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야근→단축근무 더 효율적…꼭 '주 52시간' 해야 하나요?"

고석용 기자, 정진우 기자, 조규희 기자 기사 입력 2022.12.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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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시간'에 갇힌 대한민국(1)

[편집자주] 대한민국 산업현장이 기술혁신과 디지털혁명 등으로 급변하고 있다. 또 일하는 방식과 노동 구조의 변화, 해외 인력 수급, 고령화에 따라 노동시장이 대변혁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주 52시간제'로 정해진 근로시간제도는 여전히 과거 패러다임에 머물고 있다. 기업들은 이 틀에선 새로운 산업환경에 대응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근로시간제도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머니투데이가 실제 산업현장의 현실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새 서비스 개발하다 말고 퇴근할 판"…52시간에 갇힌 혁신



#ICT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A사는 서비스 개편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새 알고리즘을 적용한 서비스 개발을 마감하고 초기오류 등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직원들의 주말근무와 야근이 필요해서다. 주52시간 규제를 피하기 위해 탄력근로제도 도입했지만 주64시간을 넘기면 안된다는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A씨는 새 서비스가 안정화되면 직원들에게 단축근무를 제공할 예정이지만, 당장 근로기준법 위반이 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주52시간 관련 근로시간 산정단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주52시간 이하로 일하며 '워라밸(일과 삶 균형)'을 지켜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시스템 업데이트나 납기·임상시험 등을 위해서는 '크런치 모드'(반짝 야근)를 할 수 있도록 월단위로 근로시간 산정단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8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올해 초 업력 5년 미만의 스타트업 47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면접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85.1%는 주당 근로시간이 50시간 미만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절반(44.6%)가량은 주당 근로시간을 40시간 이하로 설정해 대부분 직원들의 워라밸을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항상 지켜질 수 없다는 점이다. 개발이나 시험, 거래처 요청 등 특정한 업무 마감이 있을 때는 '크런치 모드'가 필요해서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B사 관계자는 "대부분 직원들이 MZ(밀레니얼) 세대인 만큼 평상시에 40시간 이하의 근무시간을 보장하지 않으면 직원 채용 자체가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 특성 상 업데이트 주간에는 주52시간을 넘길만큼 야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건비가 올라 1년에 몇 번 있을 크런치 모드를 위해 직원을 충원하기는 부담이 된다"고도 덧붙였다.
사진제공=위워크코리아
사진제공=위워크코리아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재량근로제 등 유연근로제도가 있지만 업계는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고 호소한다. 최대 6개월 정산기간에 1주 평균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하는 탄력근로제는 한 주 최대 근로시간을 64시간(1주 추가 연장근로시간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총 근로시간만 정해놓는 선택근로제는 정산기간이 3개월에 그친다.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마저도 유연근로제도의 종류가 많고 요건이 복잡해 초기스타트업들은 활용이 어렵다. 해당 조사를 진행한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스타트업 대부분이 유연근로제 적용방안을 모색하느라 시간·비용을 발생시키고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탄력근로제를 도입해도 구체적 요건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혁신을 위해 근로시간을 완전자율화하거나 최소한 정산 단위를 월이나 분기 단위로 넓혀달라고 주장한다. 근로시간 총량만 제한하고 활용은 현장상황에 맡겨달라는 주장이다. 이를테면 현행 '주52시간 근로제도'를 '월(4주) 208시간 근로제도'로 바꾸는 등의 방식이다.

노동계는 이 경우 특정기간 '장기 야근'으로 인한 과로 문제를 지적하지만 스타트업 생태계는 요즘엔 분위기가 다르다고 반박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직이 잦고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 특성상 고용자가 일방적으로 무리한 연장근로를 지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스타트업 대표도 "만성적으로 크런치모드를 진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그랬다가는 입소문이 나서 아예 직원을 못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도 업계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지난 5월 취임 첫 벤처업계 간담회에서 "벤처·스타트업 근무는 소위 '그 분이 오셔야' 결과를 낸다. 하루 8시간씩 5일 일 한다고 될 게 아니다"며 "주52시간 제도 개편 만큼은 중기부가 목소리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개발·생산의 업무 주기가 주 단위로 있는 게 아닌 만큼 근로시간도 더 넓은 주기에서 맞출 수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암묵적인 52시간제 초과 근무나 편법적 유연근로제 등 사라지고 제대로 된 근로시간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금껏 형식적으로 운용되고 있던 기업의 ‘위험성평가’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8년째 정체 중인 산재 사고사망 만인율을 오는 2026년까지 0.29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2022.11.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금껏 형식적으로 운용되고 있던 기업의 ‘위험성평가’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8년째 정체 중인 산재 사고사망 만인율을 오는 2026년까지 0.29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2022.11.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편 정부는 노동시장 개혁과제 발굴·검토를 위한 전문가 논의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통해 주 52시간 제도 등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관련 국정과제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근로시간 유연화를 강조해 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110대 국정과제에 '주52시간 근무제'를 완화해 근로시간 제도에 대한 노사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연구회는 오는 13일 그동안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정부에 권고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연구회는 '주52시간제'의 틀 안에서 근로시간에 관한 노사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최종 권고안을 만들고 있다. 산업·업무의 특수성 등을 감안해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1주일'에서 '월'이나 '분기' 단위 등 다양화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구회는 또 휴가 사용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을 시간으로 저축했다가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임금 보상이 아닌 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도 논의하고 있다. 근로일과 출·퇴근 시간 등에 대한 근로자의 자율적 선택을 확대하는 방안도 다루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연구회의 권고안이 나오면 이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에 구체적인 개편안을 만들고 하반기에 국회 통과를 목표로 정책 스케줄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인데...근로기준법은 아직 70년 전 방식"




(서울=뉴스1)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원산업 안산공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현장방문에서는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을 위한 핵심 수단인 ‘위험성평가’ 현장 작동성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대원산업 안산공장은 ‘위험성평가’를 철저히 시행해 2021년 이후 작업 중 사고로 다친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 제공) 2022.11.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뉴스1)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원산업 안산공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현장방문에서는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을 위한 핵심 수단인 ‘위험성평가’ 현장 작동성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대원산업 안산공장은 ‘위험성평가’를 철저히 시행해 2021년 이후 작업 중 사고로 다친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 제공) 2022.11.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월 노동시장 개혁의 주요 축인 근로시간 개편을 위해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연구회)를 출범시켰다. 정부가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노동분야 최고 전문가들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연구회는 독립적 환경에서 노동계, 경영계 등 각계각층 국민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정부에 제출할 권고안을 만들고 있다.

연구회는 '근로시간의 총량'이 더 이상 노동시장의 성장동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논의를 시작했다. 아울러 미래노동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경쟁력 강화의 핵심 키워드로 '자유롭고 건강한 노동'을 설정했다. 이런 바탕에서 '주52시간제' 개편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 "주 52시간제, 이제는 손봐야..."

우리나라는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근로시간과 관련한 법·제도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로 출근해 일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하는 전통적 공장형 노동과정을 전제로 설계된 제도를 7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전통적인 1, 2차 산업내에서 조차 산업 고도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야 하지만 현행 근로시간 제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화이트칼라'를 넘어 '골드칼라'가 등장하는 시대 변화는 노동생산성이 투입시간에 비례하지 않는 '시간과 성과의 분리'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우리의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자율성'과 '다양화'가 노동시장의 화두인 지금도 우리나라의 근로시간 제도는 하루 8시간, 일주일 40시간 등과 같은 획일적이고 보편적인 규율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연장근로의 산정 주기 또한 1주 단위로 정하고 있어 시장변화와 경기변동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산업 경쟁력이 우려되는 우리나라에도 이제 획일적인 근로자 상에 기반한 근로시간 관리 체계는 바꿔야한다. 사업장에 머무는 시간과 성과를 분리하고, 노동의 성격과 직무의 속성에 상응하는 시간 관리 및 보수 결정의 방법을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연구회 소속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사가 자유롭게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비효율적인 노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노동의 창의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해야한다"며 "근로자에게 충분한 휴식을 통한 재충전의 시간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열린 미래노동시장연구회 킥오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7.18.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열린 미래노동시장연구회 킥오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7.18.


■ 어떻게 바꿀것인가?

연구회는 지난 5개월 간 논의한 권고안을 오는 13일 발표한다. 고용부는 이를 토대로 내년에 법 개정 등을 통해 근로시간 개편에 나선다. 연구회는 우선 노사가 연장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산업·업무의 특수성과 근로자 선호의 다양성을 반영해 일하는 방식을 선택함에 있어 노사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현행 '1주' 외 '월', '분기' 단위 등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 노사의 자율적 결정과 선택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다만 관리단위가 길어질 경우 특정시기 장시간 연속근로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연장 근로시간 관리단위를 '월' 단위 이상으로 할 경우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의 강제 등 건강권 보호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고소득 근로자는 주 52시간제 적용을 받지 않게하고, 52시간제를 지금처럼 '주' 단위가 아닌 '월'이나 '연' 단위로 적용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냈다. 경영계 역시 연장 근로시간 관리를 '주' 단위에서 벗어나야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영계는 최근 근로시간 선택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연' 단위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기업들이 원하는 '월', '연' 단위로 바꾸면 다시 장시간 근로의 나라가 될 것"이란 입장이다. 결국 민주당을 설득해야 제도화 할 수 있다.

연구회는 또 근로시간 저축 계좌제 도입 및 다양한 휴가 사용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휴가 사용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을 시간으로 저축했다가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임금 보상이 아닌 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의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연장근로 등을 휴가로 저축하는 경우 법정 가산수당 기준보다 높은 할증을 적용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연구회는 이밖에 근로일과 출·퇴근 시간 등에 대한 근로자의 자율적 선택을 확대하는 방안도 권고할 것으로 보인다. 유연근로제를 활용하는 경우 일·가정 균형, 불필요한 초과근로 감소, 근로시간 운영의 자율성 확대, 일에 대한 몰입도 향상 등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가 근로일, 출퇴근 시간 등 근로 시점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활용도를 확장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산기간 확대, 대상 확대 등 다양한 방안과 그 효과 등에 대해 검토 중이다.

이외에도 근로시간 기록·관리 체계 강화를 고민중이다. 근로시간 선택의 자율성 확대는 투명한 근로시간 기록·관리가 전제돼야한다. 이를 위해, 연장·야간·휴일근로의 경우 일한 만큼 보상받아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실근로시간이 정확하게 기록돼야한다. 공짜노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저출산 고령화, 소득 양극화, 낮은 고용률의 악순환 구조를 개선하고 사용자와 근로자의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선 경제주체들이 각자의 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일하는 방법과 시간을 선택하도록 개편해야한다"고 말했다.





"연봉 10만달러 넘으면 근로시간 제약 없어" 미국의 혁신 비결




산업과 업무 특성을 고려하면서 근로형태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근로시간 패러다임'의 전환은 국가 경쟁력을 제고를 위한 필수 과제가 됐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정부가 직접 직군·임금별 근로자를 구분해 근로기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노사간 합의를 통해 법정 근로시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다.

2일 고용노동부와 관계 기관에 따르면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은 획일적 근로시간 규율체계를 벗어나 △업종 △직군 △임금 △노사합의 등 에 따라 근로시간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거나 주로 사업장 밖에서 판매 등의 영업업무를 수행하는 종사자 등의 업무 특성에 따른 근로시간을 적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경우 화이트칼라(White Collar·사무직 노동자)에 대해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및 연장근로 수당 적용이 면제된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 제도라고 불리며 주40시간제와 연장근로수당제가 도입되면서 적용이 부적절한 직종·업무에 대한 제외 필요성에 따라 도입됐다. 업무와 임금 기준에 따라 적용 직군을 △관리직 △행정직 △전문직 △컴퓨터직 △외근영업직 △고액임금자로 분류한다.

예를 들어 근로자 2인 이상을 관리하고 채용·해고 권한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급 684달러(약89만원) 이상인 경우 관리직군에 포함된다. 사무직이며 비(非)육체적 업무를 수행하고 관리 관련 직무에 종사하면서 연봉이 10만7432달러 이상이면 고액임금자로 분류돼 적용 대상이 된다.

일본은 '탈(脫)시간급제'(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를 도입해 금융상품 개발, 애널리스트 등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업무 종사자에게 근로시간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직무기술서 작성 등에 따른 직무 범위가 명확하고 전체 근로자 평균 급여의 3배 이상(대략 1075만엔)이 되는 종사자가 적용 대상이다. 절차적으로는 대상 근로자의 동의를 거쳐 기업 내 노사위원회 의결 이후 행정관청에 신고해야 한다. 연간 104일 이상으로 4주에 4일 이상 휴일을 제공하거나 회사에 있는 시간의 상한을 설정하는 등 근로자의 건강확보 조치가 선행돼야 해당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5일 서울 금천구 소재 뿌리기업인 오토스윙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현장 간담회를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사진=뉴스1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5일 서울 금천구 소재 뿌리기업인 오토스윙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현장 간담회를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사진=뉴스1
연장근로를 포함해 법정근로시간이 주48시간으로 제한된 영국의 경우 '옵트아웃'(Opt out·근로시간 자유선택제)을 시행하고 있다. 만18세 이상 근로자의 자발적 서면 동의가 있다면 주48시간을 초과하는 근로를 허용한다. 다만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을 통해 직장내 전체 적용은 불가하며 근로자의 동의 거부를 이유로 해고하거나 승진 등에 불이익은 금지된다. 아울러 옵트아웃 시행기간 동안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의무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근로자가 원할 때는 언제든지 옵트아웃 적용을 취소할 수 있다.

주 35시간, 연간 220시간의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해야 하는 프랑스에서는 연간 근로일수와 임금을 포괄 약정하는 경우 근로시간 규정 적용의 예외로 인정된다. 적용대상은 근로시간의 배분과 사용에서 재량을 가지는 관리직 근로자와 근로시간이 사전에 결정될 수 없고 부여된 업무 수행을 위해 근로시간의 재량을 갖는 근로자로 한정된다. 포괄약정 제도는 △적용기간 △연간 근로일수(218일 한도 내) △적용도중 휴가·휴직·퇴직시 임금계산 방법 등에 대한 7가지 법정사항을 단체협약을 통해 약정해야 적용받을 수 있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경쟁력이 '스피드(속도)'인데 공장라인은 자동화로 속도를 갖춰가지만 근로시간에 얽매이는 창작·관리 직군의 경쟁력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며 "해외 사례처럼 근로시간의 보호 필요성이 낮고 업무 방식에 자율권을 가진 고소득 전문직, 관리직, R&D(연구·개발) 직군에 대해서는 획일적 근로시간 총량 규제 적용을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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