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박지원 대표, 정말 넥슨을 망치고 왔나

최우영 기자 기사 입력 2024.05.1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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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마켓]
하이브 방시혁-민희진 갈등 과정서 박지원 대표의 넥슨 시절에 대한 비판 나와
서든어택2, 듀랑고 등 실패한 신작 일부 있었지만 재무구조는 꾸준히 개선
게임업계 DNA를 엔터업계 이식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 가능성도

[편집자주] 남녀노소 즐기는 게임, 이를 지탱하는 국내외 시장환경과 뒷이야기들을 다룹니다.
박지원 하이브 대표. /사진=하이브
박지원 하이브 대표. /사진=하이브
방시혁 HYBE(하이브 (203,500원 ▲3,000 +1.50%)) 창업자와 하이브 계열사인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간 경영권 갈등이 공개되면서 불똥이 여러 곳으로 튀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게임사 넥슨 출신의 박지원 하이브 대표를 겨누고 있다. 방시혁 창업자와 함께 '개저씨'로 거론되며 "넥슨을 말아먹고 하이브에 와서 똑같은 짓을 반복한다"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민희진 대표가 방시혁, 박지원 등 하이브 인사들에게 '무능' 프레임을 씌우는 가운데, 정작 게임업계에서 바라보는 박지원 대표에 대한 평은 상반된 모습이다. 넥슨코리아 대표 시절 넥슨의 주요 출시작들을 본 궤도에 올려놓으며 매출을 끌어올렸던 기억 때문이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원픽' 박지원, 넥슨코리아 사상 첫 매출 1조 돌파


넥슨 판교사옥 전경. /사진=넥슨
넥슨 판교사옥 전경. /사진=넥슨
박 대표는 넥슨 초창기이던 2003년 입사해 2009년 넥슨 재팬 경영기획실장을 맡았다. 2010년 넥슨 재팬 운영본부장을 맡으며 이듬해 넥슨의 일본 증시 상장을 주도했다. 이후 2012년 넥슨코리아 글로벌 사업총괄에 이어 2014년 3월부터 2018년 1월까지 넥슨코리아 대표를 맡았다. 당시 대세가 될 모바일 게임시장에 대응할 적임자로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직접 박지원 대표를 지목했다고 알려졌다.

박 대표 재임 시절 넥슨코리아의 개별기준 매출은 2014년 7395억원에서 점진적으로 늘어 2017년 1조297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1조 매출 시대를 열었다. 영업이익은 2014~2016년 1000억원 안팎을 꾸준히 기록하다 2017년 673억원으로 줄었다. 이는 모바일게임 출시가 늘어나면서 구글, 애플 등 앱마켓에 내는 수수료와 광고비가 급증한 환경 요인이 컸다. 실제로 2017년 넥슨코리아의 영업비용은 9623억원으로, 지급수수료는 전년 대비 17.5%, 광고선전비는 23.5% 늘었다.


희대의 망작 서든어택2, 박지원의 과오?


넥슨 홈페이지에서도 사라진 실패작 서든어택2. /사진=유튜브 캡처
넥슨 홈페이지에서도 사라진 실패작 서든어택2. /사진=유튜브 캡처
객관적인 재무지표 개선에도 불구, 박지원 대표가 넥슨코리아 경영에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박 대표의 재임 당시 개발하던 출시작들을 근거로 제시한다.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작품은 2016년 출시 2달만에 조용히 서비스를 종료한 FPS(1인칭슈팅게임) 서든어택2다.

서든어택2가 실패작이라는 데는 업계 안팎에서 이견이 없다. 서든어택2는 출시 직후부터 캐릭터의 과도한 선정성, '뽑기템' 랜덤박스 도입, 스토리모드의 기괴한 개연성, 떨어지는 게임성 등으로 집중포화를 맞았다. 같은 시기에 나온 블리자드의 오버워치에게 처참하게 밀려 '명예로운 죽음'이라는 조롱까지 받았다. 심지어 넥슨 홈페이지의 '히스토리'에도 기재되지 않을 정도로 망했다.

게임업계에서는 서든어택2의 실패만을 두고 박 대표를 비판하는 건 과도하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게임사들이 10종의 신작을 퍼블리싱(유통)하면 9종이 실패하는 게 게임업계의 일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지원 대표 시절 넥슨은 카카오를 활용한 다수의 모바일게임을 출시하며 시장 트렌드를 잘 따라갔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며 "2016년 출시한 모바일 RPG(역할수행게임) 히트가 그 해 국내 게임 최고의 영예인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한 점만 봐도 박 대표를 '실패의 아이콘'으로 부르는 건 무리수"라고 바라봤다.

박 대표의 실패한 레퍼런스로 일부에서 지목하는 '야생의 땅: 듀랑고'의 경우엔 당시 MMORPG의 대세였던 '리니지라이크'를 벗어나 '착한 MMORPG'를 시도한 게 패착이라는 평이 주를 이룬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실패했지만, 게임성에 대해서는 2018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며 인정 받았다. '탈 리니지'를 위한 한국 게임업계의 시도 중 주목할만한 성과를 낸, 하나의 '실험'으로 여겨진다.


게임업계 DNA, 엔터업계에 무리하게 이식했나


최근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전략은 다수의 개발사에 지분투자를 하고 신작을 순차적으로 출시하는 게임업계의 패턴을 닮아있디.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최근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전략은 다수의 개발사에 지분투자를 하고 신작을 순차적으로 출시하는 게임업계의 패턴을 닮아있디.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박 대표의 넥슨 시절 실적에 대한 근거 부족한 비판과 달리,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는 비판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넥슨과 같은 대형 게임 퍼블리셔들이 다양한 게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식을 엔터업계에 그대로 적용했다는 것이다. 게임사 입장에선 어떤 작품이 흥행할지 확신할 수 없으니 다양한 개발사의 신작을 받아 출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에서도 새로운 게임이 나올 때 기존 게임의 마케팅비용을 줄이고, 이 때문에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갈등을 빚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게임사는 다양한 게임을 키워 전체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싶은데, 개발사 PD는 자신의 작품을 최우선에 놓기 때문이다. 보통은 퍼블리셔가 '갑'이기에 갈등이 길어지지 않는다. 박지원 대표가 하이브를 '게임 퍼블리셔'로 생각하고, 민희진 대표의 어도어와 뉴진스를 '게임 개발사'로 여겼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최근의 하이브 내부 갈등을 유발한 의사결정은 창업자인 방시혁 의장으로부터 나왔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지원 대표가 게임업계 방식의 포트폴리오 플레이를 엔터업계에 이식했다 하더라도, 이를 실행할지 여부는 고스란히 오너 창업자에게 달려있다"며 "하이브가 예전부터 게임업계 출신을 우대하고 다수의 임직원을 스카우트한 배경에는 방시혁 의장의 경영방식이 대폭 반영됐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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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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