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테슬라·'봄바람' 토요타…하이브리드에 희비 갈렸다

윤세미 기자, 뉴욕(미국)=박준식 특파원 기사 입력 2024.04.17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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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AFPBBNews=뉴스1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AFPBBNews=뉴스1

전기차 수요 둔화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소식이 전해졌다. 시장 선두 주자 테슬라는 전 세계 직원을 10%가량 감원하기로 했다. 반면 하이브리드차는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시장 강자인 토요타는 올해만 주가가 40%가량 뛰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즈(FT) 등에 따르면 테슬라 창업주이자 CEO(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사내 직원용 메모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직원 수를 10% 이상 줄인다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최소 1만 4000명 이상을 해고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증권위원회(SEC) 서류에 따르면 테슬라의 직원 수는 14만 473명이다.

이런 결정에는 판매 둔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올해 1분기 전기차 인도량은 38만6810대로 전년 대비 8.5% 감소하며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다. FT는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와 달리 테슬라가 전기차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 둔화에 특히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는 감원 소식에 이날 주가가 5.59% 추락했으며 올해 주가 하락 폭은 35%가 넘는다.

반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중간 형태인 하이브리드차는 인기를 모은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조사업체 모터인텔리전스 자료를 인용해 올해 1분기(1~3월) 미국의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43% 급증한 데 반해 전기차 판매량은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보도했다.

전기차는 지난 수년 동안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충전의 불편함과 비싼 가격 등으로 기세가 꺾였다. 대안으로 떠오른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에 비해 낮은 가격, 내연기관 차에 비해 높은 연비, 주유의 편리함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런 흐름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도 파문을 일으켰다.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환 속도를 재검토하면서 하이브리드차 라인 강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예컨대 포드자동차는 최근 차세대 전기 픽업트럭을 포함해 북미 전기차 출시 계획을 1~2년 연기하는 한편 2030년까지 미국 출시 모델 전부에 하이브리드 버전을 제공한단 계획을 밝혔다.
테슬라와 토요타 올해 주가 추이/그래픽=임종철
테슬라와 토요타 올해 주가 추이/그래픽=임종철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하던 토요타는 최대 수혜주로 떠올랐다. 토요타는 과거 전기차 올인을 경계하며 하이브리드차 개발과 생산에 주력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4년 연속 세계 신차 판매량 1위를 지켰고 올해에도 수요가 증가할 것을 예상해 생산량을 2년 연속 사상 최대로 늘린단 계획이다. 토요타는 중장기적 안목을 재평가받으면서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40% 정도 올랐다.

한편 테슬라의 뒤를 이어 전기차에만 집중한 기업들은 울상이다. 우후죽순 생겨났던 전기차 신생기업들은 벼랑 끝에 몰렸다. 미국 전기 트럭 스타트업 로즈타운모터스가 지난해 파산했고 피스커는 지난달 상장 폐지됐다. 수소·전기 트럭 제조업체 니콜라는 주가가 0.65달러에 불과하고 럭셔리 전기차 제조사 루시드도 올해 주가가 42% 추락했다.
  • 기자 사진 윤세미 기자
  • 기자 사진 뉴욕(미국)=박준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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