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자산 회계이슈에 발목 잡힌 민간 벤처모펀드…해법은

김태현 기자 기사 입력 2024.03.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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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벤처기업부 이영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진행된 국내 1호 민간 벤처모펀드 출범식에 참석해 "민간 벤처모펀드는 민간자금을 벤처시장으로 유입시키는 기념비적인 펀드로서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중소벤처기업부 이영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진행된 국내 1호 민간 벤처모펀드 출범식에 참석해 "민간 벤처모펀드는 민간자금을 벤처시장으로 유입시키는 기념비적인 펀드로서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민간 벤처모펀드는 민간자금을 벤처시장으로 유입시키는 기념비적인 펀드로서 마중물이 될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이영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진행된 국내 1호 민간 벤처모펀드 출범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중기부는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중심의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에 힘을 기울여 왔다. 민간 벤처모펀드 역시 이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추진됐고,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하나금융그룹이 1000억원 규모의 국내 1호 민간 벤처모펀드인 '하나초격차상생재간접펀드'를 결성한 이후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후속펀드에 대한 논의는 감감무소식이다.


RWA 가중치 400%…출자 부담 큰 금융기관


22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금융기관들의 민간 벤처모펀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민간 벤처모펀드 논의가 한창이던 2022년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신한금융투자 비상장와 우리금융그룹 등 각 금융기관들은 민간 벤처모펀드 결성을 적극 검토했지만, 현재는 주요 안건에서 제외됐다. 당초 중기부는 충분한 자금력을 갖춘 금융기관들이 민간 벤처모펀드 시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금융기관들이 민간 벤처모펀드 결성에 소극적인 건 벤처펀드의 높은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 때문이다. RWA 가중치란 투자자산에 대한 위험 정도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는 걸 뜻한다. RWA 가중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자기자본비율(BIS) 관리 부담은 커지게 된다.

비상장주식을 매매하는 벤처펀드의 RWA 가중치는 400%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이 벤처펀드에 1000억원을 출자하면, 회계 장부 상에는 4000억원이 RWA로 잡히게 된다. 기초자산 평가가 어려운 가상화폐(RWA 가중치 1250%) 정도를 제외하면 투자자산 중 가중치가 가장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벤처펀드는 RWA 가중치도 높은데다 통상 운용기간이 7~8년은 된다"며 "금융기관의 전체 자기자본 규모를 봤을 때 크진 않지만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기업이 민간 벤처모펀드 결성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다. 금융기관이 아닌 일반 기업의 경우 RWA 가중치 이슈에서는 자유롭다. 그러나 전략적 투자(SI)에 집중하는 일반 기업과 재무적 투자(FI) 성격이 강한 모펀드 특성상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대기업들이 이미 기업형 벤처캐피탈(CVC)를 통해 벤처투자를 집행하고 있다는 점도 민간 벤처모펀드 결성 유인을 떨어 뜨린다.


RWA 조정 사실상 불가능…"1호 펀드 실적 중요"


상황이 이렇지만 뚜렷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RWA 가중치와 BIS가 글로벌 은행 규제 및 감독 기준인 바젤3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역시 RWA 가중치 조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바젤3에 따르면 비상장주식 거래에 대한 예외조항이 있긴 하다. 특정 경제분야의 지원을 목적으로 정부가 투자금을 보조하고, 정부 감독 아래 지분율이나 투자 지역에 제한을 둘 경우 비상장주식을 거래하는 벤처펀드라고 하더라도 RWA 가중치를 100%로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입김이 들어갈 경우 당초 민간 벤처모펀드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또 예외조항이 있다고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적용할지 임의적으로 해석하는 건 쉽지 않다.

결국 민간 벤처모펀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혜택과 실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법인이 민간 벤처모펀드를 통해 벤처기업에 투자할 경우 투자금의 최대 8%를 세액공제 해준다. 일반 벤처펀드로 투자할 때 공제되는 5%보다는 높다. 그러나 민간 벤처모펀드와 벤처자펀드 운용사(GP)에게 지급돼야 하는 수수료를 감안하면 세제혜택이 크다고 하긴 어렵다.

중기부 관계자는 "민간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하나금융그룹이 첫 신호탄을 끊어줬다는 게 중요하다"며 "국내 1호 민간 벤처모펀드로서 좋은 실적을 보여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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