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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벤처기업 분포/그래픽=임종철올해 중소벤처기업부 모태펀드 출자사업부터 비수도권 지역 스타트업 투자 20% 의무화가 시행되면서 벤처투자(VC) 업계가 고심하고 있다. 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투자할 만한 지역 스타트업이 부족해서다. '조건부 투자'나 '무늬만 지역 기업'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5일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올해 1월 공고한 '모태펀드 2026년 1차 정시 출자사업'에는 신설된 일반 모태 자펀드의 지역투자 20% 의무화 규정이 포함됐다. 모태펀드 위탁운용사(GP)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이외 지역에 본점이나 주사무소를 둔 지역 기업에 약정총액의 20% 이상을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이번 1차 출자사업을 통해 한국벤처투자는 1조6300억원을 출자해 3조6000억원 이상의 자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지역 벤처 생태계를 키운다는 정책 목표는 좋지만 당장 자금을 집행할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VC 업계는 입을 모은다. 한 VC 대표는 "모태펀드 출자를 받기 위해 지역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고 제안서에 쓰겠지만 막상 펀드를 결성하고 나면 실질적으로 투자할 만한 규모나 기술력을 갖춘 지역 스타트업을 찾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현실은 벤처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회원사 분포에서도 확인된다. 벤처기업협회 소속 회원사 1만9343개 가운데 58.9%가 수도권에 위치한 기업인 반면 울산·광주·전남 소재 기업 비중은 각각 1% 수준에 그쳤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전체 회원사의 78.9%(지난해 말 기준)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지역별 회원사 현황/그래픽=이지혜업계에서는 이 같은 미스매치가 결국 조건부 투자 관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특히 이번 출자 규정에는 '투자 기간 내 동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포함'이라는 단서 조항이 달렸다. VC 등 투자사가 수도권 기반 유망 스타트업에게 투자를 조건으로 본점 이전이나 지역 내 연구소 및 법인 설치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풀이다.
한 VC 심사역은 "사무소 신설 등을 조건으로 투자 논의를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과거에도 지역 출자 펀드로 투자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사무소를 설치하도록 한 뒤 투자를 진행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이미 현장에선 자금 조달을 위해 형식적으로 지역에 거점을 마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사업 선정 과정에서 법인을 지역에 설립했으나 인력 채용 등의 문제로 현재는 일부 인원만 해당 지역에 상주하고 있다"며 "일이 있는 경우 서울에서 오가면서 사업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에 지원한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지방 기업의 투자 저변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형식적인 대응에 그치기보다 카이스트(KAIST), 유니스트(UNIST) 등 지역 기반 대학 출신 창업자나 창조경제혁신센터, 테크노파크 등과 연계해 투자 기업을 발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