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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천장에 고래가 다녀"…'초능력 해방' 외치며 창업한 사람 [월드콘]

김종훈 기자 기사 입력 2023.09.1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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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구치 마사히로 사이킥VR랩 대표
"VR, 삶·죽음 과거·미래 융합시킬 것"…
무작정 미국으로 떠나 MIT 입학하기도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야마구치 마사히로 사이킥VR랩 대표./ 사진=사이킥VR랩 회사 홈페이지 캡처
야마구치 마사히로 사이킥VR랩 대표./ 사진=사이킥VR랩 회사 홈페이지 캡처
"내일부터 신세질 야마구치라고 합니다."

회사 견학을 온 대학생이 임원들 앞에 뛰어들어 직원이 되겠노라 선언했다. 아르바이트로 첫발을 내디딘 이 직원은 일이 좋아 대학을 중퇴했고 3년 뒤 회사 상장과 함께 대표로 취임, 최연소 상장 기업 대표라는 기록을 세웠다. 여기까지만 해도 흔치 않은 성공담이지만 이야기는 더 이어진다. 대학 중퇴 학력에다 영어 한 마디 제대로 못하던 그는 MIT를 다니겠다며 보스턴으로 떠나 입학허가증을 받아낸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야마구치 마사히로 사이킥VR랩 대표다. 그는 MIT에서 인공지능(AI), 뇌과학, 분자생물학 등을 폭넓게 공부한 뒤 "전인류의 초능력을 해방하겠다"며 2014년 사이킥VR랩을 창업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STYLY
/사진=유튜브 채널 STYLY


'중퇴생'이 창조한 초능력 공간...광화문에서 '진격거'와 싸운다?


사이킥VR랩은 가상현실 플랫폼 '스타일리'(STYLY)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VR을 통한 패션 쇼핑을 가능케 하는 애플리케이션 정도로 정도로 알려져 있으나, 스타일리의 활용 범위는 훨씬 넓다. 스타일리에 미리 구현된 도구와 매뉴얼을 이용하면 직접 만든 가상공간에서 하늘을 날거나 호수 위를 걷는 것은 물론, 만화 속 세계를 현실로 옮겨오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스타일리에서 유명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측과 협업해 현실세계에서 거인들을 막아내는 게임 콘셉트 영상을 구글 I/O 행사장에서 공개한 바 있다. 이처럼 현실세계에 가상의 요소를 덧입혀 자신만의 '초능력 공간'을 창조할 수 있게 한다는 게 사이킥VR랩의 목표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주도하는 도시 디지털화 프로젝트 '플라토'(PLATEAU)에도 참여하는 것도 이를 위해서다. 플라토는 현실 도시를 그대로 3D 공간에 옮겨놓는 프로젝트로, 드론운용 등 미래 도시화를 위한 기초작업이다. 사이킥VR랩은 플라토에서 얻은 데이터로 현실세계에 또 하나의 도시를 창조하기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VR기기를 통해 평범한 건물공간을 수족관으로 뒤바꾸는 식이다. 이미 도쿄, 오사카, 나고야, 삿포로, 후쿠오카, 교토, 니가타 등 주요 도시들의 3D 변환을 마쳤다.


영어 한 마디 못하는데 MIT 입학한 비결


2017년 커리어핵 인터뷰에 따르면 야마구치 대표는 중학생 때부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잠시 프로그래밍을 놓았다가, 1990년대 후반 IT붐을 타고 다시 돌아왔다. 그는 "대학생 무렵 벤처 붐이었다. '그럼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때부터 독학으로 프로그래밍 공부를 시작, 7개 언어를 습득했다고 회고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niigatacitychannel
/사진=유튜브 채널 niigatacitychannel
대학까지 포기하며 일에 매진한 덕에 대표이사끼지 올랐지만 대학 중퇴 학력이 마음에 걸렸다. "기왕이면 세계 제일의 장소에서 엔지니어링을 다시 배우자"며 MIT를 목표로 보스턴행 티켓을 끊었다. 대학을 중퇴한 그가 지원 가능한 전형은 단 하나뿐이었다. MIT 수강을 허락하는 대신 학위를 수여하지 않는 조건이었으나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야마구치 대표는 "토플 점수가 부족하다고 해서 몇 번이나 시험을 봤다"며 "어떻게든 MIT에 넣어달라고 협상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다"고 했다.

그의 '칠전팔기'에 MIT는 6개월 간의 학교생활을 허락했다. 야마구치 대표는 6개월이 다 될 때쯤 또 학교를 졸라 6개월 연장을 받아냈다. 이후 학교에서 잠을 청하고 학회 후 남은 피자로 끼니를 떼우며 공부에 매진했다. 최연소 상장 기업 대표 때는 생각도 않던 가난한 고학생 생활이었다. "상장 기업 경영보다 힘들었다. 너무 공부해서 처음으로 기절했다"고 한다. 그렇게 MIT에서 공부한 기간이 3년이다.

유학이 끝나갈 때쯤 VR기술을 접했다는 야마구치 대표는 "처음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정도였지만 곧 인류의 미래를 바꿀 기술이라고 확신하게 됐다"며 이때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남은 피자 먹고 공부하다 기절"


야마구치 대표는 지금 회사에서 인간 초능력을 해방하는 작업에 몰입 중이다. 그가 말하는 초능력은 인간의 상상력. 초능력의 해방이란 인류가 기술을 통해 제약을 뛰어넘어 상상을 실현하는 과정을 뜻한다. 야마구치 대표는 2017년 히타치그룹과의 인터뷰에서 "VR은 현실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전에 없던 것을 새롭게 그려내는 기술"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사람에게 초능력을 부여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마구치 대표는 커리어핵 인터뷰에서 "VR 기술 발달로 앞으로 현실과 가상, 삶과 죽음, 과거와 미래 등 여러가지의 경계가 융합해 갈 것"이라고 했다. 또 지난 2월 라이프해커 인터뷰에서는 "인터넷으로 하나로 연결됐던 세계가 (메타버스를 통해) 다시 분산되고 있다"며 VR기술을 계기로 누구나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야마구치 대표는 도전의 원동력으로 호기심을 꼽았다. 그는 "어른이 되면 자기 안에서 솟아나는 욕구에 몸을 맡기기 힘들어진다"며 "VR에 호기심을 느끼는 엔지니어는 늘어나고 있지만 주저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가 스타일리 기능을 대부분 무료로 공개하고 있는 것도 엔지니어들의 도전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최근 야마구치 대표를 비롯한 사이킥VR랩 임원들은 'XR 컨소시엄' 이사로 취임했다. XR 컨소시엄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S) 플랫폼의 전설으로 불리는 요시다 슈헤이 등 일본 업계 거물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조직이다. 이곳에서 야마구치 대표는 '리얼 메타버스'를 통한 신세계 창조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야마구치 대표는 "지난 6월 애플의 비전프로 발표로 공간컴퓨팅 분야의 시장 확대가 가속될 것"이라며 "디지털 콘텐츠를 현실세계와 원활하게 융합시켜 차세대 라이프 스타일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고 했다.
  • 기자 사진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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