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원선 무너진 카카오…내달 3300억 빚 폭탄 '경고음'

윤지혜 기자 기사 입력 2022.09.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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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에 얼어붙은 해외 투심, EB 풋옵션 행사하나
카카오 "현금흐름 이상無…중장기 주주가치 제고할 것"

카카오 (47,500원 ▲100 +0.21%)가 주가가 6만원선 밑으로 추락한 가운데, 자칫 내달 3000억원대 채무상환 부담까지 커졌다.

26일 카카오는 전 거래일 대비 2.13% 내린 5만9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일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며 올 초(1월3일) 11만4500원 대비 반토막났다. 이대로라면 내달 28일 풋옵션(조기상환 청구권) 행사일에 약 3293억8324만원의 채무를 조기상환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카카오는 2020년 M&A(인수·합병) 자금을 마련키 위해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서 해외투자자 대상 3억달러 규모(당시 3395억7000만원)의 EB(교환사채)를 발행했다.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카카오 자사주로 교환할 수 있는 사채다. 투자자는 미래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고, 발행회사는 저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윈윈'으로 여겨졌다.

실제 교환가격은 당시 주가보다 35% 높은 47만7225원(액면분할시 주당 9만5359원)으로, 표면·만기이자율 모두 '제로'여서 주가 상승에 대한 카카오의 자신감과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제는 카카오 주가가 2년 전 수준으로 회귀하면서 조기상환 우려가 커졌다는 점이다. EB 만기일은 내년 4월18일이지만, 채권자는 오는 10월28일부터 풋옵션 행사가 가능하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이사는 올 초 취임 당시 주가 15만원을 목표로 내걸었으나 26일까지 6만원선도 무너졌다./사진=뉴스1
남궁훈 카카오 대표이사는 올 초 취임 당시 주가 15만원을 목표로 내걸었으나 26일까지 6만원선도 무너졌다./사진=뉴스1
채권자로선 EB를 주식으로 교환하는 것보다 조기 채무상환을 요구하는 게 이득이다. 투자 수익을 얻을 순 없지만, 원금은 지킬 수 있어서다. 만기이자율이 0%인 만큼 채권자로선 만기일인 내년 4월18일까지 기다릴 이유도 없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확대 속 '강달러'(원화 가치 하락) 현상도 해외 투자자의 투자 회수 가능성을 높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교환대상 주식 356만902주 중 97%(345만4139주)가 잔여 교환가능 주식이다. 액면분할 기준 교환가격은 주당 9만5359원으로, 카카오 입장에선 약 3293억8324만원의 채무부담이 생기는 셈이다.

카카오는 현재 보유한 현금을 고려할 때 채무를 상환하더라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올 상반기 카카오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조3073억원이다.


"카카오M 합병때 생긴 자사주, 지난 5월 모두 소각"


그나마 카카오가 2018년 카카오M 합병 당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한 자사주를 이미 처분한 점은 긍정적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카카오는 약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내년 8월(5년)까지 처분해야 했다. EB 만기일을 내년 4월로 정한 것도 EB를 해당 자사주로 교환해 처분 부담을 덜기 위한 복안이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하면 카카오는 자사주를 사줄 다른 투자자를 찾거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에 나서야 한다. 통상 블록딜엔 할인율이 적용되는 데다, 대규모 물량이 쏟아져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카카오는 지난 5월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323만9741주를 소각했다. 이는 감자기준일(5월3일) 당시 종가로 2867억원 규모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M 합병 당시 취득한 자사주 중 처분이 필요한 물량은 이미 처분·소각이 완료된 상태"라며 "남은 자사주는 중장기 주주환원을 위한 소각 및 임직원 상여 등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기자 사진 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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