존을 떠나 클래스101에 합류한 구현서 최고기술책임자(CTO)에게 제안을 받았다. 공대선 대표(CEO)를 비롯해 클래스101 구성원들의 에너지와 역량, 스마트함을 접하면서 이직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김태훈 클래스101 최고제품책임자(CPO)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김태훈 클래스101 최고제품책임자(CPO)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더욱 결정적인 요인이 있었다면
아마존에 계속 있었다면 기존의 스킬셋을 더 좋게 만드는 경험을 쌓는데 방점을 뒀을 것이다. 클래스101은 역량이 넘치는 젊은 스타트업인 만큼 경험은 다소 부족하다.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명확했고 그것에 대한 보람이 매우 클 것 같았다. 특히 가족들과 시애틀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영입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도 원격근무를 전면 허용해주었고, 공동창업자인 기존 CPO가 저를 새로운 CPO로 흔쾌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이 회사는 위대한 회사가 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의지가 있는 회사'로 느껴졌다. 인생에서 제일 큰 고민과 의사결정이었지만 이런 부분들이 최종 선택에 제일 큰 영향을 주었다.

-클래스101의 강점은
이곳은 2가지 측면의 시장을 갖고 있다. 하나는 클래스 수강생, 다른 하나는 크리에이터다. 클래스101은 크리에이터에 대한 엄청난 집착과 열정이 있다. 편안하고 쉽게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역할을 한다.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고 이들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비전이 매우 강점으로 다가왔다.

수강생 입장에서도 4000여개의 클래스를 골라 들으며 세상의 다양한 지식을 배울 수 있다. 기존의 교육 플랫폼은 1가지 수업을 듣기 위해 수강을 했다면, 국내 최초로 '구독' 체계를 도입한 클래스101은 강의 하나를 듣고 끝나는 게 아니라 아마존 같은 쇼핑몰에 들어와 다양한 상품을 구매하듯 그동안 배워보려고 생각해보지 못한 분야를 접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사람들이 시간이 날 때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듯 클래스101도 배움의 영역에서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른 사람들의 교육을 통해 이들을 더 이해할 수 있고 세상에 대한 이해도가 넓어지면서 배움까지 있는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업무 강도는 어떤가
클래스 수강생들이 맘껏 즐기고 크리에이터들은 잠재력을 한껏 증폭시킬 수 있는 한 단계 진화된 기능들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아마존에서의 8년이 마치 20년 같은 느낌이었는데 클래스101에서의 시간은 아마존보다 더 밀도가 높은 것 같다. 미국 시애틀에서 일하고 있지만 마치 서울에서 같이 지내는 기분이 든다. 모든 변화를 받아들이고 주저함 없이 즉시 대처하며 바꿀 의지가 있는 리더십과 조직의 유연성이 특히 인상적이다.

-클래스101은 어떤 플랫폼을 지향하나
방송으로 치면 EBS 같은 포지션이다. KBS와 MBC, SBS가 경쟁을 하지만 EBS는 경쟁을 하지 않는다. EBS와 같은 독보적인 위치에서 글로벌로 확장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과 동남아시아 시장의 고객 수요에 맞춰서 한국의 콘텐츠와 각국의 콘텐츠가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글로벌 라이제이션하는 것이 과제다. 또 B2B 측면에서 국내외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넓혀가는 것도 드라이브를 걸려고 한다. 우선 연내 50만명 이상의 구독자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조언한다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움과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의 핵심에는 성장이 있었다. 실패하든 성공하든 배우는 게 있었다면 후회를 하지 않았다. 자신이 뛰어나고 구성원들이 아무리 뛰어나도 실패할 수 있다. 60대 때 어떤 모습으로 있고 싶은가를 생각하니, 40대인 지금 리더십을 갖고 다른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역할에 보람을 느꼈고 스스로 성장을 배우는 게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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