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보다 껍데기가 돈이네"…소재로 바꾸니 '780억 시장' 열렸다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3.04.1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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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패각 /사진=뉴스1
굴 패각 /사진=뉴스1
해양·대기를 오염시켜왔던 굴 껍데기가 산업자원으로 변신하고 있다. 소재·화학 스타트업들의 혁신기술 덕분이다. 특히 굴 껍데기를 통해 만든 화학물질 일부는 소재 국산화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굴 등 패류껍데기는 해안지역 오염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왔다. 양식 과정에서 플라스틱 코팅 로프 등이 섞이는데, 그대로 바닷속에 투기돼 미세 플라스틱을을 발생시켜서다. 해양 오염을 막기 위해 소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때는 발암물질인 휘발성유기물질(VOC)과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대기를 오염시킨다.

이에 산업계에서는 굴 껍데기의 재활용 시도가 이어져왔다. 특히 굴 껍데기의 90% 이상이 탄산칼슘으로 이뤄져 있어서 활용도가 높다고 봤다. 탄산칼슘은 건축재료, 제지공정, 철 제련, 유리 제조 등 산업계 곳곳에서 활용되는 물질이다. 그러나 굴 껍데기에 소금기나 모래 등 불순물이 많아 추출이 쉽지 않았다.

PMI바이오텍이 굴껍데기를 활용해 만든 탄산칼슘
PMI바이오텍이 굴껍데기를 활용해 만든 탄산칼슘
스타트업 PMI바이오텍은 굴 껍데기를 묽은 염산에 용해하는 방식으로 고순도 탄산칼슘을 추출한다. PMI바이오텍이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다. 굴 껍데기를 용해해 칼슘을 이온 상태로 바꾸고 불순물을 걸러내 칼슘만 추출하는 방식이다. 용해 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반응시키면 순도 99.5%의 탄산칼슘이 추출된다. 용해 방식 추출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아 소성(열처리) 방식보다도 친환경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시장성은 높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탄산칼슘 시장규모는 약 780억원으로, 고순도 탄산칼슘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박정규 PMI바이오텍 대표는 "용해 방식은 친환경적인 것은 물론 소성 방식보다 단가도 저렴하다"며 "국내 시장은 물론 글로벌 탄산칼슘 시장에도 진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토이즈앤의 굴껍데기 업사이클링 제품
토이즈앤의 굴껍데기 업사이클링 제품
화학 공정 대신 디자인과 아이디어로 굴 껍데기를 업사이클링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토이즈앤은 굴 껍데기를 세척, 분쇄, 정제, 혼합, 성형해 도자기와 유사한 재질의 신소재로 바꾸고 인센스홀더(향 받침대) 등 디자인 제품을 만들었다. 해당 제품은 신세계면세점, 일본 Z몰, 미국 아마존, 싱가포르 소피 등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우하영 토이즈앤 대표는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굴 껍데기 재활용 기술이 진전되고 있다"며 "이들 분야끼리 협업한다면 굴 껍데기 재활용 산업이라는 거대한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선 굴 껍데기를 활용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굴 양식 규모가 커지면서 곳곳에서 껍데기 처리가 이슈로 대두되고 있어서다. 연간 폐기되는 굴 껍데기 량은 국내에서만 30만톤 , 중국에서는 420만톤 이상으로 추산된다.

정부도 굴 껍데기 등 수산부산물 재활용 시장 육성에 적극적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7월 재활용 촉진을 위해 수산부산물을 산업폐기물에서 제외한 수산부산물법을 시행했고, 올해는 '제1차 수산부산물 재활용 기본계획'을 통해 재활용 자원화 시설 구축, 공공구매 확대 등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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