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窓] 숫자의 해상도가 투자의 물길을 결정한다
2009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태동하던 시기부터 필자는 수많은 기업의 명암을 현장에서 목격했다. 직접 투자를 집행하고 출자자(LP)로도 활동해 온 필자가 보기에 2026년 시장은 거대한 변곡점 위에 있다. 지난 몇 년간 생태계를 지배한 유동성의 흐름과 투자자 심리를 이해하는 것은 생존을 넘어 도약을 준비하는 창업자에게 필수 과제다. 2019년 코로나19 이후 시장엔 전례 없는 자금이 공급됐다. 벤처캐피털로 유입된 자금도 사상 최대였으나 투자자들은 집행에 신중했다. 글로벌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우려로 일부만 선별 투자하고 남은 자금인 '드라이파우더(Dry Powder)'를 쌓아두며 관망한 탓이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이 관망의 시간은 물리적 한계에 봉착했다. 당시 조성된 수조원 규모 펀드들이 법적·약정적 의무 투자기한 종료를 앞두고 있어서다. 고여있던 막대한 자금이 강제로 시장에 쏟아져 나와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창업자가 간과해선 안 될 냉혹한 현실이 있다. 자본 공급량은 늘겠지만 투자 저변은 과거보다 훨씬 좁아졌다는 점이다.
이태훈 서울창업진흥원(SBA) 수석
2026.03.22 06: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