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게 눌러야 겨우 보이는 초음파…이젠 척 붙이면 심장병 보인다

김태현 기자 기사 입력 2023.06.1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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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유양모 엣지케어 대표

유양모 엣지케어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유양모 엣지케어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초음파는 우리 일상 속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의료기술 중 하나다. 뱃살이 걱정되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라도 회사 건강검진 때 초음파로 복부비만 정도를 측정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산부인과에서도 태아의 움직임을 확인할 때 초음파 영상장치를 이용한다. 초음파는 방사선을 이용하는 엑스레이(X-ray)와 달리 무해하다. 또 MRI(자기공명영상)보다 검사시간도 짧고, 비용도 저렴하다.

이렇듯 장점이 많은 초음파지만 단점도 있다. 초음파는 뿌옇게 된 흑백 영상인데다 계속 움직인다. 이 때문에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는 숙련된 전공의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초음파로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계속 추적하기 어렵다. 활용할 수 있는 영역도 제한적이다.

2020년 서강대 교원창업으로 문을 연 엣지케어는 초음파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양모 엣지케어 대표는 "초음파 영상 장치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환자를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솔루션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말 못할 고민에 우는 배뇨장애 환자…AI 초음파로 해결


방광 부피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UH10 /사진제공=엣지케어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와 융합의생명공학과 교수를 겸임하고 있는 유 대표가 엣지케어 설립을 결심하게 된 것은 초음파 관련 기술사업화 과제를 수행하면서다. 유 대표는 "2009년 서강대에 온 이후 여러 초음파 관련 과제를 진행하면서 혁신적인 기술을 내놨지만, 대부분 흐지부지 사라졌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이렇게 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유 대표가 가장 먼저 주목한 건 잔뇨량을 나타내는 방광용적이다. 유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배뇨 장애를 겪는 환자가 4억2000만명에 달한다. 국내에서만 300만명 정도"라며 "이들 대부분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소변 탓에 2~3시간 영화를 보거나 장거리 이동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엣지케어의 초음파 방광용적 측정기 'UH10'은 경쟁 제품 대비 작고 가볍다. 성능면에서도 월등히 뛰어나다. 방광용적을 측정하는 센서가 64개나 들어있다. 1개 센서로 측정하는 경제 제품과 달리 버튼 한번만 누르면 방광용적을 측정할 수 있다. 패치형으로 실시간 모니터링도 가능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향후 출시 예정인 UW10의 AI(인공지능) 기능이다. 보통 사람은 잔뇨량이 300cc가 넘으면 화장실을 가고 싶어한다. 400cc, 500cc가 넘으면 소변을 눠야한다. UW10의 AI는 환자의 방광 부피를 스스로 측정한다. 그리고 이용자가 설정한 것보다 방광 부피가 커지면 알람을 보낸다.

유 대표는 "UW10가 알람을 보내면 간호사와 의사 등 의료진들이 즉각 환자 상태에 대응할 수 있다"며 "전문적인 초음파 분석 능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혈류까지 잡는 초음파…비침습적 방식으로 문제해결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엣지케어는 패치형 초음파 측정기의 기능을 더 확장해 나가고 있다. 가장 눈 여겨보고 있는 분야는 혈역학이다. 혈역학은 심장과 뇌 등 인체 주요 장기 혈관에 흐르는 혈류량을 측정한다. 혈관 질환의 경우 언제 어떻게 발병할지 모르기 때문에 사전에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그러나 측정 방식이 문제다. 심장에서 뿜어내는 혈류량을 뜻하는 심박출량을 측정할 때 통상 침습적인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심장 혈관에 직접 카테터를 꼽고 심박출량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외부에서 직접 측정기기를 꽂아 넣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오염 위험성도 크다. 또 혈류가 뿜어져 나올 때만 간헐적으로 측정되기 때문에 실시간 추적이 어렵다는 게 단점이다.

또 하나 문제는 의료기기로써 보건당국의 허가가 어렵다는 점이다. 의료기기는 인체에 대한 유해성에 따라 등급이 분류된다. 침대나 휠체어 등 유해성이 없는 건 1등급, 초음파와 X-ray 등 약간 유해성은 있을 수 있지만 몸 바깥에 이뤄지는 건 2등급, 인체에 삽입해야되는 건 3등급으로 분류된다. 인체에 삽입한 이후 상당 시간 측정해야 하는 것은 4등급으로 분류된다.

엣지케어가 개발 중인 초음파 혈역학 측정기기 'CW10'은 이런 부분에서 기존 경쟁 제품의 우위에 서있다. 비침습적인 방식으로 환자와 의료진의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고, 보건당국으로부터 빠르게 허가를 취득할 수 있다. 또 패치형 초음파로 실시간 추적이 가능하다.

유 대표는 "외상 출혈이나 수술로 심박출량이 떨어진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수액 소생술은 자칫 잘못하면 뇌부종, 폐부종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부작용을 막으려면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엣지케어의 패치형 초음파 솔루션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외 영업망 탄탄…8조원 초음파 시장 공략 나선다


유양모 엣지케어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유양모 엣지케어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엣지케어는 올해 하반기 초 삼성서울병원에서 초음파 혈역학 측정에 대한 기본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올해 연말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고, 내년 7월 출시할 계획이다. UH10은 올해 1월 출시해 판매 중이다. 내년 4분기에는 웨어러블 초음파 방광측정기도 출시한다.

유 대표는 "초음파 방광용적 측정 관련 글로벌 시장 규모는 연간 3조3200억원, 초음파 혈역학 측정 관련 글로벌 시장은 연간 5조원으로 추정된다"며 "웨어러블 초음파 기기의 경우 모바일과 연동해 언제 어디서든 잔뇨량을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엣지케어는 제품 판매에 중요한 영업망도 충분히 갖췄다. 수도권과 지방에 규모 있는 대리점을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해외 영업망 확대를 위한 베테랑 인력도 이미 영입했다.

원상휘 엣지케어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GE헬스케어, 필립스헬스케어, 삼성메디슨, 케어플러스메니칼 등에서 마케팅과 프로덕트 매니저를 맡아왔다. 현재는 말레이시아, 독일, 북미 등 해외 영업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유 대표는 "필립스 헬스케어에서 초음파 업무를 담당하면서 현장에서 쌓았던 경험들이 의료기관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도 의료 현장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환자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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