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강탈, 네이버 힘 빼놓는 일본

최우영 기자 기사 입력 2024.05.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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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라인 침공전]①일본 국민메신저 넘어 라인야후 각종 자회사·동남아시장 공략까지 '빨간불'

[편집자주] 네이버가 공들여 키운 글로벌 메신저 '라인'이 일본 정부의 먹잇감이 될 위기에 놓였다. 미국의 틱톡 강제매각법처럼 각 나라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넘어 외국 플랫폼 사냥에 직접 뛰어드는 시대, 한국 IT산업이 처한 상황과 대처 방안을 짚어본다.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유코 여사가 미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합동기지에서 워싱턴 일정을 마치고 전용기에 오르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유코 여사가 미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합동기지에서 워싱턴 일정을 마치고 전용기에 오르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일본이 라인야후(LY) 경영권 사냥에 나섰다. 네이버(NAVER (179,000원 0.00%))와 소프트뱅크가 50%씩 보유한 합작사 A홀딩스의 지분율을 조정해 사실상 소프트뱅크가 전권을 휘두르게 하려는 포석이다. 일본 정부가 나서서 네이버의 지배력을 줄이라고 저격하는 데 대해 최수연 네이버 대표조차도 "굉장히 이례적인 행정지도"라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라인야후에 대한 지배력 상실은 단순히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LINE)을 빼앗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1억명 가까운 동남아지역 라인 이용자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려던 네이버의 발판 자체가 흔들리는 격이다. 라인야후가 보유한 일본 유수의 이커머스, 간편결제, 배달앱 시장에서도 네이버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될 전망이다.


온 생활이 '라인'에서 가능…韓 카톡 뛰어넘는 日 수퍼앱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라인은 일본의 '국민앱'이다. 월 1회 이상 쓰는 이들이 9600만명이다. 메신저 기능에 더해 라인에서 뉴스를 접하고, 라인페이로 결제와 송금도 할 수 있다. 만화(라인망가), 음악(라인뮤직), 동영상 스트리밍(라인 VOOM) 등의 콘텐츠도 라인을 통해 즐긴다. 한국의 카카오톡을 뛰어넘는 일본의 수퍼 플랫폼으로 꼽힌다.

2011년 출시 당시만 해도 라인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기획하고, '첫눈' 출신 신중호 현 라인야후 대표가 개발을 총괄한 한국산 서비스였다.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와 '반반 경영'이 시작된 건 2019년부터다. 당시 네이버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계열사 Z홀딩스(야후재팬 운영사)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구조는 몇차례 변경을 거쳐 지난해 10월부터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지분을 가진 A홀딩스 아래 라인야후가 자리잡게 됐다.

널리 알려진 합작의 이유는 간편결제 시장 등에서 수천억원을 소모하며 출혈 경쟁하던 라인과 야후의 '휴전' 성격이었다. 여기에 더해 아이폰을 일본에 독점 공급하던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아이폰에 탑재할 킬러앱으로 라인을 눈여겨보던 중 적극적으로 합작을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지진 나 전화선 끊어져도 라인은 '쌩쌩' 고품질 서비스에 일본 정부 '주시'


2016년 4월 구마모토 지진. /사진=AP/뉴시스
2016년 4월 구마모토 지진. /사진=AP/뉴시스
라인이 진가를 발휘한 건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당시였다. 기존 전화망이 끊긴 상황에서 일본 사람들은 라인을 통해 구조를 요청하고 지인들의 안부를 물었다. 이후에도 지진이나 홍수 등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핫라인' 역할을 도맡았다. 일본의 IT전문 애널리스트 미카미 히로시는 "재난 상황에서 전화가 몰리면 연결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음성전화 대신 라인을 사용해야 한다"고 일본 언론에 기고했을 정도다.

업계에서는 라인이 일본의 주요 인프라처럼 작동하다보니, 일본 정부에서도 서서히 지배력을 일본에 돌려놔야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1995년 WTO(세계무역기구) 설립 이후 자유무역 기조에 따라 일본 역시 대부분의 산업분야에서 외국인지분율 제한 또는 외국인 이사 선임 제한 등을 철폐했다.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곳이 NTT(일본전신전화)의 기간통신 부문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 교수는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의 네이버 의존도를 낮추라고 요구한다는 건 이젠 라인이 기간통신 사업자 수준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NTT에 걸려있던 외국인 참여제한 규제를 라인에도 적용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인 뺏기면 아시아 시장에서 고전 예상


/사진=라인
/사진=라인
일본 정부가 노리는 것은 라인 메신저 서비스가 아닌, 서비스 운영사 라인야후의 모회사 A홀딩스 지분이다. 이 같은 '행정지도'를 네이버가 받아들일 경우 라인야후에 딸려있는 수많은 자회사들에 대한 입김까지 덩달아 약해질 수 있다. 라인야후는 일본 최대포털 야후재팬, 배달앱 1위 데마에칸, 이커머스 아스쿨, 간편결제서비스 페이페이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대부분의 일본 국민들이 설치한 '라인'을 통해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종들이다.

라인을 기반으로 동남아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려던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라인은 대만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국민 메신저 지위를 누리고 있다. 결국 라인야후의 지배력을 잃는다는 건 일본 시장을 넘어 아시아시장을 공략할 주요 수단을 잃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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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교수는 "현재 전 세계에서 수퍼앱이 가장 앞서나가는 곳은 위챗, 라인, 카카오톡이 활성화된 동북아지역"이라며 "잘 키워놓은 수퍼앱 라인에 대한 영향력이 사라진다는 차원에서 바라볼 때 우리나라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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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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