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 연구 힘싣는 한은…'디지털 뱅크런' 막는 제도개선도 속도

박광범 기자 기사 입력 2024.04.15 15:09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공유하기
글자크기

2028년 실시간총액결제 방식 도입…은행권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제공비율, 단계적 100% 인상

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지급결제보고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하혁진 결제정책팀장, 윤성관 디지털화폐연구부장, 이종렬 부총재보, 이한녕 금융결제국장, 김철 결제감시부장, 이동규 결제안정팀장/사진제공=한국은행
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지급결제보고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하혁진 결제정책팀장, 윤성관 디지털화폐연구부장, 이종렬 부총재보, 이한녕 금융결제국장, 김철 결제감시부장, 이동규 결제안정팀장/사진제공=한국은행
한국은행이 CBDC(중앙화폐 발행 디지털화폐)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낸다. 또 '디지털 뱅크런(예금 대량인출)'을 막기 위해 '실시간총액결제(RTGS)'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은행권의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제공비율을 단계적으로 100%로 올린다.



CBDC 연구 앞장서는 한은…'아고라프로젝트' 속도


한은은 15일 발표한 '2023년도 지급결제보고서'를 통해 올해 CBDC 활용성 테스트와 함께 아고라 프로젝트를 통한 인프라 개선 연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아고라 프로젝트는 한은이 국제결제은행(BIS), 미국·영국·일본·프랑스·스위스·멕시코 중앙은행, 국제금융협회(IIF)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토큰화된 예금 및 기관용 중앙은행 화폐를 활용해 통화시스템의 개선 가능성을 모색하는 게 골자다.

아고라 프로젝트 출발점은 지난해 BIS가 제시한 통합원장 개념이다. 현 금융체계를 흔들지 않으면서 블록체인 등 기술을 활용해 현행 지급결제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으로 토큰화 된 예금을 통해 나라마다 다른 지급결제시스템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앞서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BIS 사무총장이 지난해 11월 '디지털 원(Digital Won)'이라고 표현한 한은의 CBDC 실거래 활용성 테스트 역시 통합원장개념의 한 사례다.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해외송금뿐 아니라 무역거래에서도 수출입대금 결제 등에 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미국 등 5대 기축통화국이 참여하면서 프로젝트의 실효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한은이 BIS와 통합원장 개념을 같이 연구해온 점을 인정받아 아고라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뱅크런 막아라…RTGS 도입, 은행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비율 100%까지 단계적 상향


한은은 RTGS 도입도 계획대로 추진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DNS(이연차액결제) 방식의 신속자금이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방식은 고객 간 자금이체는 실시간으로 처리되지만 한은금융망을 통한 참가기관 간 최종결제는 거래 다음 영업일 오전 11시에 이뤄진다. 하루동안 이뤄진 자금이체에 대한 참가기관 간 주고받을 금액을 모아 상계처리한 뒤 차액만 결제하는 식이다.

예컨대 어느날 A은행에서 B은행으로 총 100만원이 이체됐고 B은행에서 A은행으로 70만원이 이체됐다면 당일 A은행과 B은행은 각자 은행 자금으로 고객 계좌에 돈을 지급한다. 이후 다음날 오전 11시 한은이 A은행 당좌예금 계좌에서 차액 30만원을 빼 B은행에 넣어준다.

이 방식은 돈을 보내는 고객의 거래은행이 실시간 결제를 위해 적정 수준의 결제유동성을 상시 유지·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다만 디지털 뱅크런과 같은 일이 벌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A은행에서 돈이 급격히 빠져나가면 다른 은행들이 A은행으로부터 돈을 회수하지 못하는 신용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 다음날 차액을 정산받을 수 없어 리스크가 연쇄적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이 도입하려는 RTGS는 수취인 계좌에 실시간으로 돈이 지급되는 순간 해당 건에 대한 은행 간 결제까지 마무리 되는 방식이다. 거래 건마다 은행 간 정산이 완료되는 만큼 DNS 방식과 같은 신용리스크 노출 우려가 없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한은은 RTGS 시스템 구축 전 단기적으로 신용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보완책도 병행한다. 차액결제 실패를 대비해 은행으로부터 받아 놓는 담보(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비율을 지난해 8월 70%에서 80%로 올렸고 오는 8월 90%까지 높일 계획이다. 아울러 2025년 8월에는 100%로 인상할 예정이다.
  • 기자 사진 박광범 기자

이 기사 어땠나요?

이 시각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