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만 해도 '발전'하는 세상...배터리 고민 해결할 '이 기술' 뜬다

김태현 기자 기사 입력 2024.01.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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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업팩토리]버려진 에너지 수확해 전기로 전환 '에너지 하베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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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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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내딛는 발바닥 △통화 중인 휴대폰 △굴뚝에서 나오는 수증기

모든 일상생활에는 에너지가 숨어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인식도 하지 못한 채 버려진다. 이렇게 버려지는 에너지를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이다.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의 효율이 임계점이 다다른 상황에서 에너지 하베스팅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휴젝트의 '에너지 블록' /사진제공=휴젝트
에너지 하베스팅은 단어 그대로 일상생활 속에서 버려지는 에너지를 수확하는 기술을 뜻한다. 바람과 물을 이용해 수확물을 탈곡하는 풍차와 물레방아 역시 에너지 하베스팅이다. 그 중에서도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는 △압력을 이용한 '압전' △빛을 이용한 '광전' △온도 차이를 이용한 '열전'이다. 주변 어디서다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에너지원들이다.


소재·모듈 발달로 성큼 다가온 에너지 하베스팅


한국전기연구원(KERI)의 차승일 전기변환소재연구센터 센터장은 "에너지 하베스팅 중 가장 상용화가 빠르게 일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영역은 압전"이라며 "아직 개발 단계에 있는 광전이나 열전과 달리 압전은 실생활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적 문턱을 이미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하베스팅은 △에너지를 수확하는 수확기 △수확된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는 전력관리반도체(PMIC) △전환된 전기를 저장하는 커패시터 등 3개 부분으로 구성된다. 기초가 되는 에너지원에 따라 각 부분별로 요구하는 소재와 설계가 다르다.

압전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압전은 일정한 압력을 가했을 때 이를 전기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2011년 부산 서면역에 설치된 압전에너지 보도블럭이 대표적이다. 사람들이 보도블럭 밟고 지날 때 생긴 전기로 불을 밝히고, 휴대폰을 충전했다. 2018년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이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차량을 대상으로 압전 실증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광전은 최근 소재의 발달로 상용화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차 센터장은 "실내광은 태양광과 비교해 에너지가 턱없이 약하지만 언제 어디나 있다는 게 특징"이라며 "최근 개발된 페로브스카이트 광전지가 실내광에서도 높은 효율을 나타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실내에서 사용하는 계산기에 부착된 아몰퍼스 광전지의 광전변환효율은 8% 수준이다. 반면 페로브스카이트 광전지의 광전변환효율은 25%가 넘는다. 기존 실리콘 광전지와 비교해 가볍고 유연해 활용도가 높으며 공정도 간편해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압전, 광전과 비교해 열전은 풀어야 할 숙제들이 남아있다. 우선 소재 문제다. 열전은 온도 차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온도 차이에 따라 전자가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활용한다. 문제는 소재다. 최근 열전 소재로 텔루라이드 소재가 주목받고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 온도 차이를 유지하기 위한 모듈화도 열전이 넘어야 할 산이다.

차 센터장은 "열전을 위해서는 온도 차이를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러나 열전 소자를 피부에 밀착시켰을 때 온도 차이는 금새 없어져 버리고 에너지는 나오지 않는다. 결국 열전 소자가 차갑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oT 시대 골칫덩이 '폐배터리'…해결책 급부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에너지 하베스팅은 사물인터넷(IoT)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더비즈니스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100억대에 달하던 IoT 디바이스는 2025년 254억대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 IoT 전문 서비스 시장규모 역시 2022년 1359억5000만달러(약 177조2788억원)에서 2027년 2362억500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IoT 발전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전력 공급이다. IoT 디바이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상시 전력을 공급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배터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배터리를 소형화하는데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충전을 해야만 하는 불편함도 있다.

폐배터리도 문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440개(105톤)였던 국내 폐배터리 배출 규모는 2029년 7만8981개(1만8758톤)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폐배터리 재활용 등 다양한 해결책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재활용만 갖고는 배출량을 소화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에너지 하베스팅은 IoT 디바이스의 배터리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핵심기술이다. 당장 배터리를 대체할 수는 없더라도 보조 전력수단으로써 배터리 충전과 교체 주기를 연장시킬 수 있다.

현재 IoT 기기 관련 에너지 하베스팅 시장을 이끄는 건 독일 엔오션이다. 엔오션의 목표는 에너지 자립형 IoT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일정한 움직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는 'ECO 200(에코 200)'과 'ECO 260(에코 260)'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엔오션 모듈이 사용된 기기로는 무선 전등 스위치가 있다. 스위치를 누를 때마다 발생하는 에너지를 저장해 전등에 부착된 라디오 신호기에 신호를 전달한다. 신호를 받은 전등은 무선으로 점열이 가능하다. 별다른 배선도 필요없기 때문에 원하는 곳에 스위치를 둘 수 있다.


에너지 하베스팅에 도전장 내민 토종 스타트업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국내 벤처·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에너지 하베스팅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기업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은 휴젝트다. 압전을 이용한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 블록을 이용해 도보자의 걸음으로 에너지를 수확하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0월 중기부 딥테크 팁스(TIPS)에 선정된데 이어 18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 A 투자에도 성공했다.

현재 호반건설과 에너지 블록과 에너지 방지턱을 이용한 실증사업(PoC)을 진행하고 있다. 압전 이외 전력 케이블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을 이용한 자가발전 IoT 센서도 함께 개발 중이다.

에너지마이닝은 관성을 이용해 인체삽입형 의료기기 충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신체 움직임으로 발생하는 관성에 움직이는 운동부와 고정된 고정부 사이에서 발생하는 마찰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별도 수술 없이도 인체 삽입된 의료기기를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2022년 설립된 더감은 전기차 주행 중에 발생하는 전자기장을 흡수해 에너지로 전환한다.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효율을 10% 더 높여주는 효과를 보여준다. 최근에는 로봇 주방 자동화 솔루션 스타트업 케이푸드텍과 손잡고 로봇 주방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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