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과기정통부 핵융합 핵심기술 개발 전략 포럼
AI 접목·인프라 구축 신사업 기획…올 하반기 예타 도전
산업계 "핵융합, 궁극적으론 상업화 목표… 원자력 산업계와 협력 필요"

정부가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에너지의 8대 핵심 기술을 AI(인공지능)와 접목해 2035년까지 확보한다는 전략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를 위한 기술 실증 사업을 기획해 올 하반기 예비타당성조사에 도전한다.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핵융합 핵심기술 개발 전략 포럼'을 열고 핵융합에너지 조기 실현을 위해 산학연 전문가와 마련한 '핵융합 핵심기술 개발 로드맵'의 가안을 공개했다.
핵융합에너지는 수소 등 가벼운 원자핵을 초고온·초고압 환경에서 충돌시켜 무거운 헬륨으로 만드는 '핵융합 반응'을 활용한 발전 방식이다. 핵융합 반응에서 나오는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아 탄소중립 목표에 적합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불린다.
다만 실제 발전에 투입될 만큼의 핵융합 반응을 구현하는 게 여전히 난제다.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만들어 이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투입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꾸준히 생산할 수 있음을 입증해야 상용화의 문턱을 넘었다고 본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핵융합에너지 실현을 위한 8대 핵심기술을 지정하고, 이를 2035년까지 확보하기 위해 신규 R&D(연구·개발) 및 인프라 사업을 기획한다고 밝혔다. AI 디지털 기술을 적극 도입해 핵융합로 소형화 기술을 고도화하고 전력생산 기술을 확보하는 게 골자다.

정부가 밝힌 8대 핵심 기술은 △노심 플라스마 제어 기술 △혁신형 다이버터 기술 △가열 및 전류 구동 기술 △고자장 초전도 자석 기술 △증식 블랑켓 기술 △핵융합 소재 기술 △연료 주기 기술 △안전 인허가 기술이다.
먼저 초고성능 플라스마의 불안정성을 실시간 진단·제어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노심 플라스마 제어 기술)을 개발해 최적화한 운전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이하 핵융합연)이 보유한 한국형 핵융합 연구로 'KSTAR'(케이스타)를 활용해 신기술을 검증한다. 아울러 뜨거운 플라스마를 견뎌내는 핵심 장치인 다이버터 및 플라스마 가열 및 전류 구동 장치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또 핵융합에 의해 발생한 고에너지를 전기 생산을 위한 열에너지로 변환하는 장치인 증식 블랑켓을 연속 장기 운전이 가능한 수준까지 개발하는 게 목표다. 동시에 핵융합 특성에 맞는 안전·인허가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위해 새로운 핵융합 실증 시설을 국내에 구축할 계획이다. 이른바 '핵융합 핵심기술 및 첨단 연구 인프라 조성사업'(가칭)으로 올해 하반기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날 열린 패널토론에서 윤시우 핵융합연 부원장은 "지금까지는 학계·연구계를 중심으로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논의해왔는데, 이처럼 정부 주도로 인프라까지 포함된 R&D 로드맵을 기획하는 건 (핵융합에너지에 있어) 중요한 모멘텀"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플라스마 기술의 여러 공학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핵융합연도 최근 AI를 활용해 플라스마의 효율성을 확대하는 '케이스타 에이전트'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8대 기술을 각각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을 통합해 장치에 적용할 때 제대로 기능할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산학연이 모여 개발 방향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산업계에서도 현실적인 조언이 나왔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R&D를 총괄하는 최광식 한수원 기술혁신처장은 "29년째 원자력 분야에서 근무하며 상당히 많은 (관련 분야 종사자의) 얼굴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처럼 낯선 건 처음"이라며 "어떻게 보면 이게 한수원을 위시한 원자력 산업계와 핵융합계 간 간극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원자력 산업계에서 보면 핵융합에너지는 먼 훗날의 이야기, 꿈의 이야기라는 인식이 많다. 왜 투자해야 하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면서 "핵융합에너지를 조기 상용화하는 게 중요하다. 성공한다면 SMR(소형모듈원자로)과 함께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핵융합에너지도 궁극적으로는 상업화하는 게 목표다. 이와 관련해 이미 원자력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원자력 산업계와 협력하는 방법을 고려하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발표한 로드맵 가안에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11월 말경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한편 미국 에너지부(DOE)도 지난 17일(현지 시각) 핵융합에너지 개발 로드맵을 발표했다. 미국은 2030년대 중반까지 핵융합 발전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미국 3개 주에 핵융합 연구 허브를 세우고 AI 및 슈퍼컴퓨터와 결합한 디지털 핵융합에너지 플랫폼을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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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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