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비상장주식 투자사기...한국거래소 직인·공문까지 위조

김태현 기자 기사 입력 2022.09.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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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버다임케이 홈페이지
/사진=오버다임케이 홈페이지
#얼마 전 A씨는 '드림홀딩스'라는 컨설팅 업체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았다. 3차원(3D) 디스플레이 생산업체 오버다임케이가 이달 말 상장을 준비 중이며 투자를 하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증거라며 한국거래소 직인이 박힌 코스닥 시장 신규상장 승인 문서까지 캡처해서 보여줬다. 안심하고 투자했지만, 사기로 판명됐고 환불 요청에도 연락두절이다.

비상장주식 투자 사기가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비상장주식 커뮤니티에서 발생한 허위매물을 넘어 거래소 공문까지 위조하며 비상장주식 투자를 부추기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오버다임케이는 드림홀딩스를 대상으로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다. 지난 6월 드림홀딩스는 복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거래소 직인이 찍힌 공문을 전달했다.

공문에는 오버다임케이의 상장 시점과 주관사 등 구체적인 정보가 담겼다. 오버다임케이가 9월26일 상장하며 발행주식 수는 2820만주, 주당가격은 1만5000원이라는 내용이다. 주관사는 하나금융투자라고 적혀 있었다. 또 거래소의 직인과 함께 코드번호까지 적혀 있었다.

이들은 오버다임케이가 시중에서 1만5000원보다 높은 2만원 후반대에 거래되고 있다며 매수를 하면 큰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그러나 해당 공문은 곧 위조로 들통났다. 오버다임케이는 최근 상장 심사를 신청한 적도 없는데다 최근 3년 동안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상장을 하려면 외부감사에서 최소한 적정 의견을 받아야 하는데 상장을 위한 최소 요건도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오버다임케이 관계자는 "3~4개월 전부터 관련 내용으로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과거에 상장을 준비 중이었지만, 최근 코로나19(COVID-19) 등으로 실사가 어려워지면서 진행되고 있는 내용은 없다"며 "드림홀딩스 등 관련 인물들을 대상으로 법적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오버다임케이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문 위조본이 돌고 있다'며 경고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오버다임케이 외 다른 공문 위조 사례가 접수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관련해 모두 고발 조치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 발생한 베노디글로벌 사기 사건도 마찬가지다. 투자 컨설팅 업체 A사는 고성능 전기모터를 제조하는 베노디글로벌이 곧 상장될 것이라는 거짓 정보와 함께 수백억원의 자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일당은 사전에 이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했다.

심지어 투자를 권유했던 A사의 이사가 베노디글로벌의 대표이사와 동일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베노디글로벌 대표와 투자 컨설팅 업체 직원 등을 입건하고 수사 중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업 내용이 확실하고, 미래 성장성을 갖춘 기업이라면 증권사와 벤처캐피탈(VC) 등 정상적인 통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며 "컨설팅 업체가 꼈다는 건 그만큼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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