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문 닫힌 중견·중기 OI]②
[편집자주]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개방형 혁신,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 디지털 대변혁의 시대 중요한 경영혁신 수단으로 떠올랐다. 국내 대기업 상당수는 이미 오픈이노베이션을 상시화하고 스타트업과의 협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 중견·중소기업 중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혁신의 징검다리' 오픈이노베이션이 중견·중소기업에서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와 대안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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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설립된 친환경 설비 전문기업 파나시아가 위성통신 실시간 데이터 솔루션 스타트업 토즈를 만난 건 지난해 8월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진행한 오픈이노베이션(OI) 행사에서다. 토즈 기술에 관심을 가진 이수태 파나시아 회장은 2세 경영인인 이민걸 대표에게 토즈의 위성통신 솔루션을 파나시아에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이 같이 협업 기회를 포착한 파나시아는 토즈와 함께 고화질 영상 스트리밍 솔루션 '에스링크'(S-link)를 개발했다. 양사는 현재 원격 선박 사후서비스(AS) 프로젝트 '판 호크'(Pan-hawk)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해상에서 설비가 고장나더라도 수리반을 급파할 필요없이 실시간 원격 수리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토즈와 협업 이후 파나시아 사내 분위기도 크게 바뀌었다. 부산창경센터와 함께 오픈이노베이션 사내 공모전을 추진하고, 신사업 발굴을 위한 임직원 보상정책도 마련했다. 파나시아 관계자는 "새로운 도전을 장려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문화로 바꿨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협업 가장 큰 걸림돌…'정보 부족'" 파나시아와 같이 성공적인 중견기업 오픈이노베이션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의 중견·중소기업은 오픈이노베이션에 나서지 못하거나 검토 단계에서 끝내는 경우가 많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이하 중견련)의 '중견기업 스타트업 협업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스타트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을 검토할 때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스타트업 관련 정보 부족'(전체 56%)을 꼽았다.
오픈이노베이션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혁신기술 수요처인 기업이 오픈이노베이션 공모전을 열고, 스타트업을 모집하거나 직접 협업 대상 스타트업을 찾아나서는 방식이다. 대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인력과 재원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에게 두 가지 방식 모두 쉽지 않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 차모건 팀장은 "대기업과 비교해 브랜드에서 밀리다 보니 공모전을 통한 모집에 한계가 있다"며 "그렇다고 스타트업 발굴을 위한 별도 조직을 꾸리긴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보 부족은 중견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의지마저 꺾는다. 설문조사에서 협업 애로사항으로 정보 부족에 이어 '내부 의사결정(경영자의 의지)'(41.5%)이 두 번째로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스타트업과의 접점이 없다보니 오픈이노베이션의 필요성을 느끼기 어렵다.
부산창경센터 관계자는 "파나시아처럼 직접 스타트업 정보를 접하고, 아이디어를 얻지 않는 한 협업은 어렵다"며 "우선 중견·중소기업과 스타트업 간 접점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담인력·보상체계 부재…OI 동력 떨어져" 이 조사에 응답한 중견기업의 48.9%는 스타트업과 협업에 불확실성을 가장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협업 대상 스타트업을 발굴해 검증하고, 계약을 맺기까지 투입되는 시간과 인력 대비 협업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안감은 신사업 담당 부서 유무와도 연관이 있다. 신사업 담당 부서가 있는 회사는 스타트업과의 협업 추진에 필요한 전담인력이 정해져 있다. 협업 결과에 대한 보상체계도 뚜렷하다. 반면 일반 사업부서가 스타트업과 협업해야 할 때가 문제다. 전담인력도, 보상체계도 뚜렷하지 않다.
오픈이노베이션을 운영하는 메르세데데스-벤츠코리아 이승용 차장은 "일반 사업부서에 근무하는 임직원 입장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은 대부분 업무 외 일로 느낄 수밖에 없다"며 "결과가 불확실한데다 보상체계 마저 뚜렷하지 않은 오픈이노베이션에 적극적으로 손을 들고 나설 임직원은 드물다"고 말했다.
실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사업 추진을 위한 부서 여부'를 묻는 질문에 '있다'고 답한 중견기업은 전체 15.2%에 불과했다. 결국 일반 사업부서가 오픈이노베이션까지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사업 전담 부서와 함께 오픈이노베이션에 대한 확실한 보상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보제공 확대해야…즉시 전력감 기술에 관심" 스타트업 협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으로는 '스타트업 관련 정보 제공'(28.8%)을 꼽았다. 이어 '금융지원'(26%), '기술지원(R&D)'(20.4%), '스타트업과의 교류 행사'(15.5%) 순이었다.
중견련 관계자는 "중견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중견기업이 단독으로 투자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협업 단계별 지원이 가능하도록 중견·스타트업 특화 펀드 조성 등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협업에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제조업의 경우 '소재·부품·장비 기술'(53.9%), 비제조업의 경우 '인공지능(AI)'(40.4%)으로 집계됐다. 세부업종별로는 식음료품업은 '헬스·뷰티케어'(42.3%), 자동차·트레일러업은 '소재·부품·장비 기술'(90%)이 높게 나타났다. 이종 산업 간 융합을 통한 신사업 발굴보다는 기존 사업에 경쟁력을 더할 수 있는 협업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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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설립된 친환경 설비 전문기업 파나시아가 위성통신 실시간 데이터 솔루션 스타트업 토즈를 만난 건 지난해 8월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진행한 오픈이노베이션(OI) 행사에서다. 토즈 기술에 관심을 가진 이수태 파나시아 회장은 2세 경영인인 이민걸 대표에게 토즈의 위성통신 솔루션을 파나시아에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이 같이 협업 기회를 포착한 파나시아는 토즈와 함께 고화질 영상 스트리밍 솔루션 '에스링크'(S-link)를 개발했다. 양사는 현재 원격 선박 사후서비스(AS) 프로젝트 '판 호크'(Pan-hawk)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해상에서 설비가 고장나더라도 수리반을 급파할 필요없이 실시간 원격 수리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토즈와 협업 이후 파나시아 사내 분위기도 크게 바뀌었다. 부산창경센터와 함께 오픈이노베이션 사내 공모전을 추진하고, 신사업 발굴을 위한 임직원 보상정책도 마련했다. 파나시아 관계자는 "새로운 도전을 장려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문화로 바꿨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협업 가장 큰 걸림돌…'정보 부족'" 파나시아와 같이 성공적인 중견기업 오픈이노베이션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의 중견·중소기업은 오픈이노베이션에 나서지 못하거나 검토 단계에서 끝내는 경우가 많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이하 중견련)의 '중견기업 스타트업 협업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스타트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을 검토할 때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스타트업 관련 정보 부족'(전체 56%)을 꼽았다.
오픈이노베이션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혁신기술 수요처인 기업이 오픈이노베이션 공모전을 열고, 스타트업을 모집하거나 직접 협업 대상 스타트업을 찾아나서는 방식이다. 대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인력과 재원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에게 두 가지 방식 모두 쉽지 않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 차모건 팀장은 "대기업과 비교해 브랜드에서 밀리다 보니 공모전을 통한 모집에 한계가 있다"며 "그렇다고 스타트업 발굴을 위한 별도 조직을 꾸리긴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보 부족은 중견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의지마저 꺾는다. 설문조사에서 협업 애로사항으로 정보 부족에 이어 '내부 의사결정(경영자의 의지)'(41.5%)이 두 번째로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스타트업과의 접점이 없다보니 오픈이노베이션의 필요성을 느끼기 어렵다.
부산창경센터 관계자는 "파나시아처럼 직접 스타트업 정보를 접하고, 아이디어를 얻지 않는 한 협업은 어렵다"며 "우선 중견·중소기업과 스타트업 간 접점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담인력·보상체계 부재…OI 동력 떨어져" 이 조사에 응답한 중견기업의 48.9%는 스타트업과 협업에 불확실성을 가장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협업 대상 스타트업을 발굴해 검증하고, 계약을 맺기까지 투입되는 시간과 인력 대비 협업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안감은 신사업 담당 부서 유무와도 연관이 있다. 신사업 담당 부서가 있는 회사는 스타트업과의 협업 추진에 필요한 전담인력이 정해져 있다. 협업 결과에 대한 보상체계도 뚜렷하다. 반면 일반 사업부서가 스타트업과 협업해야 할 때가 문제다. 전담인력도, 보상체계도 뚜렷하지 않다.
오픈이노베이션을 운영하는 메르세데데스-벤츠코리아 이승용 차장은 "일반 사업부서에 근무하는 임직원 입장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은 대부분 업무 외 일로 느낄 수밖에 없다"며 "결과가 불확실한데다 보상체계 마저 뚜렷하지 않은 오픈이노베이션에 적극적으로 손을 들고 나설 임직원은 드물다"고 말했다.
실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사업 추진을 위한 부서 여부'를 묻는 질문에 '있다'고 답한 중견기업은 전체 15.2%에 불과했다. 결국 일반 사업부서가 오픈이노베이션까지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사업 전담 부서와 함께 오픈이노베이션에 대한 확실한 보상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보제공 확대해야…즉시 전력감 기술에 관심" 스타트업 협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으로는 '스타트업 관련 정보 제공'(28.8%)을 꼽았다. 이어 '금융지원'(26%), '기술지원(R&D)'(20.4%), '스타트업과의 교류 행사'(15.5%) 순이었다.
중견련 관계자는 "중견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중견기업이 단독으로 투자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협업 단계별 지원이 가능하도록 중견·스타트업 특화 펀드 조성 등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협업에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제조업의 경우 '소재·부품·장비 기술'(53.9%), 비제조업의 경우 '인공지능(AI)'(40.4%)으로 집계됐다. 세부업종별로는 식음료품업은 '헬스·뷰티케어'(42.3%), 자동차·트레일러업은 '소재·부품·장비 기술'(90%)이 높게 나타났다. 이종 산업 간 융합을 통한 신사업 발굴보다는 기존 사업에 경쟁력을 더할 수 있는 협업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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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김태현 기자 thkim124@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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