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의 불편한 진실
"아이디어를 한 줄만 적어낸 지원서도 있었다. " 정부의 창업 장려 정책인 '모두의 창업' 지원서를 심사한 AC(액셀러레이터) 관계자의 말이다.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실제 심사 현장에서는 A4 반 페이지도 채 되지 않는 신청서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수백 건을 검토해도 투자검토 단계까지 갈 수 있는 사례는 손에 꼽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창업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정책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창업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선택지가 돼야 한다는 방향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문제는 과정에서 전달된 메시지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는 구호가 창업을 지나치게 가볍게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나온다. 벤처투자 시장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달라졌다. 과거에는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투자를 유치하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투자자들은 기술력과 시장 검증, 창업팀의 실행 역량을 먼저 본다. 좋은 아이디어는 출발점일 뿐이며, 그것만으로 투자와 성장을 담보할 수는 없다.
최태범 기자
2026.06.08 17: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