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G, 5년짜리 아냐…'예산·평가·면책'으로 공직의 '사일로' 깬다"

대담=조성훈 정보미디어과학부장, 정리=변휘 기자 기사 입력 2023.07.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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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 초대석]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디지털플랫폼정부(DPG)는 특정 정치적 신념에 기댄 정책이 아닙니다. 5년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전략으로 안착해야 합니다. 국민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불편을 느끼는 지점)를 잘 긁어주고, 공직사회도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체감하면 거스를 수 없는 정부 혁신의 흐름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디플정위원회) 위원장은 이달 29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그간의 성과보다는 앞으로 1년의 과제를 강조하며 "다시 시작"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발표한 'DPG 실현계획'을 통해 국민이 DPG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공직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앞으로 계획의 이행·관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책임감의 표현이다.

다음은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디플정위원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고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지난해 7월 29일 디플정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취임 만 1년을 앞두고 그간의 소회를 밝힌다면.

▶정부에서 새로운 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짜여진 틀 안에서 축적된 규정에 따라 업무를 처리해 온 공직사회의 사고를 바꾸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작년 9월 디플정위원회 출범 이후 민간위원 중심으로 7개월 간 치열한 토론을 거쳐 올해 4월14일 DPG 실현계획을 마련했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과제들이 잘 이행되는지 관리하고, 정말 DPG의 취지에 맞는지 민관의 피드백도 살펴야 한다. 특히 지금은 DPG 구현을 위한 내년도 예산 확보가 중요한 시기다.

-각 부처와의 협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DPG의 주무를 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행정안전부를 비롯해 주요 부처에서 핵심 인재들이 위원회에 파견 나왔다. 행정부는 물론 사법부까지도 참여했다. DPG 취지의 구현을 위해 부처 간 협의를 고도화하는데 좋은 환경이었다. 요즘 아쉬운 건 '만 1년'이 지나 파견을 끝내고 부처로 돌아가야 하는 분들이 있다. 다만 이들이 원 소속 부처로 돌아가 디플정위원회의 혁신 아이덴티티를 전파할 것은 기대된다.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4월 공개한 DPG 실현계획에서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국민의 시각을 반영하는데 신경썼다. 공공 서비스를 이용할 때 여러 부처 사이트를 방문해 매번 로그인해야 하고, 기업하는 분들은 인감을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불편을 줄이는 것은 DPG 구현을 넘어 우리 사회의 디지털화를 선도할 수 있는 과제들이다. 이에 따라 2026년까지 행정·공공기관의 주요 서비스 및 단순 링크로 연결된 서비스를 연계·통합해 '단순 링크 제로화'를 달성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국민이 많이 이용하는 5대 기관(교육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국세청·대법원) 시스템 먼저 연계·통합한다.

또 공직자들이 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과학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매우 중요하다. 복지 사각지대를 살피고, 정말 도움이 필요한 청년 또는 중소기업에게 선제적으로 지원책을 추천하는 업무도 데이터와 AI를 활용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아울러 정부 홀로 혁신하기란 불가능하다. 민간의 역량을 끌어들여 함께 혁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에 따라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민간의 아이디어를 접목해 실험해 볼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통합플랫폼 'DPG 허브' 구축을 추진한다.

-전사회적인 폭넓은 데이터 공유가 전제돼야 하는 구상이다. 그러나 부처 간 데이터 공유부터 문턱이 높다.

▶특정 부처가 개인 또는 기업의 정보를 가져다 쓸 때는 각 부처의 고유 목적 사업에 관한 기본법에 근거하며, 고유 목적 외 활용은 어렵다. 활용이 가능하다는 객관적인 유권해석을 받아 와도, 혹시나 문제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에 타 부처나 기관에 대한 공유가 소극적인 게 공직사회의 현실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DPG 철학에 부합하는 데이터 공유, 이에 따른 이슈라면 면책이 필요하지 않겠나. 이에 따라 징계의 예외조항 범위를 크게 넓히는 방안을 감사원과 추진 중이다. 데이터 공유를 통한 성과의 선례, 또 면책의 사례 등이 생겨나고 축적되면 부처 간 협업도 일반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

-말씀대로 타 부처·기관과의 협업을 꺼리는 '사일로' 현상은 여전하다.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해 디플정위원회 차원에서는 몇 가지 수단 정도를 고려하고 있다. '예산' 측면에서는 ISP(정보화전략계획) 관련 예산을 짜면서 DPG 철학에 맞는지를 기획재정부와 디플정위원회가 함께 평가한다. 전체 5조1000억원에 달하는 정보화산업 예산 중 기존 사업의 유지·보수 예산은 제외해도, 신규 사업만 해도 상당한 규모의 예산이다. 여기에는 디플정위원회가 충분히 관여할 수 있다. 이미 내년도 '예산편성 세부지침'에 'DPG 사업에 우선으로 자원 배분'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또 국무총리실의 정부 업무평가,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평가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DPG 평가지표가 반영된다. 올해 가이드라인에도 이미 'DPG 정책항목'(평가기준 △디지털 기반 서비스 혁신 △데이터 기반 업무 효율화 △일하는 방식 및 조직문화 개선 등)이 대거 반영됐다. 공무원 인사 평가 부문에서도 인사혁신처와 협의 중이고,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함께 DPG 혁신 교육과정도 운영 중이다. 이밖에 각급 교육기관에 관련 온오프라인 과정 신설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공공부문에서 지속적으로 DPG 철학이 뿌리내리도록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 보고회에서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윤 대통령 오른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4.14./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 보고회에서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윤 대통령 오른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4.14./사진=뉴시스
-정부 전용 초거대 AI를 구축해 정부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민간의 초거대 AI 인프라를 활용해 보안성이 담보된 별도 영역에서 정부 전용 AI를 추진하겠다. 재난 대응과 안전, 복지, 민원 등 다양한 정부 서비스의 효율화에 기여할 것이다.

구축 과정의 원칙 중 하나는 특정 기업에 록인(lock-in, 종속) 되지 않는 것이다. 정부 내부 업무가 외부로 공개되지 않아야 할 보안성이 높은 데이터는 별도로 독립된 공간에서 관리해야 한다. 또 정부 데이터는 상당히 정제된 만큼 AI의 강화학습 시 정확도 및 생산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이를 통해 정부 전용 초거대AI의 필요성을 이른 시일 안에 증명하는 게 관건이다. 과거 이동통신 서비스의 글로벌 테스트베드로 한국이 기능했던 것처럼, '한국에서 정부 생산성의 OO% 향상이 확인됐다'라고 마케팅하면 솔루션 형태의 수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DPG 구상이 윤석열 정부 주도의 '5년짜리' 정책에 그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DPG 구상은 특정 정치적 신념에 기반한 정책이 아니다. 현 정부 5년으로 끝나면 안 된다는 것을 대통령께서도 강조하신다. 그래서 '디지털플랫폼정부 특별법' 제정을 통해 다음 정부까지 이어져야 한다. 또 내 임기가 내년 7월까지인데, 이렇게 2년 동안 열심히 일해 정부의 예산·평가 등 다방면에 DPG 철학을 반영하고 관련 인프라 구축도 진행하면 어느 정도 틀이 잡히지 않을까. DPG가 국민의 페인 포인트를 잘 긁어주고, 공직사회도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체감하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기자 사진 대담=조성훈 정보미디어과학부장
  • 기자 사진 정리=변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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