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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진 그란데클립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브랜드가 아무리 멋있어도 사업이 잘 안되면 그 브랜드도 없어집니다. 별로 안 멋있어도 사업이 잘 되고 오랫동안 유지되면 그 브랜드는 살아남습니다. 진짜 좋은 브랜드는 '브랜드 하지 않는 브랜드'입니다."
배달의민족(배민)을 창업한 김봉진 그란데클립 대표는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브랜드콘 26'에서 브랜드를 사업의 목적이 아닌 하나의 수단으로 규정한 뒤 "화려한 브랜딩보다는 제품과 운영, 이 모든 것을 지탱하는 조직이 훨씬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웹사이트 구축 및 이커머스 솔루션을 운영하는 '아임웹'이 주최한 이번 브랜드콘은 각 브랜드의 성장 경험과 인사이트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총 1000여명의 참가 접수를 받은 가운데 사전 신청에 4000여명이 몰리며 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김봉진 대표는 2000년대에 디자이너로 로고와 웹사이트를 만들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11년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해 배민을 키워냈고, 2023년 그란데클립으로 재창업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관통한 가장 큰 변화로 "매스미디어에서 소셜미디어로의 전환"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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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는 목적이 아닌 수단…안 되면 제품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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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임웹 제공김 대표는 브랜드 사업의 핵심 요소로 제품·운영·마케팅 세 가지를 꼽으면서도 '순서'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제품을 제대로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운영하면 운영이 지나치게 복잡해지고, 운영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채 마케팅을 확대하면 비용만 새어나간다는 것이다.
그는 "마케팅이나 브랜딩이 잘 안될 때 사람들은 방식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제품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브랜딩이 작동하지 않으면 다시 제품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로고를 새로 그리거나 창업자 서사를 만들어내는 대신, 좋은 제품을 꾸준히 만들고 이를 고객에게 안정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결정과 실행이 쌓였을 때 진짜 브랜드가 형성된다"고 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대전의 성심당과 엔비디아를 들었다.
다만 그는 "제품과 운영만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는 없다"며 "브랜드가 광고에 응축되고 그 광고가 미디어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춰 브랜드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나이키의 'Just do it', 애플의 'Think Different'를 교과서적 매스미디어 캠페인으로 소개했다. 이후 검색 엔진과 블로그·커뮤니티를 거쳐 지금은 틱톡·인스타그램의 숏폼이 브랜드 노출의 중심에 섰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디어를 '강', 브랜드를 그 위에 띄우는 '배'에 비유했다. 과거의 미디어가 크고 일정한 강이었다면, 지금의 SNS(소셜미디어)는 수많은 지류와 급류·소용돌이가 뒤섞인 강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알고리즘이 계속 바뀌어 뭐가 잘 될지 모른다"며 "30억원, 50억원 들여 큰 배 하나를 띄우기보다 작은 배 100개를 띄워 그중 한두 개가 강을 넘어가면 그 뒤를 이어 후속 콘텐츠를 붙이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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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브랜드보다 다수 글로벌 인디 브랜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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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미국 치폴레(약 60조원)가 네이버(약 30조원)보다 시가총액이 두 배 크다"며 "네이버가 멈추면 나라가 패닉에 빠지지만 치폴레가 일주일 멈춰도 사람들은 맥도날드로 가면 된다"고 했다.
이어 "글로벌 인디 뷰티 브랜드 아누아가 배민보다 크다"며 "한국에서 빅 브랜드를 만드는 것보다 글로벌 인디 브랜드를 여럿 만드는 편이 확장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대표는 자신이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대상은 개별 브랜드가 아닌 '조직'에 있다고 강조했다. 인사와 조직문화, 비전 수립, 구성원 간 갈등 해결에 집중하고 각 사업의 방향은 사업부 리더들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맡긴다고 전했다.
그는 "예상치 못한 논란이나 트렌드 변화로 브랜드는 손상되거나 사라질 수 있다"며 "진짜 중요한 것은 브랜드가 아니라 회사다. 회사는 동료들이 월급을 받고 일하는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브랜드가 망하더라도 회사는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국수를 만들던 회사가 반도체 기업이 되고(삼성), 섬유를 만들던 회사가 카세트테이프를 거쳐 반도체를 생산하게 된 사례(SK그룹)를 들며 "이런 회사들의 공통점은 자기들만의 일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배달앱을 잘 만들다가 쫓겨난 뒤 지금은 F&B 사업을 하겠다고 날뛰는 사람도 있다"며 자신을 예로 든 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브랜드가 아니라 조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조직과 회사도 오랫동안 유지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