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 기업가치 만든 컴퍼니빌더...이제는 유니콘빌더로 뛴다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2.04.2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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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人사이드]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창업은 계층이동 수단, 역동성 높일 것"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컴퍼니 빌더' 패스트트랙아시아가 앞으로의 10년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빌더'가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컴퍼니 빌더는 △사업 아이디어 개발 △창업자 팀 구성 △사업모델 구체화 △초기 자금 투입 등을 돕는 회사다. 공동 창업 형태로 스타트업을 설립하고 성장하면 분사 뒤 지주회사로 남는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2012년 박지웅 대표, 신현성 차이코퍼레이션 대표, 노정석 비팩토리 대표와 국내외 투자사들이 모여 설립했다. 이민주 에이티넘 회장,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 등 약 20여명의 성공한 기업가들을 주주로 맞이해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왔다.

현재까지 만들어낸 회사들의 가치 총합은 약 8000억원이다. 모회사·파트너사의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약 1600억원이다. 대형 엑싯(투자금 회수) 사례는 2016년 SK플래닛에 매각한 헬로네이처, 2017년 딜리버리히어로(현 요기요)에 매각한 푸드플라이 등이다.

아울러 2014년 설립한 성인교육기업 데이원컴퍼니, 2015년 시작한 공유오피스 패스트파이브는 각각 관련 시장에서 선두 위치를 이어오고 있다. 투자전문회사로는 패스트인베스트먼트와 패스트벤처스를 직접 설립해 운영 중이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유니콘 빌더가 되기 위해 더 큰 규모의 투자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창업자들의 리스크를 줄이고 더욱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10년 전에는 생소했던 컴퍼니 빌더 모델을 도입해 11개의 회사를 직접 만들고 운영하면서 투자를 지속해온 박지웅 대표로부터 패스트트랙아시아의 앞으로의 10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10년간의 소회가 어떤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다만 시간 자체는 빨리 흐른 것 같은데 사람으로 치면 이제 10살 정도 된 것 같아 아직 갈 길이 멀다.

-힘든 점은 없었나
▶계획대로 되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을 계속 확인하고 마주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대부분은 잘 안됐다. 10개 중에 1~2개만 되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인데 그걸 몰랐다. 물론 안다고 해도 그 과정은 굉장히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어떻게 극복했나
▶수능이나 토익을 보면 10개 중 9개를 맞추고 1개를 틀리는데 사업은 정반대다. 10개 중 하나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학교를 졸업하기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사고 체계와 사업을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게임의 법칙이 작용한다. 이를 인지하고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유니콘 빌더의 의미는
▶컴퍼니 빌더라는 정체성으로 시작해 그동안 새로운 회사들을 만드는 일 자체에 집중했었다. 이제는 작은 회사들을 단순히 만드는 것만 하지 않고 소수정예라도 큰 회사가 될 만한 잠재력이 있는 곳은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

-'패스트'라는 브랜드의 강점은
▶컴퍼니 빌더라는 정체성을 처음으로 제시하고 헬로네이처나 푸드플라이 같은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면서 이런 사업모델이 작동한다는 것을 시장에서 입증했다. '저기서 회사를 만들었을 때 망하는 케이스는 거의 없다'는 인식이 시장에서 자리 잡은 것 같다. 실패 확률이 낮다는 것, 그게 '패스트'라는 브랜드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줄 수 있는 인식이다.

-투자를 결정하는 원칙은
▶우리는 극초기 단계에 투자하기 때문에 사람(팀)을 본다. 이들이 어떤 시장을 향해 가는지가 중요하다. 사업모델은 중간에 바뀌어도 상관없지만 시장이 바뀌는 경우는 많지 않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시장을 향해 사업을 하고 있는지 2가지로 대부분의 투자가 결정된다.

-LP(펀드 출자자)는 어떻게 모으나
▶현재까지 100% 민간 출자자로만 펀드를 구성했다. 대부분 아는 사람들을 통해 LP를 모집한다. 민간으로만 하는 것은 투자 속도가 빠르고 자유도가 더욱 높기 때문이다. 우리가 투자하는 회사들에게도 더욱 좋은 방법이다. 최대한 오랜 기간 이 방식을 유지하고 싶다.

-현재 스타트업 생태계를 어떻게 보나
▶엄청나게 확장됐다. 창업자들의 양과 질이 압도적으로 좋아지고 있다. 자금도 많이 들어오고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다.

-창업자가 경계할 점은 없나
▶창업을 하는 것은 100% 본인의 선택이다. 누가 떠밀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결심이 섰을 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리스크도 본인이 직접 진다. 유의사항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응원하고 서포트하는 관점을 갖는 것이 맞다고 본다. 사업을 하고 수습해 나가면서 깨닫게 되는 것들이 많기에 결심을 했다면 일단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투자유치 관련해 스타트업에 조언한다면
▶투자유치는 시험문제를 푸는 것처럼 정형화된 것이 아니다. 투자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몰두해 시험문제를 예상하듯이 풀려고 하면 안 된다. 사업은 투자자의 선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선택을 받는 것이다. 고객의 선택을 받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가만히 있어도 투자자들이 알아서 찾아온다. 본업에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투자유치에 도움이 된다.

-어떤 창업자가 찾아오길 바라나
▶기왕이면 더 큰 임팩트가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을 환영한다. 보통 젊은 창업자들은 과외나 소개팅 같은 자신들이 경험하는 인접 영역의 문제들을 풀려고 한다. 이것이 더욱 커질 확률도 있지만 처음부터 전기차처럼, 일론 머스크처럼 큰 시장과 큰 문제를 정하고 사업을 하는 경우가 확률적으로 더 큰 회사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본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어떤 기여를 하고 싶나
▶창업을 하는 것이나 이들에게 투자하는 것이나 의미는 비슷하다. 모두 계층이동을 유연하고 자유롭게 해주는 수단이다. 과거에는 어떤 시험이나 자격증이 그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이런 요소들의 가치가 약해지고 있다. 사업은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게 된다. 이들의 계층이동이 훨씬 더 유연하고 역동적으로 이뤄지도록 기여하는 것이 투자를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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