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1500만마리 실험동물 살리는 '이 기술'…3조원 시장 열린다

김태현 기자 기사 입력 2024.02.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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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업팩토리]잘 키운 세포로 동물실험 대체…ESG·비용절감 동시에

[편집자주] '테크업팩토리'는 스타트업과 투자업계에서 가장 '핫'한 미래유망기술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우리의 일상과 산업의 지형을 바꿀 미래유망기술의 연구개발 동향과 상용화 시점, 성장 가능성 등을 짚어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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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동물시험 의무화 조항을 삭제한 식품의약품화장품법 개정안에 서명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허가를 받기 위해 필요했던 '잠재적 약물의 안전성과 효능을 동물시험을 통해 검사해야 한다'는 규정이 삭제된 것. 해당 개정안은 이듬해인 2023년 미 상원의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개정안을 발의한 코리 부커 상원의원은 "수많은 동물들이 불필요한 고통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PETA)에 따르면 매년 전세계에서 동물시험으로 사라지는 동물 수는 약 1억1500만마리에 달한다. 시험 과정에서 동물들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 동물시험 축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동물대체시험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잘 키운 세포로 실험동물 대체…신약 R&D 비용↓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동물대체시험법은 크게 세포 기반 시험법과 비세포 기반 시험법 등 두 가지 방법으로 분류된다. 최근 활발하게 연구개발(R&D)이 진행되고 있는 방법은 세포 기반 시험법이다. 오가노이드와 생체모사 장기칩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R&D 투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분야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로 각 장기의 세포 성분과 구조 기능을 재현한 일종의 '미니 장기'다. 배아줄기세포, 유도만능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등 여러 종류의 세포를 이용해 만들 수 있다. 실제 장기와 유사한 특징을 보이기 때문에 비임상 시험과 재생의료 분야에 활용 가능하다.

오가노이드의 핵심기술은 줄기세포를 어떻게 원하는 방향으로 배양하는 분화 유도 기술이다. 3차원(3D) 구 모양으로 쌓은 줄기세포에 △단백질 △신호 전달 물질 △성장인자 등을 공급하면 줄기세포가 스스로 장기와 비슷한 모양으로 자라도록 유도할 수 있다. 줄기세포의 분화 과정을 결정짓는 △단백질 △신호 전달 물질 △성장인자 등을 차별화하는 게 오가노이드 개발의 핵심이다.

생체모사 장기칩은 기존 오가노이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했다. 오가노이드를 만들기 위해 줄기세포를 3D 구 모양으로 쌓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생체모사 장기칩은 플라스틱, 유리, 하이드로겔 등으로 만들어진 플랫폼 위에서 줄기세포를 키운다. 보다 안정적으로 배양할 수 있다.

여기에 미세유체공학을 더한다. 유체 흐름을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해 오가노이드 내 혈관 흐름 등을 구현한다. 실제 성과도 고무적이다. 2021년 기초과학연구단(IBS) 나노의학 연구단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미세유체칩을 적용해 배양한 뇌 오가노이드는 기존 뇌 오가노이드보다 약 2배 큰 4~5㎜ 크기로 성장했다. 뇌 주름이 다량을 발생했으며, 신경 기능까지 증진됐다.

2012년부터 미국 국립보건원(NIH)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미국 생체모사 장기칩 프로그램은 현재 3단계에 진입했다. 희귀병 위주의 모델 개발, 약물의 유효성 테스트, 사업화 제품화를 목표로 진행 중이다. 산학협력으로 구성된 센터들이 생체모사 장기칩에 대한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 동물대체시험법이 주목 받는 건 아니다. 정확한 시험 결과를 도출해 신약 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대폭 줄이는 역할도 한다. 인간과 동물의 생물학적 차이로 동물시험의 정확도는 40~60% 정도다. 전세계적으로 암 임상 실패로 인한 비용만 연간 70조~80조원에 달한다.


식약처 동물대체시험법 표준화 속도…사업화 기대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국내에서도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동물대체시험법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오가노이드 분야에서는 2018년 차의과학대 유종만 교수가 설립한 오가노이드사이언스가 대표적이다. 장, 침샘 등의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재생 치료제와 약물 평가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2022년 387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코스맥스 (135,000원 ▲2,300 +1.73%), JW중외제약 (30,400원 ▲600 +2.01%) 등 기업들과도 활발하게 협업하고 있다.

생체모사 장기칩의 경우 큐리에이터가 있다. 2016년 서울대 연구실에서 탄생한 기업으로 미세전자기계(MEMS) 공정을 활용해 생체모사 장기칩을 생산하다. 위암, 대장암, 안과 질환 관련 생체모사 장기칩을 기반으로 인체 약물 반응을 예측하는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

오가노이드와 생체모사 장기칩의 사업화를 위해선 표준화가 관건이다. 오가노이드와 생체모사 장기칩을 이용할 수 있는 문은 이미 열려 있다. 국내의 경우 이전부터 동물시험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입증만 할 수 있다는 어떤 자료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이를 어떻게 '과학적'이고 '합리적'인지 설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관계자는 "만약 오가노이드와 생체모사 장기칩이 특정 연구소에서만 성과가 나온다면 적절한 검증이라 보기 어렵다"며 "전 세계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물대체시험법이 국제적으로 인정 받으려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ICH(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 등 국제기관들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 OECD 승인을 받은 국내 개발 동물대체시험법은 피부 감작성, 안자극, 내분비계, 피부자극 등이다. 오가노이드와 생체모사 장기칩 활성화를 위해서는 표준화 마련을 위한 기틀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식약처는 '2024년 제1차 식약처 출연연구개발사업 신규지원 대상과제'에 동물대체시험 실용화를 위한 표준화 연구를 포함시켰다. 세부 연구과제로는 △동물대체 자원은행 구축 연구 △의약품 등 안정성 평가를 위한 동물대체기술 연구개발 등이 제시됐다.

한 바이오벤처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3D 세포 배양 모델시장은 18억4600만달러(약 2조4664억원), 생체모사 장기칩 시장은 1억339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술 개발과 함께 글로벌 표준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사업화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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