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정호정 카이아이컴퍼니 대표
2017년 구강관리 플랫폼 '덴티아이' 론칭
국내 지자체 8곳 도입, 오는 8월 베트남 진출 앞둬
"글로벌 퍼블릭 헬스케어 최초" 포부
[편집자주] 디지털 전환(DX)이 사회 화두가 된지 5년이 지났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혁신이 요구되는 흐름이다. 제약·바이오, 의료 등 헬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건강, 생명과 직결되는 업의 특성상 더뎠을 뿐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30% 고성장이 점쳐진다. 전 세계 수많은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ICT 강국이다. 제약·바이오 후발주자 입장으로선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국내 디지털 헬스 대표주자들을 만나 이들이 만들어갈 변화를 미리 살펴본다.
"어렸을 때부터 '왜 양치질을 열심히 하는데도 충치가 생기고 잇몸이 안좋지' 의아해서 구강관리에 신경썼어요. 치과도 정말 자주 갔고요. 어느순간 '내 진료기록을 일기처럼 정리해야겠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점점 수첩에 일일이 적는게 귀찮아졌어요.(웃음) '내 진료기록이 한꺼번에 정리되면 좋겠다' 생각했죠."
정호정 대표는 카이스트 석사(인간·컴퓨터 상호작용) 과정을 밟던 2015년 구강 의료데이터 업체 '카이아이컴퍼니'를 설립했다. 교내 창업대회에서의 수상이 오랜 머뭇거림을 '확신'으로 바꿔줬다. 구강관리는 그의 오랜 관심사였다. "사실 처음엔 '치과 공포증' 디지털치료제를 연구했어요. 어린 시절 트라우마 때문에 치과에 안간다는 분들 많잖아요. 하지만 이때만해도 디지털치료제 정의가 없어서 이런 제품은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구강정보를 공유하고 분석하는 서비스를 먼저 시작했습니다."
━
"AI로 충치 위험, 치아 관리법 알려준다"
━
2017년 선보인 구강관리 플랫폼 '덴티아이'는 우연히 찾아온 기회에서 시작됐다. "치과주치의 사업 운영 과정에서 얻는 데이터를 엑셀에 효과적으로 구분해놓는 게 어렵다"며 서울시로부터 기술지원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이때 카이아이컴퍼니는 사업 가능성을 봤다. "저희가 진료정보 공유로 구현하려던 게 '퍼블릭 헬스케어'였어요. 퍼블릭 헬스케어 핵심은 '예방'이거든요. 지금 의료 패러다임이 예방 중심으로 가고 있기도 하고요. 지금 초등학생들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매년 1번씩 총 6번의 구강검진을 받아요. 이 안에서 구강관리만 해도 충치를 막고 부정교합을 빨리 발견할 수 있어요. 그만큼 예방관리에 좋은 단서들인데 흩어져있고 시계열로 쌓이지 않아 옥석같이 보이지 않았던거죠."
덴티아이는 치과주치의 사업에 참여하는 치과의사가 환자 진료기록을 기입하면 머신러닝 AI(인공지능)가 리포트를 작성해 환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때 환자는 자신의 어느 치아가 썩었는지, 썩을 위험이 있는지 등을 치열 도면으로 알 수 있다. 또 구내염이 있는지, 주걱턱이나 반대교합 같은 부정교합이 있는지, 치주낭이나 치석 같은 치주질환이 있는지 등 정보도 알게 된다. 구강상태별 맞춤형 예방관리법도 제공받는다. 내 치아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식습관, 불소이용법, 칫솔질, 치실질 등은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다. 구강상태를 알게 된 환자가 어떻게 관리해야할지 따로 시간을 들여 찾을 필요없게 한 것이다.
정 대표는 "환자마다 구강상태가 다양하다"며 "리포트로 이들의 양치질 습관, 예를 들면 '프라그(치면세균막)가 닦이지 않은 부위가 있다'고 알려주는 식으로 꼼꼼하게 양치질을 해 구강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삶 성숙도가 올라갈수록 구강 관심도 증가하는데 생각보다 정보가 부족하다"며 "이렇게 결과를 알면 내가 치주염이 있구나, 어느 치아가 썩었구나 인지되고 체계적인 관리로 이어져 좋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반응은 좋다. 덴티아이 도입 지역은 서울시 13개 자치구에서 전 자치구인 25곳으로 확대됐다. 현재는 서울, 경기도, 부산 등 전국 8개 지자체에서 활용된다. 해외 진출도 앞뒀다.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CTS(혁신적 기술 프로그램)에 선정돼 정부 지원을 받아 다음달 베트남에 덴티아이를 선보인다. 이를 위해 베트남 하노이 의과대학병원과 업무협약도 맺었다. 정 대표는 "이를 시작으로 ODA(공적개발원조) 국가에 단계적으로 진출하려고 한다"며 "개발도상국의 공중 구강보건 위생을 개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
기술 자신있지만 '정보 전달'이 고민
━
정 대표는 지난 7년간 기술력은 충분히 쌓았다고 자신했다. 기술성적이 최상등급이다. 2019년에는 구강관리 분야에서 처음으로 조달청 혁신제품(혁신성은 높지만 한 번도 사용하지 못했거나 상용화되지 못한 제품을 공공부문에서 먼저 사용하고 기업의 기술 개발과 상용화 지원)으로 지정됐다. 올해는 조달청 우수조달물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정 대표를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한 건 '정보 전달방식'이다. 정 대표는 "그 동안에도 사내 치과의사가 환자들에 결과물을 정확하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고자 노력했다"며 "기술 발전속도와 전문지식이 잘 조율할 수 있게 보다 신경을 써야할 시기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충치가 있다' 정도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던 기술이 이제는 '충치 위험도가 70%'라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소비자들에 정보를 어떻게, 어느 정도까지 제공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 필요하단 것이다.
"소비자는 자세한 정보를 줄수록 동기부여가 커져요. 하지만 병원에서 이로 인해 이슈가 생길 수도 있거든요. 예를 들면 환자가 '충치 위험률이 70%'라는 정보를 알게 됐어요. 그러면 '관리해야겠다'는 환자의 동기부여가 커지고 내원 확률이 올라가겠죠. 이때 '내 충치 위험도가 70%라니까 조치를 취해달라' 요구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의사들은 환자가 근거로 삼은 70%가 미래 얘기이지, 현재는 치료를 안해도 된다 판단할 수 있거든요. 정보에 대한 가치 중립성을 고민해야할 시기가 됐다 생각하는 이유예요."
━
구강관리 외 다른 예방 사업도 한다
━
카이아이컴퍼니는 현재 치매, 영유아 검진 등으로도 영역을 확장했다. 언뜻 보기엔 연관고리가 약해보이지만 구강관리 사업과 연관성이 있는 분야라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치매는 치주질환이 치매, 당뇨와 밀접하단 연구결과, 영유아 검진은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 있는 영유아 구강관리와 통합해 종합 영유아 건강관리가 가능하단 점에서 착안했다.
이중 치매 사업 일환으로 카이아이컴퍼니는 올해 보이는 ARS 활용 치매조기검진 서비스 '멘티실버플러스'를 출시했다. 전화상으로 치매 검사를 진행하면 데이터 AI 가공, 자동 분석을 통해 치매 위험도를 평가하고 보건소·치매안심센터로 연계해주는 서비스다. 정 대표는 "현재 고양시 치매안심센터에서 서비스가 실시되는 중"이라며 "우리 차별점은 치매안심센터 소속 의료진에 정보를 검수받아 환자들에 전달한다는 것이다. 데이터로 분석한대도 사람이 맥락을 판단하는 부분은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러한 절차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카이아이컴퍼니는 글로벌 퍼블릭 헬스케어 분야 최초가 되겠단 포부가 있다. 공공 보건의료 환경이 잘 조성된 우리나라에 유리한 분야라는 게 정 대표 판단이다. 정 대표는 "퍼블릭 헬스케어 핵심은 예방이고, 예방은 건강관리의 핵심"이라며 "장기적으로 예방에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퍼블릭 헬스케어는 이제 막 만들어진 분야"라며 "퍼블릭 헬스케어가 성장하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도 성장할 수 있다. 이에 일조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