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전에 밀린 '직구대책'…中 알리·테무 제품 세금 못 걷나

세종=유재희 기자 기사 입력 2024.05.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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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성태윤 정책실장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해외 직구 정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5.20. /사진=전신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성태윤 정책실장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해외 직구 정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5.20. /사진=전신
정부의 해외 직접구매(해외직구) 규제 대책이 역풍을 맞은 탓에 면세한도 조정도 동력을 잃는 분위기다. 규제 대책은 유해 제품이 국내 반입되는 것을 막겠단 취지였지만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반발에 부딪혔다.

현행대로 라면 150달러(약 20만5000원) 한도로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에서 직구한 제품에 대한 세금은 '0원'이다. 하루에 같은 한도로 1년간 구매하면 7500만원어치를 세금 없이 사들일 수 있다. KC인증(안전 인증) 비용은 물론이고 부가가치세를 부담하고 있는 국내 산업은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뒤처지는 구조다.


직구에 관세 부과? 면세한도 하향?


26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현행 150달러 한도(미국발 200달러)로 관세·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소액수입물품 면세제도 개편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지난 16일 면세제도 개편 등이 포함된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했지만 사실상 무산됐다. 대책의 골자는 KC 미인증 제품의 직구 금지였는데 여론은 소비자의 구매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데 쏠렸다.

면세제도 개편도 여론전에서 불리하다. 국내에서 해외직구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제도 개편으로 인해 제품 가격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대책이 올해 7월 발표될 세법개정안에 담길 것이란 전망이 있지만 장담하기 어렵다.

기재부의 제도 개편 방향이 명확하진 않지만 직구 제품과 국내제품 간 조세 형평성을 고려할 공산이 크다. 직구품에 면세한도를 낮춰 관세 부과 범위를 넓히거나 한도와 무관하게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현재로썬 자가사용 직구품에 대해선 연간 금액 한도 및 횟수 제한 없이 세금이 면제된다. 가령 소비자 한 명이 알리·테무·쉬인 등 중국 국적 플랫폼에서 하루에 150달러씩 1년을 산다면 5만4750달러(약 7500만원)를 세금 없이 구매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국내 업체들은 안전기준을 준수하기 위한 비용뿐만 아니라 부가세를 포함해 판매한다. 본래 가격이 저렴한 해외직구 업체와의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재부 관계자는 "면세한도 조정에 대해선 여러 옵션을 두고 검토 중"이라면서 "안전 문제가 검증되지 않은 해외직구 제품이 면세로 싼값에 들어오면서 국내 업체들과 역차별 문제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구규제 실기(失機)할까


(인천=뉴스1) 이승배 기자 = 16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공항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관계자가 화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4.5.1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인천=뉴스1) 이승배 기자
(인천=뉴스1) 이승배 기자 = 16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공항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관계자가 화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4.5.1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인천=뉴스1) 이승배 기자

정부가 면세한도 개편을 검토하는 것은 9년 만이다. 2015년 8월 면세한도 120달러에서 150달러로 상향됐다. 당시엔 서민의 소비생활을 지원하는 대책으로 추진됐다.

문제는 정부가 예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직구 수요가 급증했단 점이다. 중국 제품이 유입돼 국내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까지 우려되는 수준이다.

이미 중국 플랫폼으로부터 초저가 상품 도입이 급증하면서 국내 영세 소상공인들은 타격을 입었다. 관세청이 이러한 지점을 고려해 '해외 직접구매 증가가 국내 산업 등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 연구용역을 추진하는 이유다.

해외에선 직구 제품에 대한 면세를 폐지하는 등 움직임이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2011년부터 부가세 면세제도를 폐지했고 2028년부터는 관세 면제도 폐지한다. 또 영국·호주·뉴질랜드 등은 이미 부가세 면세를 폐지했다. 중국은 해외직구에 연간 한도(480만원)를 뒀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대로면 국내 제조업 등 경쟁력 저하, 소비자 피해가 불보듯 뻔한데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선택권' 제한이라는 비판에만 매몰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기자 사진 세종=유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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