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혹한기 '벤처대출'이 대안될까…홀썸브랜드, 200억 자금조달

김건우 기자 기사 입력 2022.08.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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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유동성 위기로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냉각기를 겪는 가운데 애그리게이터 스타트업 홀썸브랜드가 벤처대출(Venture Debt)로 200억원을 조달해 주목된다.

24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홀썸브랜드는 최근 크로스보더 전문 투자사인 위더스파트너스로부터 200억원의 벤처대출을 받았다.

2021년 6월 설립된 홀썸브랜드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에 입점한 중소 브랜드를 인수해 육성시키는 애그리게이터 사업을 한다. 성장 잠재력은 있지만 자본력과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중소 브랜드를 인수한 뒤 키우는 전략이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까지 생활, 건강, 펫, 유아동 등의 카테고리에서 총 8개 브랜드를 인수했다. 대표 상품은 숙취해소제 '알디콤', 구강청결제 '쿨티아' 등이다.

홀썸브랜드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학 석사(MBA)를 마치고 JP모건, 스탠다드차타드, 포트리스 투자그룹 출신인 주상빈 대표와 쿠팡 리테일본부 리테일운영팀장 LF 물류·CS혁신 태스크포스(TF)장 출신인 함경범 공동대표가 설립했다. 지난 3월 진행한 1500만 달러(약 200억원)의 시리즈A 투자에는 노드스타, 킹스웨이 등이 참여했다. 홀썸브랜드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으로 중소 브랜드 인수 및 컨설팅을 확대할 계획이다.


홀썸브랜드 애그리게이터 사업 구조
홀썸브랜드 애그리게이터 사업 구조


우버, 스포티파이도 이용하는 벤처 대출, 세이프와 차이는?


홀썸브랜드가 진행한 벤처대출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우버, 스포티파이 등이 이용하고 있는 벤처금융 방식이다. 그동안 매출이나 담보 여력이 부족해 은행 대출이 어려운 스타트업은 벤처캐피탈(VC)의 투자유치를 통해 필요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최근 VC들이 경기침체를 우려해 스타트업 투자를 꺼리면서 새로운 자금조달 방안이 필요해졌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낮은 기업가치로 후속투자를 유치하게 되면 최대주주 지분이 크게 희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벤처대출은 기관이 스타트업에게 3~5년간 대출을 해주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대출 금액의 10~30% 수준의 신주인수권(워런트)을 받는 구조다.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은 대출 직전의 기업가치로 결정된다. 보통 후속투자 유치가 수월한 시리즈 A, B단계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다. 통상 금리는 5~15% 수준이다.

이는 조건부지분인수(세이프·SAFE)와 다른 방식이다. 세이프는 투자자가 투자금 지분율 산정을 미루고 후속투자를 유치할 때 지분율을 결정한다. 다만 사전에 투자지분 할인율과 기업가치 상한선(밸류에이션 캡)이 조건으로 붙는다.

예를 들어 기업가치(밸류)가 500억원인 A기업이 1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경우 벤처대출 방식은 100억원을 빌린 뒤 상환하면 된다. 대신 투자자는 A기업이 향후 700억원 밸류로 후속투자를 유치할 때 10~30억원 만큼을 500억원 밸류로 투자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세이프 방식은 A기업이 할인율 20%, 밸류캡 600억원으로 100억원을 유치했다면 700억원 밸류로 후속투자를 받을 때 540억원 밸류로 지분을 전환할 수 있다.

요즘 같이 스타트업 투자심리가 위축될 때는 벤처대출이 세이프보다 투자자에게 유리한 장점이 있다. 기존 VC들도 세이프보다 벤처대출에 우호적이다. 스타트업이 후속투자 유치를 낮은 밸류로 진행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도 희석되기 때문이다.


급성장하는 애그리게이터 시장,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KEY


위더스파트너스가 홀썸브랜드의 벤처대출을 진행한 것은 애그리게이터 시장의 급성장 때문이다. 미국의 애그리게이터 기업 스라시오는 2018년 설립 후 아마존셀러 100여곳을 인수한지 2년만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됐고, 4년만에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 비상장사) 유망주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도 온라인쇼핑 거래가 늘고 있는 만큼 애그리게이터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약 193조원으로 전년 대비 21.0% 증가했다. 또 온라인쇼핑 거래액 중 모바일쇼핑 거래액은138조원으로 27.6% 늘었다.

스티브 변 위더스파트너스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환경에서 벤처대출과 같은 대체 자금조달 방안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특히 애그리게이터 사업모델의 경우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자금조달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홀썸브랜드가 이번 자금조달로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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