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해킹까지 막는다…철통암호 '칩기술' 탄생

김인한 기자 기사 입력 2023.09.0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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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자통신연구원, 암호화한 데이터 고속 연산하는 칩 개발
"보안기술 선도 목표"…국내기업에 기술이전해 '실용화' 계획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이 완전동형 암호 기술을 적용한 칩을 들고 있는 모습. 완전동형 암호란 데이터를 암호화한 상태에서 연산할 수 있는 차세대 암호기술이다. / 사진=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이 완전동형 암호 기술을 적용한 칩을 들고 있는 모습. 완전동형 암호란 데이터를 암호화한 상태에서 연산할 수 있는 차세대 암호기술이다. / 사진=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국내 연구진이 기존 암호체계를 대체할 수 있는 칩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암호체계는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암호화하고 이를 활용할 때 재식별, 계산 과정 등을 거친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칩을 적용하면 곧바로 암호화된 데이터를 고속 연산할 수 있어 '보안과 속도'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박성천 보안시스템온칩(SoC)융합연구실장 연구팀이 '완전동형 암호' 칩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완전동형 암호란 데이터를 암호화한 상태에서 연산할 수 있는 암호기술이다. 데이터를 추가로 재식별하는 과정 없이 그대로 처리할 수 있어 차세대 암호 기술로 불린다.

기존 암호 기술은 암호화된 데이터를 바로 연산할 수 없었다. 비밀 키를 사용, 데이터를 재식별해 원래의 정보로 바꾼 뒤 다시 암호화해서 전달해야만 했다. 이 경우 비밀키는 물론 원래의 정보가 노출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민감 정보를 담고 있는 데이터를 연산 처리하는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완전동형 암호 기술을 적용한 칩. / 사진=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완전동형 암호 기술을 적용한 칩. / 사진=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팀이 개발한 완전동형 암호 칩은 정보를 암호화하면 암호문이 수천 비트(bit)의 계수를 갖는 수만 차수 이상의 다항식들로 표현한다. 데이터가 암호화된 상태, 즉 고차 다항식 간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등 연산을 빠르게 처리한다. 암호화된 데이터를 바로 연산하기 때문에 아무도 원래의 데이터를 볼 수 없는 장점을 지닌다.

특히 동형암호 기술은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로 계산하기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동형암호 특성을 반영한 동형처리유닛(HPU)의 핵심기술을 개발했다. HPU를 적용하면 양자컴퓨터의 해킹까지 막아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향후 동형암호 전용 시스템온칩(SoC)을 구현해 실용화할 계획이다. 또 하나의 칩에서 유연하게 고속 연산할 수 있고 다양한 AI(인공지능) 알고리즘과 호환하는 HPU 칩도 구현키로 했다.

연구팀은 국방, 공공, 의료, 금융, 산업 등 높은 보안을 요구하는 업계에 동형암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연구팀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기업이나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 기업, 반도체 설계 기업, 공공·국방 등 민감 데이터 활용 기업 등에 관련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다.

박성천 실장은 "유망기술로 손꼽히던 동형암호 고속연산 칩 핵심기술을 연구해 동형암호의 실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이번 기술로 세계적인 수준의 성능을 개발하고 사업화해 우리나라가 보안기술을 선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칩 핵심기술 검증용 시제품, 소프트웨어 14건, 국내외 특허 21건 출원, 논문 8편 등의 성과를 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현재 네이버, 네오와인, 티맥스티베로, 성균관대, POSTECH(포항공과대), 인하대 등이 공동연구 중이다.
  • 기자 사진 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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