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퇴직 후 주말농장하던 60대…"올 매출 5억" 사장님 됐다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4.01.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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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팔(OPAL·Older People with Active Lives)세대가 온다] 제2의 인생 2-②

[편집자주] 1958년에 태어난 신생아는 무려 100만 명. 베이비부머 세대로 불리는 이들이 의학에서 노인의 기준으로 삼는 '만 65세'에 지난해 대거 합류했다. 숨 쉬는 모든 순간 건강과 행복을 보장받고 싶어 하는 58년생 개띠들은 사회에서 은퇴 없이 왕성하게 활동하며 자신의 건강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첫 세대로 꼽힌다. 나보다 가족의 건강을 우선시한 이전 세대와는 사뭇 다르다. 살아있는 동안 '건강한 장수'를 꿈꾸는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웰니스(Wellness)'다. 의료계에서도 시니어 세대의 길어진 평균수명과 이들의 건강관리 수요를 반영해 치료법마저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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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1958년생)는 62세가 되던 2020년 4월, 창업을 결심했다. 교수로서 평생 연구해온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해 ADHD(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 진단·치료기기를 만들겠다는 포부였다. 그가 창업한 히포티앤씨는 ADHD진단·치료기기 개발에 성공했고 세계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헬스·웰니스'와 '가상·증강현실' 2개 부문에서 혁신상까지 수상했다. 히포티앤씨는 이후 제이커브인베스트먼트, 스타퀘스트자산운용, 인성정보에서 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고대원 팜에프 대표(1958년생)도 2020년 3월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강원도청 공무원으로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면서 창업으로 인생 2막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그가 취미생활로 즐겨왔던 주말농장에, 최근 공부하게 된 '아쿠아포닉스' 농업기술을 활용하면 성장성이 있을 것으로 봤다. 지난해 6월 첫 재배성과가 나오기 시작한 팜에프는 지난해 2억원, 올해는 약 5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오팔세대 창업가들이 늘고 있다.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억지 창업이 아니다. 은퇴 전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혁신에 도전하는 시니어들이 창업생태계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세운 스타트업들은 청년 스타트업보다 뛰어난 기술력과 노하우, 다양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해가고 있다.


기술창업 60대 비중 12%…7년 전보다 두 배 증가


3일 중소벤처기업부 창업기업동향에 따르면 2023년 1~3분기 기술기반업종으로 창업한 법인 중 대표자가 60세 이상인 법인의 비율은 11.59%로 2016년 6.85%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절대 규모를 봐도 2023년 1~3분기 기술기반업종 60세 이상 창업기업은 3623개로 2016년 연간 규모(2540개)를 이미 넘어섰다. 같은 기간 전연령대 창업은 3만1254개로 2016년 연간 규모(3만7102개)와 유사한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60세 이상의 증가는 독보적이다.

기술기반업종은 제조업, 정보통신업, 전문과학서비스업 등 지식기반업종을 의미한다. 특히 개인사업자가 아닌 법인으로 창업을 한 것은 지분투자 유치 등을 통해 성장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다수다. 업계 관계자는 "60대 퇴직자들이 이제는 치킨집이나 카페 같은 자영업이 아니라 스타트업을 통해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모습"이라며 "그간 현장에서 쌓은 기술·경험을 값어치 있게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60대 창업가 대부분은 생계 때문에 창업한 것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진흥원이 2021년 기준 업력 1~7년차 창업기업 8000개사를 조사한 창업기업실태조사에서 60대 이상 창업가들은 창업동기(복수선택)로 '더 큰 수입을 위해'(49.6%), '적성에 맞아서'(34.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생계형에 해당하는 '다른 선택이 없어서'라는 응답은 16.8%에 그쳤다.


매출·투자유치 등 경영실적도 청년층 앞서


시니어 스타트업들은 매출 등 실적도 평균을 웃돈다. 2022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시니어기술창업지원자금'을 받은 스타트업의 평균 매출액은 11억8600만원으로 '청년전용창업자금'을 받은 스타트업 평균 매출액 4억6500만원보다 2.6배 컸다. 시니어기술창업지원자금은 나이 제한은 없지만 대·중견기업 및 정부출연연구소 출신 은퇴자 등을 위한 융자지원으로 대부분 50대 이후 창업자들이 대상이다.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시니어 스타트업들에 주목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벤처투자를 유치한 257개 벤처기업 중 창업자의 창업 당시 나이가 50대·60대 이상인 곳은 29.6%(76곳)로 30대·20대 이하(26.8%, 69곳)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청년 스타트업에 비해 시니어 스타트업들은 기술 전문성과 사업 경험이 풍부해 더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다"며 "투자업계도 아이디어 기반인 청년 창업보다 기술·경험 기반인 시니어 스타트업들이 리스크가 더 적다고 보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시니어 창업 지원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시니어 창업에 퇴직금 등 자기자본이 과도하게 투입되지 않도록 자금 지원을 늘려야한다고 지적했다. 양현봉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니어 기술창업 실태와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시니어 기술창업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자금조달에 '퇴직금 등 자기자금'이 46.1%를 차지하는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시니어 기술창업 자금 확충 등 2010년대 중반 청년창업 촉진과 같은 적극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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