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이사가 3일 랩터스-더비기닝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사진=송정현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 충돌을 보면, 미래전은 더 이상 기존 방산 체계와 레거시 업체만으로 대응할 수 없다.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접근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공급자가 필요하다."
이기진 메쎄이상 본부장은 지난 3일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개최한 '랩터스 더 비기닝' 행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대전은 전장에 필요한 무기와 체계를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많이 만들고 배치하는 쪽이 이기는 전쟁"이라며 "이러한 전략은 기존 레거시 기업이 펼치기 어렵고, 오히려 스타트업이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필요성을 국내외 정부도 느끼고 있는 만큼, 지금 스타트업에는 또 다른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쎄이상은 국내 대표 전시 주최·주관사로, KADEX 등 대형 방산 전시를 통해 해외 군·바이어를 연결하며 방산 빅4(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 현대로템)의 수출 판로 확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 본부장은 다만 혁신을 일으킬 스타트업과 군을 연결할 수 있는 '패스웨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전장에서 필요한 수요를 이해하고, 기업들이 이에 맞춘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소통의 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연사로 나선 조슈아 방 드론매거진 프리랜서 기자 역시 국내 스타트업이 군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부족해, 정작 전장에서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알기 어려운 현실을 짚었다.
그는 "현재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GPS 재밍(교란) 현상이 심각하다"며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아직 갖추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을 개발하기에 앞서 시장을 먼저 알아야 하고, 시장의 수요가 무엇인지 예측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군 역시 기술 개발자와 엔지니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소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벤자민 울바(Benjamin Wolba) EDTH 공동창업자, 올레나 크리자니우스카(Olena Kryzhanivska) 우크라이나 방산 애널리스트, 조슈아 크로커(Joshua R. Kroeker) 레악치온 그룹(Reaktion Group) CEO 등이 참여해 국제 방산 혁신 사례와 전장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울바는 "방산 혁신은 더 이상 전통적인 대기업이나 정부 기관만의 영역이 아니다"라며 "유럽에서는 해커톤을 통해 민간 기술 인재와 창업팀이 실제 디펜스테크 생태계로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EDTH가 진행한 해커톤에 참여한 민간 참가자들이 해커톤 이후 실제로 스타트업 창업에 나서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해커톤이 혁신 기업 탄생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EDTH(European Defense Tech Hub)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이후 민간에서 형성된 유럽의 방산 혁신 네트워크로, 2024년 독일 뮌헨에서 첫 해커톤을 열며 활동을 시작했다. 해커톤은 개발자·기획자·디자이너 등이 모여 1~2일 또는 수일 동안 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실제 기술이나 서비스 형태로 구현해보는 행사다.
크리자니우스카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비용과 규모 면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했던 러시아에 맞설 수 있었던 데에는 민간이 빠르고 저렴하게 필요한 물자와 무기를 조달한 영향이 컸다"며 "평시에도 군과 민간 기업이 더 많이 소통해 실제 군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스타트업이 알 수 있는 패스웨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크로커 레악치온 그룹 CEO는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스타트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정보"라며 "업데이트되지 않은 인텔리전스(정보)를 기업들이 받는 것은 혁신에 큰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도 민간 기업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핵융합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미국에서 핵융합 기술 개발이 30년 만에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공공이 주도한 영역에 대규모 자본과 민첩성을 갖춘 민간 기업들이 함께 참여했기 때문"이라며 "국내 방산 체계 역시 민첩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민간 기업들이 혁신을 이끌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출범시킨 한국형 방산 커뮤니티 '랩터스'는 민첩한 육식 공룡인 벨로키랍토르에서 착안한 이름으로, 이러한 바람을 담고 있다고 부연했다.
국내 딥테크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이날 스타트업을 군, 정부, 방산기업 등 이해관계자와 연결해 방위산업 시장 진출을 돕는 '랩터스'를 공식 출범했다. 이날 행사에는 44개 스타트업과 약 20명의 군 관계자, 10명의 투자자가 함께 자리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앞으로 세미나, 네트워킹, 글로벌 허브 소개 등을 통해 스타트업의 국방 시장 진출 전략과 기회 탐색을 지원하고, 연내 방산 특화 벤처펀드도 조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