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또 위기오나…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 소송당했다

송지유 기자 기사 입력 2023.03.2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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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품선물거래위원회, 바이낸스와 CEO 등 제소…
"미 연방법 등 규정 위반", 법원에 거래 금지 요청…
연방검찰·국세청·증권위 등도 일제히 조사 나서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 / ⓒ 로이터=뉴스1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 / ⓒ 로이터=뉴스1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바이낸스는 미국에 사무실을 두지 않고 있는 만큼 이번 제소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바이낸스에 대한 미 금융 당국의 첫 철퇴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미 CFTC는 이날 바이낸스가 파생상품 등에 대한 규정을 위반했다며 시카고 연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와 새뮤얼 림 바이낸스 전 최고규정책임자도 이를 방조한 혐의로 소송 대상에 포함됐다.

미 연방법에 따르면 미국인들에게 금융상품 거래를 중개할 경우 반드시 기관에 해당 플랫폼 등록을 해야 하지만 바이낸스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소송 이유다. CFTC 측은 "바이낸스는 미국에 고객 기반을 육성하면서 자사의 이익을 위해 적용할 수 있는 연방법을 무시했다"며 "법원에 바이낸스의 불법 이득에 대한 추징과 함께 민사상 벌금, 영구적인 거래·등록 금지 등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CFTC가 시카고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바이낸스와 자오 CEO, 새뮤얼 림 등은 상품거래규정(CEA) 핵심조항 8개를 위반했다. 특히 고객의 실제 신원을 파악하는 등 자금세탁과 테러자금거래 등 방지를 위한 프로그램을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뉴스1
ⓒ로이터=뉴스1
CFTC는 그동안 바이낸스가 미국인 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를 중개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조사를 벌여왔다. 바이낸스 측은 중국에서 회사를 설립돼 싱가포르 등에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미 관할 내에 자사의 근거지가 없다는 이유로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CFTC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에 거주하는 고객들이 바이낸스 계좌의 약 16%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오 CEO 등이 미 기관투자자 등 VIP 고객 유치를 위해 당국의 추적, 자산동결 등 정보를 이들에게 공유하는 특권을 제공하기도 했다. 또 2020년 8월 한 달 간 파생상품 거래로만 6300만달러(약 818억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로스틴 베넘 CFTC 위원장은 "바이낸스는 수년간 미국 금융당국의 규정을 명백히 위반했을 뿐 아니라 규제를 피하려고 적극 노력했다"며 "이번 제소는 미국의 법을 고의적으로 무시하고 회피하려는 디지털 자산 플랫폼과 경영진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CFTC의 제소로 바이낸스 영업이 심각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외신들은 봤다. 바이낸스에 대한 미 규제 당국의 첫 번째 옥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CFTC의 제소는 바이낸스를 단속하려는 미국의 가장 주목할 만한 조치"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현재 CFTC 외에 연방검찰과 국세청도 바이낸스의 자금세탁 방지 의무 준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증권거래위원회는 바이낸스가 미등록 증권 거래를 지원했는지 여부를 살피고 있다.

미국 규제당국이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와 자오창펑 CEO 등을 제소했다는 소식에 비트코인 시세가 급락세다. 사진은 28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 /ⓒ사진=뉴시스
미국 규제당국이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와 자오창펑 CEO 등을 제소했다는 소식에 비트코인 시세가 급락세다. 사진은 28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 /ⓒ사진=뉴시스
바이낸스 측은 이날 CFTC 제소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실망감이 크다"며 "우리는 지난 2년간 미국인들이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도록 상당한 투자를 해왔다"고 반박했다. 회사 측은 이어 "규정 준수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추가로 8000만달러(약 1036억원)를 쓰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자오 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가짜 뉴스, 공격 등을 무시하라"는 의미의 '4'라는 숫자를 올리기도 했다. 한편 미 당국이 바이낸스에 칼을 빼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 시세는 2만7000달러선이 붕괴돼 2만6500달러(약 3430만원) 선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더리움은 역시 약세로 돌아서 1700달러 지지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 기자 사진 송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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