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판매량 1위 업체 비야디(BYD)가 미국 포드자동차의 독일 생산공장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광활한 내수 시장을 등에 업은 비야디가 본격적으로 몸집 키우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포드 경영진들이 독일 자를루이 공장 매각을 논의하기 위해 다음 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인수 가격을 비롯한 구체적인 거래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포드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무게 중심을 옮기기 위해 2025년 자를루이 공장 가동 중단을 예고한 상태다. 이같은 방침은 지난해 6월 발표했으며, 2025년 이후에는 스페인 발렌시아 공장과 독일 쾰른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자를루이 공장은 460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사측은 2025년 생산 중단 이후에도 최대 700명의 고용을 보장하고 이곳 공장에서 자동차 부품 생산을 이어가기로 약속했다.

WSJ은 포드와 비야디의 협상이 아직 예비 단계로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현재 비야디 외에도 자동차 부품회사인 마그나 인터내셔널과도 자를루이 공장 매각을 놓고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포드 대변인은 "자를루이 공장의 미래와 지속가능한 생산을 위해 다양한 옵션을 살펴보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잠재적인 인수자와 논의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더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밝혔다.

비야디는 매출 기준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다. 가격 경쟁력 있는 모델을 공격적으로 판매하면서 전기차 절대강자인 테슬라의 입지도 흔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비야디의 지난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포함한 전기차 판매량은 186만대로, 테슬라(131만대)를 제쳤다. 순수전기차 시장에서 전 세계 판매량 1위는 여전히 테슬라지만, 비야디가 바짝 추격하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는 비야디는 올해 해외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비야디는 지난해부터 유럽, 브라질, 칠레, 이스라엘, 인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 잇따라 진출했다. 일본에서는 오는 31일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 3'를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씨티그룹은 비야디가 계속해서 생산·판매에 공세적으로 나서면서 올해 인도량이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인 300만대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비야디는 중국 본토 중심의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글로벌 생산 기지 확장도 추진 중이다. 로이터통신은 비야디가 베트남 북부에 차량용 부품 공장 설립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보도했다.

비야디가 포드의 자를루이 공장을 인수하게 되면 급성장 중인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등과 본격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WSJ은 "포드의 독일 공장을 인수하게 되면 지난해 186만대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판매한 이 회사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