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대기업들의 자율주행 배송로봇 실증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KT가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자율주행 배송로봇 관련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받은 데 이어 우아한형제들도 이달 초 로봇산업진흥원 주관 로봇 융합모델 실증사업에 선정돼 실내외 배송로봇 서비스를 진행하기로 했다.
문제는 배송로봇 서비스에 사용되는 로봇들이 대부분 해외기업들의 로봇이라는 점이다. KT가 규제샌드박스 특례를 받아 진행하는 배송로봇 사업은 '러시아의 구글'로 불리는 빅테크 기업 얀덱스 그룹의 로봇으로 운영된다. KT는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얀덱스의 자회사 얀덱스SDG(Self Driving Group)와 업무협약을 맺고 1월에는 공식적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우아한형제들의 배송로봇도 외산 로봇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내년부터 진행되는 테헤란로 배송로봇 서비스에 활용되는 로봇 '딜리 드라이브'는 중국의 젠로보틱스(Zhen robotics)사의 하드웨어에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개발됐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2018년부터 실외 배송로봇 서비스를 기획하고 글로벌 로봇업체들과 협업했다"고 전했다.
"국내 로봇 육성·보호해야…서빙로봇, 이미 70%가 중국산"
관련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아직까지 국내 서빙로봇 시장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는 주요 업체가 공개한 판매량 등을 기준으로 지난해에만 최대 3000대의 서빙로봇이 보급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70% 이상은 중국의 로봇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란 게 업계의 추산이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다. 한 자율주행기술 개발 스타트업 대표는 "실내 식당에서 사용하는 서빙로봇은 이동경로가 한정적이고 범위도 짧아 천장에 경로를 마킹하고 카메라로 주변 장애물을 인식하기만 해도 로봇을 도입할 수 있다"며 "이같은 방식으로 푸두봇과 키논 등 중국 로봇들이 가격경쟁력을 높여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을 대부분 점유하고 있다"고 했다.
한 발 빠른 해외기업·정부…"배송로봇 시장도 안심 못 해"
그러나 업계에서는 배송로봇 시장 역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해외기업들이 우리나라보다 한 발 앞서 기술 개발에 뛰어든데다 정부도 자율주행 배송로봇 통행을 법제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해 이미 기술 수준이 높다는 이유다. 반면 우리나라는 규제특례를 부여하지만 현장요원 대동, 현장 관할청 허가 등 부대조건을 걸어 스타트업이 기술 개발에만 전념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KT와 우아한형제들 등 대기업이 해외 로봇기업과 기술 협업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KT가 협업하는 얀덱스SDG의 경우 2020년 말부터 러시아, 미국 일부 주에서 자율주행 배송로봇 서비스를 진행해왔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도 "2018년 서비스를 기획하고 협업할 로봇 제조사를 찾을 때만 해도 국내에는 기술을 충족하는 기업이 없었다"고 전했다.
K-로봇 날개 펼 수 있을까…"규제개선해 성장기반 만들어야"
국내 스타트업도 기술력을 기반으로 자금을 유치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뉴빌리티는 지난해 인천 송도, 서울 서초·송파구 등에서 진행한 배송로봇 실증 성공을 기반으로 최근 23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트위니 역시 지난해 170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고 최근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도 배송로봇 시장에 관심을 가지면서 해당 분야의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자본이 몰리면 국내 기업들의 기술 개발도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을 열고 국내 기업에도 자본이 몰릴 수 있도록 정부의 규제완화 의지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정책변경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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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고석용 기자 gohsyng@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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