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일본이 달라졌어요…"한국 추격, 디지털 전환 몸부림"

김상희 기자 기사 입력 2024.02.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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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키플랫폼 - 디지털 전환 시대의 혁신과 리더십] 나카 이무타 테크터치 대표 인터뷰

[편집자주] 우리 삶을 바꿀 중대한 글로벌 이슈와 어젠다를 톺아보는 머니투데이 연례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이 2024년 우리 기업들이 현재의 경제 생태계에서 살아남고 성장하는데 필수적인 디지털 전환(DX)을 위한 혁신과 리더십에 대해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를 지상중계합니다.
일본이 그동안 뒤처졌다고 평가받던 디지털 전환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나서면서 기업들의 디지털 혁신이 어떻게 얼마나 이뤄질지 주목된다.
일본이 그동안 뒤처졌다고 평가받던 디지털 전환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나서면서 기업들의 디지털 혁신이 어떻게 얼마나 이뤄질지 주목된다.
최근 일본이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장기적인 저성장으로 '잃어버린 30년'을 맞았던 일본은 최근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 지수의 최고가를 34년 만에 경신했다. 또 한때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다 한국, 대만에 리더 자리를 내줬던 일본은 최근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의 공장을 유치하며 반도체 산업 부활을 꿈꾼다.

달라진 모습은 이뿐만이 아니다. 디지털·모바일 시대 들어 혁신에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며 스타트업·혁신 생태계 육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일본 내 스타트업 수를 10배로 늘리는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지난해부터 추진 중이다.

또 최근 일본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 중인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도 주목된다. 첨단기술 경쟁 시대, 국가경제의 명운을 좌우할 디지털 전환에 있어 일본은 그동안 미국은 물론 한국보다도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이 제조업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고, 원천기술과 R&D(연구개발) 역량, 인재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최근 DX 추진의 과정과 성과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머니투데이는 일본 기업들의 디지털 혁신을 지원하고 있는 테크터치의 나카 이무타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 기업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DX에 나서고 있는지 취재했다. 테크터치는 시스템 활용 시각화, 오류 제거, 실시간 업무 가이드 등의 기능을 제공해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는 업무 효율화 디지털 도구를 개발한다. 토요타는 테크터치 도구를 통해 데이터 입력 시간을 3분의 1로 단축시켰다.

이무타 대표는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신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문화와 인재가 변화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일본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데 리더십의 역할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거버넌스까지 바꿔 가며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아날로그 세상의 최강자였던 일본이 디지털 세상의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려고 하는지 이무타 대표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나카 이무타 테크터치 대표/사진제공=테크터치
나카 이무타 테크터치 대표/사진제공=테크터치


디지털 전환의 핵심…리더십·비전·거버넌스


제조, 금융, 유통, 건설, 석유화학 등 전통 산업의 기업들은 거대한 덩치만큼 변화를 시도하고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다. 따라서 신속하면서 유연한 의사결정을 필요로 하는 디지털 시대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더욱 절실하다. 이무타 대표는 디지털 시대의 리더십은 기술이 아닌 문화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리더가 아무리 첨단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더라도 조직 문화가 디지털에 맞게 달라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는 의미다.

"리더십의 맥락에서 DX는 조직 전략 자체와 관련이 있습니다. DX는 단순한 신기술 도입이 아니라 조직 문화와 인재의 변화로 정의됩니다. 이는 비즈니스 강화를 위한 방법으로 간주되는 것입니다. 일본 기업은 리더십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많은 기업에서 경영진이 DX 추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조직 전체가 신속하게 실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비전을 명확히 하고 실행 프로세스의 개요를 설명함으로써 DX 구현을 가속화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무타 대표의 말처럼 디지털 리더십을 갖추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리더의 디지털 비전이다. 첨단 기술 도입만으로는 DX를 실현할 수 없는 이유다. 디지털에 대한 비전 없이 최신 기술을 쫓는데만 급급하면 해당 기술의 기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을뿐더러 변화를 이끌 수도 없다.

"일본 기업의 DX에 대한 전략적 비전에는 △운영 우수성 달성 △비즈니스 향상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포함됩니다. 일본 기업들의 디지털 리더십은 비전 및 전략 개발, 리더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한 직원 참여 독려와 문화 조성 등으로 기업의 DX 개발을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일본의 많은 기업들은 높은 목표를 설정하면서 생산성 향상과 운영 효율화를 통한 운영 우수성 달성에 우선순위를 둡니다. 이후 그들은 비즈니스 향상과 혁신을 위해 데이터 기반 접근 방식을 활용합니다."

디지털로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거버넌스(관리체계)의 변화다. 디지털 환경과 아날로그 환경에서는 일하는 방식이 다른데, 기존과 같은 거버넌스로는 사내 소통, 업무 프로세스 등 업무와 회사 생활 전반에 걸쳐 디지털화가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DX에 성공하기 위해서 일본 기업들은 DX 촉진을 위한 조직 구조와 시스템 구축 측면에서 거버넌스를 변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경영진 직속으로 DX 추진 부서를 설립해 전사적으로 DX 전략 수립과 홍보를 주도합니다. 또 DX 추진에 필요한 데이터, 정보, 도구, 시스템 등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외에도 DX 추진에 관한 교육과 훈련을 실시하고 직원들의 DX에 대한 이해와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는 DX 홍보 부서와 IT 부서가 협력하는 첫 번째 거버넌스 개선 사항입니다."



디지털 전환은 장기적 노력…소통 메커니즘 만들어야


일본은 자동차, 기계, 전자 등 전통 산업이 강하고 대기업이 많아 디지털 전환이 느리다는 평가를 받는 편이지만, 이무타 대표는 실제 일본 산업 현장에서는 많은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경직된 조직 문화 자체를 바꾸려는 지속적인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기업들은 DX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중기(中期) 경영계획에서 DX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DX의 중요성을 전 임직원 및 외부인에게 전달해 주주 및 임직원의 이해와 지지를 얻으려는 노력입니다. 또 전 직원을 대상으로 DX 교육과 훈련을 제공합니다. 교육훈련을 통해 DX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으며, 많은 기업에서는 직원들의 학습을 인사제도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DX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전파하고 직원들이 쉽게 소통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마련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거리두기,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업무 환경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디지털 도입을 가속화 시켰다. 전염병 대유행이라는 특별한 계기로 보다 빠르게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긴 했지만, 이무타 대표는 지속적인 혁신을 위한 DX는 단기간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의 디지털 혁신 노력의 첫 번째 단계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SaaS(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시스템 도입이 가속화됐습니다. 그러나 많은 직원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리더들은 데이터 수집 및 운영 효율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채택 플랫폼(DAP) 사용을 모색합니다. 실제로 일본 기업의 약 30%가 이미 DAP을 채택했고, 그 사용이 급속히 확대돼 추가적인 DX 노력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DX는 장기적인 노력이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DX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전파하고 직원들이 쉽게 소통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고 있습니다."
  • 기자 사진 김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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