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도 가르칠 교수도 없다…'천재'에겐 너무 좁은 한국

김인한 기자 기사 입력 2023.12.23 08:40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공유하기
글자크기

[MT리포트] 천재를 품지 못하는 나라③
또래 친구도 없이 외길 갔던 송유근…
"UST 제도 유연하게 재정비 검토"

[편집자주] 천재(天才). 하늘이 내려준 영재라는 뜻으로 어린시절부터 천부적 재능을 보유한 사람을 일컫는다. 남들보다 일찍 재능을 발견한 영재들이 꾸준히 학습하고 시각을 넓힐 수 있도록 돕는 게 교육의 목적이다. 하지만 송유근·백강현 등 다수의 영재들은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갈 길을 잃는다. 한국의 영재 수난사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천재소년 송유근이 걸어온 길. /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천재소년 송유근이 걸어온 길. /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천재소년 송유근 군(26)이 걸어온 학업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9살 나이로 대학교에 입학했으나 대학 생활과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채 2년 만에 중퇴했다. 2009년 12살 때 학점은행제도로 컴퓨터공학 학사 학위를 받고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 석·박사 과정에 진학했으나 어린시절부터 지나친 관심을 받으면서 적응에 애를 먹곤 했다.

송 군은 2015년 UST 입학 7년 만에 '비대칭·비정상 블랙홀' 관련 내용으로 논문을 발표했다. 그 논문을 박사 학위청구논문으로 제출했지만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ApJ)도 논문 게재를 철회했다. 결국 학위청구논문 심사도 '무효' 처리가 됐다.

당시 논문이 철회된 이유는 지도교수였던 박석재 전 한국천문연구원장이 2003년 본인이 학회에서 발표한 학술발표문(Proceeding)을 대다수 사용하고도 인용 사실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위 '자기 표절' 논란이 일었고 제1저자였던 송 군도 관련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책임을 졌다.

이듬해인 2016년에도 송 군은 또 논문 표절 의혹으로 사회적 관심을 받았다.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송 군의 논문이 2011년 조용승 이화여대 명예교수 논문과 유사하다는 내용이 올라오면서 표절 의혹이 일었다. 당시 지도 교수였던 박석재 전 원장은 조용승 교수는 공저자였다고 해명했지만 유사 내용이 일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일로 지도교수였던 박 전 원장이 해임됐고 송 군은 연구를 지도해줄 교수가 없어 수년간 '떠돌이 연구생활'을 했다. 천재소년 타이틀 뒤에는 논문표절 의혹이 계속 따라다녔다. 결국 그는 2017년 1년간 대만에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논문을 작성해 학위청구논문심사를 신청했으나 이마저도 탈락했다.

송 군은 2018년 재학연한 9년이 모두 지나 UST에서 제적당했다. 그해 21살 나이로 군에 입대해 만기 복무했고, 전역 후에는 집 근처 도서관을 오가며 공부했다고 한다. 현재는 과거 인연을 맺었던 연구자 추천으로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로 넘어가 현직 박사들과 국제 공동연구에 참여 중이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도 인재가 드문 이론천체물리 분야 연구자로 블랙홀 연구를 하고 있다.

송 군을 지켜본 학계·과학기술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회의적 측면에선 송 군이 우수인재일지는 몰라도 사회적으로 과한 관심을 받아 과대평가됐다는 시각이다. 특히 공저자 논문 표절과 같은 연구부정은 '원스트라이크 아웃'(연구윤리 문제는 한 번에 퇴출)이고 어린 나이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네티즌들이 이른바 '좌표'를 찍고 송 군을 마녀사냥한다는 동정론도 있다.

UST 제도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다. 송 군이 UST에서 모든 학업과 연구를 마치고 논문 심사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제적시키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UST 석·박사 학위 재학연한은 최장 9년이다. 학교 측은 절차대로 심사해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UST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관련 제도를 전반적으로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양성과 관계자는 "UST는 학업과 연구를 병행하는 곳인 만큼 모든 과정을 수료했으면 박사학위 심사는 다시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소급적용까진 어렵더라도 향후 이공계 우수인재를 육성할 수 있도로 재학연한이나 박사학위심사 제도 등의 유연화는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 기자 사진 김인한 기자

이 기사 어땠나요?

이 시각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