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 성공 넘어 2세대 특구로…5극3특 균형성장 핵심엔진 삼아야"

사회 및 정리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6.06.11 04:00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공유하기
글자크기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기술경영경제학회
'5극3특 균형성장 위한 연구개발특구 발전방향' 전문가 좌담회
대덕 모델 전국 확산…특구법 재정비·지역 앵커기업 육성 필요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이재훈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변호사), 이병헌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지방시대위원회 5극3특 특별위원회 위원장), 정희권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손병호 KISTEP 선임연구위원,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정책연구실장/사진=이기범 기자
(왼쪽부터)이재훈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변호사), 이병헌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지방시대위원회 5극3특 특별위원회 위원장), 정희권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손병호 KISTEP 선임연구위원,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정책연구실장/사진=이기범 기자
"대덕특구의 성공 경험을 전국으로 확산시켜 연구개발특구를 5극 3특 균형성장의 핵심 엔진으로 삼아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연구개발특구의 역할 재정립이 주요 정책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연구개발특구는 그동안 공공기술사업화와 기술창업의 거점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지역 혁신 클러스터를 이끄는 성장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구가 지역 앵커기업 육성과 인재 정착, 투자 선순환을 이끄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5극 3특 전략도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기술경영경제학회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소월로 단암타워 23층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회의실에서 '5극 3특 균형성장을 위한 연구개발특구 발전 방향'을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이병헌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지방시대위원회 5극3특 특별위원회 위원장), 정희권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손병호 KISTEP 선임연구위원,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정책연구실장, 이재훈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변호사)가 참석해 연구개발특구의 성과와 한계를 진단하고 5극 3특 시대에 걸맞은 지역 혁신 생태계 구축 방안과 특구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정희권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사진=이기범 기자
정희권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사진=이기범 기자
-대덕특구가 출범 20년을 넘겼는데, 가장 의미 있는 성과는.
▲정희권= 작년말 기준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 기업 중 4개가 대덕특구에 있고, 8개가 연구개발특구 기반 기업일 만큼 성공한 모형으로 정착했다. 정부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바이오클러스터가 대덕에 자연스럽게 형성됐고, 이를 통해 연쇄창업도 이어지고 있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에서 인투셀이, 펩트론에서 지투지바이오가 파생된 식이다. 대덕특구의 강력한 스핀오프 생태계를 주요 성과로 꼽을 수 있다.

-5극 3특 전략과 맞물려 대덕특구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병호=작년말 강원특구가 신규 지정되면서 전국 6개 광역 연구개발특구(대덕·광주·대구·부산·전북·강원)가 5극 3특과 맞물리는 구조가 거의 완성됐다. 이에 특구가 딥테크 창업, 기술사업화의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각 권역의 '혁신 심장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대덕은 출연연이 밀집해 있어 특구 기능이 작동하지만, 다른 지역 특구는 과학기술원이 있더라도 출연연이 사실상 없어 대덕 모델을 그대로 이식하기 어렵다.

다만, 대덕을 제외한 지역 특구에는 지역 거점대학들이 중요한 혁신 주체로 자리하고 있다. 이들 대학에서 배출되는 기술창업은 물론 순수 민간 기반 창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특구의 지원 대상을 공공연구기관 중심에서 대학과 민간 영역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병헌=대덕특구는 애초 공공연구기관의 연구성과를 사업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출연연이 밀집한 대덕에서는 이러한 모델이 효과적으로 작동해 왔다. 그러나 타 지역은 상황이 다르다. 대덕처럼 출연연이 집적돼 있지 않기 때문에 동일한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연구개발특구가 5극 3특 국가균형성장의 핵심 거점으로 역할을 강화하려면, 대덕 중심의 1세대 공공기술 사업화 모델에서 벗어나 권역별 산업 구조와 혁신 인프라에 맞는 2세대 특구 모델로 진화해야 한다.
이병헌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지방시대위원회 5극3특 특별위원회 위원장)/사진=이기범 기자
이병헌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지방시대위원회 5극3특 특별위원회 위원장)/사진=이기범 기자
-2세대로 진화하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정희권=지역 재원과 산업 인프라가 한정돼 있으므로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광주특구는 광융합·AI 분야에서 이미 성과가 나오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학생창업 기업인 에스오에스랩이 라이다 기반 자율주행 기술로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수도권에도 없는 세계적 수준의 라이다 회사가 광주에서 나온 것이다. 장기간 연구 축적의 결과다.

울산 울주 강소특구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울산과학기술원(UNIST)·한국원자력연구원 기술 출자 연구소기업인 딥아이가 미국 전력연구원으로부터 세계 최초로 AI 기반 성능 검증 데이터베이스 자동 분석 프로그램 인증을 받았다. 울산 권역은 에너지 기업들이 많은 만큼 2차전지·에너지 신산업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

▲이병헌=포항의 포스코처럼 앵커 역할을 하는 대기업이 있으면 이상적이다. 포스코는 자체 자금으로 포스텍을 세우고 산업기술연구소를 만들었으며, 스타트업 밸리까지 운영하며 대학·연구·투자·창업 생태계를 통째로 만들어냈다. LG전자는 창원대 내에 공조기기연구센터를 세워 공동 R&D 성과를 창원 공장에 적용하고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대기업들이 규제 부담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꺼리는 것이 걸림돌이다. 연구개발특구도 메가특구에 준하는 투자 환경을 갖추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손병호 KISTEP 선임연구위원/사진=이기범 기자
손병호 KISTEP 선임연구위원/사진=이기범 기자
-대기업이 없는 지역에서는 포스코 모델을 기대하기 어렵지 않나.
▲손병호=앵커기업을 반드시 대기업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 권역별 딥테크 기업을 스케일업해 5~10년 안에 지역 밸류체인의 핵심으로 키우는 것이 더 실현 가능한 경로다. 삼성·LG 같은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KAI(한국항공우주산업)처럼 지역 생태계를 이끄는 중견·강소기업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희권=에코프로가 바로 그런 기업이다. 한국화학연구원 기술로 청주에서 창업해 이제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에코프로는 밸류체인을 갖추고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과 오픈이노베이션 협약을 맺어 벤처를 육성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다크팩토리 같은 실증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재료연구원 기술로 창업한 연구소기업 소울머티리얼에 투자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대기업도 모르는 소재 기업을 직접 발굴해 키우는 것, 이게 앵커기업의 역할이다. 대덕의 알테오젠·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도 에코프로처럼 성장하면 훌륭한 앵커기업이 될 수 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정책연구실장/사진=이기범 기자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정책연구실장/사진=이기범 기자
-지역에서 에코프로 같은 앵커기업을 육성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노민선=연구개발특구 딥테크 기업들도 성장 단계에 접어들면 투자와 실증, 시장 진입 과정에서 여러 한계에 직면한다. 지역 내 후속투자가 부족하고 기술 실증과 레퍼런스 확보가 쉽지 않다. 대기업이나 수요기업과 연결될 기회도 제한적이다.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스케일업 과정에서 병목현상을 겪는 기업이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12대 신산업 분야 벤처캐피털(VC) 투자금 5조2000억원 가운데 79.1%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지역 딥테크 기업의 성장 자금 접근성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지역 딥테크 기업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스케일업 플랫폼을 강화해야 한다. 연구개발부터 실증, 투자, 판로 개척, 글로벌 진출에 이르기까지 기업 성장 전 주기를 지원하는 종합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이재훈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변호사)/사진=이기범 기자
이재훈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변호사)/사진=이기범 기자
-제도적 측면에서 현행 연구개발특구법이 5극 3특 시대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훈=현행 연구개발특구법은 개별 특구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5극 3특 시대에는 특구를 각각 운영하는 수준을 넘어 권역 단위 혁신 생태계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법적 틀을 확장해야 한다. 연구개발특구법을 '권역 단위 혁신 플랫폼법'으로 발전시키고, 특구 간 공동 기획·실증·사업화, 인력·장비·데이터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권역형 특구 연계 체계'를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

올해 5월 제정된 '지역주도 과학기술혁신 촉진에 관한 법률'은 블록펀딩 방식의 지역 자율 R&D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연구성과가 사업화·창업으로 이어지기 위한 실행 체계는 여전히 부족하다. 큰 방향은 마련됐지만 현장에서 작동할 제도적 장치가 없는 만큼, 그 공백을 메우는 작업이 시급하다

-하지만 수십 년째 반복되는 지역 인재 유출 문제를 풀지 않으면, 앞서 제시한 방안들도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손병호=인재 유출 문제는 이미 지역 소멸과 국가 경쟁력 저하를 우려할 수준에 이르렀다. 비수도권 인구는 8년 연속 감소하고 있고, 청년층의 수도권 유출은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역 과학기술 인력의 이탈은 단순한 인구 이동을 넘어 지역 R&D 역량 축적을 가로막고 혁신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약화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권역별 과학기술 인력의 유출입 현황과 경력 이동 경로에 대한 체계적인 데이터 진단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인재 이동 패턴과 순환 구조를 정밀 분석하고, 이를 국가 차원의 인재 흐름 데이터와 연계해 정책 수립에 반영해야 한다. 유출 규모 파악에 그치지 않고 어떤 인재가 왜 떠나는지, 지역 정착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데이터로 규명하는 것이 먼저다.

▲이병헌=기업과 연구인력 모두를 겨냥한 과감한 인센티브 도입이 필요하다. 특구 내 기업부설연구소 설립 시 투자금의 50%를 정부가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비수도권 연구원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직무발명소득 비과세 한도 확대, 스톡옵션·RSU 등 주식 연계 보상 과세 특례 강화 등도 검토할 만하다. 정주 여건 개선도 전제 조건이다. 국제학교 설립과 지자체의 저가 고급 주택 공급 등을 통해 석·박사급 연구인력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는 생활 기반을 갖춰야 한다.

▲정희권=특구가 지역 혁신 허브로서 제 역할을 하려면 세 가지가 맞아야 한다. 지역별 특화 분야 중심의 장기간 연구 축적, 특구 간 연계 강화, 딥테크 전 주기 성장 체계 구축이다. 이 세 가지가 맞물릴 때 기술 인재들이 모여 지역 성장이 선순환된다. 연구개발특구가 대한민국 균형 성장의 진짜 엔진이 될 수 있도록, 제도와 재원, 사람 모두를 아우르는 정책 패키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딥아이' 기업 주요 기사

관련기사

이 기사 어땠나요?

이 시각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