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디지털헬스]네이버·카카오도 투자…"건강관리 '진짜 맞춤형'으로"

박미리 기자 기사 입력 2022.10.2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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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김영인 가지랩 대표
헬스케어社 '눔' 한국·일본 대표 출신
'개인 맞춤형 웰니스 큐레이션' 개발

[편집자주] 디지털 전환이 사회 화두가 된지 5년이 지났다.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혁신이 요구되는 흐름이다. 제약·바이오, 의료 등 헬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건강, 생명과 직결되는 업의 특성상 더뎠을 뿐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30% 고성장이 점쳐진다. 전 세계 수많은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ICT 강국이다. 제약·바이오 후발주자 입장으로선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국내 디지털 헬스 대표주자들을 만나 이들이 만들어갈 변화를 미리 살펴본다.
# 5년차 직장인 김가지(가명)씨. 최근 몸이 무거워진 느낌이 들어 체중계에 올랐다. 5초 후 애써 외면해온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다. '내일부터 살 뺀다!' 굳게 다짐하고 친구로부터 추천받은 한 모바일 앱에 접속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설문을 마친 그에게 '체중 감량법'이 전달됐다. '개인 맞춤형 솔루션이라더니, 이 정도면 해볼만 한데?' 가이드라인에 따라 식단, 운동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제조사 중심 헬스케어 시장, '개인' 중심으로 전환돼야"


가지랩이 내년 초 선보이기 위해 개발 중인 '개인 맞춤형 웰니스 큐레이션' 서비스다. 가지랩은 의사이자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눔(Noom)'의 한국 및 일본 지사를 이끌었던 김영인 대표가 눔 멤버들과 꾸린 회사다. 김영인 가지랩 대표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많은 제품들이 개인 맞춤형을 외쳤지만 정작 맞춤형이 없었다"며 "건강 관련 소비가 이뤄지는 플랫폼 상당수가 제조사가 운영하는 자사몰인데, 이러한 자사몰은 타사 제품을 추천하지 않는다. 개인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가 제공되면 제조사 중심으로 짜여진 현 헬스케어 시장의 정보 비대칭이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설립 후 지금까지 성과는 고무적이다. 설립한지 1년이 안된 신생기업의 출시되지 않은 서비스에 네이버, 카카오벤처스 등 국내 ICT 기업들이 일제히 투자자로 나섰다.

가지랩은 향후 '해결하고 싶은 웰니스 문제가 있는 사람'에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즉 병원에 가지 않고 체중감량, 스트레스, 수면관리 등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현재 의료환경에서는 의사가 하는 역할 외에 환자가 스스로 해야하는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헬스 분야는 비정형 데이터가 많은 데다 내용마저 복잡해 개인이 결과에 대한 완벽한 액션을 취하기 어렵죠. 그래서 저희는 개인의 건강 문해력을 높이는 데 일조하려고 해요. 마이데이터(데이터 주인은 회사가 아닌 고객) 사업을 먼저 시작한 토스를 보면 소비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게 현재 상황이고 이러한 습관이 있으니 이 제품을 쓰라고 설명해주잖아요. 저희의 경우엔 '병원에 가서 진료를 보면 좋습니다', '체중감량을 위해 이러한 식단, 운동을 하면 좋습니다' 등 개인 맞춤형 솔루션을 친절하게 추천할 수 있죠."

가지랩이 소비자와 소통하고, 소비자를 이해하려는 통로는 '설문'이다. 설문으로 소비자의 현 상태를 파악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 서비스 구조가 직관적이고 간결하다.

"설문은 △소비자 정보△소비자가 해결하고 싶은 웰니스 문제와 관련한 지식 △소비자를 둘러싼 환경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진행할 예정이에요. 체중감량을 원하는 소비자를 예로 들어볼게요. 왜 체중감량을 하고 싶은지, 과거에 체중감량을 위해 한 경험이 어땠는지(소비자 정보)를 묻고 체중감량을 위한 어떤 지식을 알고 있는지, 해당 지식은 어떤 경로로 습득했는지(웰니설스 문제 지식)를 물어요. 이후엔 직장을 다니는지, 출퇴근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동거가족이 있는지 등 소비자 환경을 파악하는 거죠. 설문을 마친 소비자는 답변을 근간으로 한 진단지와 솔루션을 받게 되는데요. 이때 솔루션이 개인 성향에 따른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거에요. 실천력이 강하지만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정반대인 사람이 있고 성향들이 다르잖아요. 'A씨는 체중감량을 위해 처음엔 운동보다 식단관리를 하세요. 그렇다고 무리하게 식단관리를 하진 말고 현재 드시고 있는 양부터 기록해봅시다.' 혹은 '지금은 체중감량을 위해 운동을 하실 때네요. B씨한테는 지금 이런 운동이 맞고 이 장비가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이런 식으로 소비자 성향에 맞는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거죠. 이 과정에서 설문지는 너무 길어지지 않게, 결과지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활용해서 소비자가 쉽게 해석할 수 있게 만들려고 하는 중이고요."



양질 데이터 확보, 활용이 서비스 핵심


이러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 구현의 핵심은 얼마나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지, 확보한 데이터를 얼마나 잘 분석하고 활용하는지다. 가지랩도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해 정교한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구축하기 위해 역량을 쏟고 있다. 김 대표는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해 스타트업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며 "사내 상주하는 의사들이 각사의 임직원들이 건강관리 관련 궁금해하는 게 무엇인지, 이에 대해 어떤 답변을, 어떠한 방식으로 주는게 좋을지 기록을 쌓고 이를 기반으로 어떤 솔루션을 추천하는게 좋을지 AI 엔진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큐레이션 주도권을 가져와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신뢰를 쌓아 관계를 오래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지랩의 AI 알고리즘 중간 성적은 좋다. 김 대표는 "AI 알고리즘으로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에 최종 선정됐다"고 말했다. 우수기술을 보유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유망 스타트업에 정부와 민간 투자사가 연구개발(R&D) 비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설문, 결과 단계도 가지랩이 신경쓰는 부분이다.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채널인 만큼 어떤 방식을 쓰느냐에 만족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만족도는 신뢰를 쌓는 필수조건이다. "타고나는 유전체 검사는 한 번 검사하면 끝이지만 웰니스 분야는 단칼에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많아요. 똑같은 질문을 해도 시기, 상황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소비자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이렇게 잘 케어해주고 싶다'는 진정성을 담아 전달해주는 방식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어요. 진단을 빨리하고 수술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힘드셨겠구나' 내 상황을 깊게 이해해주는 진정성도 중요한 요소로 판단되잖아요. 저희 첫 설문에서 관리를 받는 기분이 들고, 이후 어떤 솔루션을 받았는데 도움이 됐다는 만족감까지 느끼면 소비자와 신뢰있는 관계가 쌓일 수 있다고 믿어요. 그리고 저희는 큐레이션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회사잖아요. 누구보다도 이 역할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큽니다."

  • 기자 사진 박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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