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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혁 리스크엑스 대표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국내 ELS(주가연계증권) 시장의 불완전판매 등 정보 비대칭 문제를 AI(인공지능)로 혁신하겠다는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 리스크엑스다.
윤장혁 리스크엑스 대표는 "과거 홍콩 H지수 ELS 사태의 본질은 상품 자체의 위험성보다 대면 판매 구조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정보 비대칭'에 있었다"며 국내 ELS 시장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ELS는 구조화 파생상품의 한 종류로, 특정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이 정해진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수익이 지급된다. 코스피200, S&P500, 홍콩H지수 같은 시장 지수나 삼성전자(292,500원 ▼7,000 -2.34%), 테슬라 등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설계된다. 해당 기초자산의 가격이 만기까지 일정 구간을 유지하면 원금에 수익까지 얻는다. 다만 기초자산이 일정 구간 밑으로 떨어질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ELS는 시장 급락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채권보다는 높은 수준의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다만 구조가 복잡한 만큼 홍콩 H지수 ELS 사태처럼 투자자들이 위험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가입할 경우 노후 자금까지 잃게 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윤 대표는 이 같은 정보 비대칭 문제가 대면 중심의 판매 방식과 비교 가능한 플랫폼의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그동안 ELS 상품은 은행 창구를 통해 금융취약계층인 중장년층 투자자를 중심으로 판매돼 왔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직원의 개별 설명 역량과 이해도에 따라 투자자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 수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ELS 상품 판매가 은행에서 증권사의 온라인 채널로 이동해 제공받는 정보의 양은 늘었지만 여전히 다양한 ELS 상품을 비교·분석·비교할 수 있는 플랫폼은 부재한 상황이다.
윤 대표는 "비슷한 구조의 상품이라도 증권사마다 수익률과 만기 조건 등이 다를 수 있다"며 "투자자가 각 증권사 앱인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를 내려받아 일일이 비교하지 않는 이상 상품을 비교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리스크엑스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기반 ELS 비교·분석 플랫폼 구축에 나서며 B2C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사업으로 확장을 추진 중이다.
윤 대표는 "그 어떤 금융상품도 리스크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지만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반 개인투자자가 상품의 구조와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연내 금융 규제샌드박스 신청도 추진할 계획이다. 단순 비교 서비스를 넘어 다양한 증권사의 ELS 상품을 한 플랫폼에서 판매까지 할 수 있도록 현행 '일사전속주의' 적용 제외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일사전속주의는 금융상품 판매 대리·중개업자가 특정 금융회사 상품만 취급하도록 제한하는 규제다. 보험상품과 달리 투자상품은 일사전속주의 규제가 적용돼 여러 금융사의 상품을 한 플랫폼에서 중개하기 어려운 구조다.
리스크엑스 기업 개요/그래픽=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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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는 금융 제조업"…AI 기반 맞춤형 상품 설계로 해외 수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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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혁 리스크엑스 대표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회사가 다양한 금융상품 가운데 ELS 시장에 주목한 배경에는 윤 대표의 독특한 이력이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서울대학교 산업공학 석·박사 과정에서 공학과 경영, 금융, 데이터 분석을 아우르는 융합 연구를 이어갔다. 특히 대학원에서는 확률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연구하는 추계학·확률과정(Stochastic Process)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며 금융공학 기반을 다졌다.
이후 그는 장외파생상품 가격산정(Pricing)과 리스크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파생상품 리스크 관리 전문기업에서 경력을 쌓으며 ELS 시장을 '금융 제조업'에 가까운 영역으로 바라보게 됐다.
그는 "주식이나 ETF(상장지수펀드)와 같은 상품은 증권사가 단순 중개하는 성격이 강하지만 ELS는 증권사가 직접 구조를 설계해 만드는 상품"이라며 "기초자산과 만기, 수익률, 손실 조건 등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운 상품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최근 반도체 호황 국면에서는 삼성전자(292,500원 ▼7,000 -2.34%)와 SK하이닉스(1,941,000원 ▲1,000 +0.05%)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를 연 8% 수준의 수익을 제공하는 대신 주가가 30% 하락할 경우 손실이 발생하는 공격형 상품으로 설계할 수 있다. 반면 코스피200·S&P500·유로스탁스50 등 글로벌 지수 기반 상품은 손실 기준을 50% 수준으로 설정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로 설계할 수 있다.
그는 "투자자에게 좋은 금융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금융사 역시 개인의 재무 상황과 시장 환경에 맞는 데이터 기반 제조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윤 대표는 현재 국내 증권사의 상품 설계와 리스크 분석 과정이 여전히 수작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국내 ELS 상품의 경쟁력이 미국·유럽의 상품 대비 뒤처져 있다고 진단했다.
리스크엑스는 현재 증권사를 대상으로 AI와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ELS 상품 구조를 분석하고 시장 상황에 맞는 상품 설계를 지원하는 B2B(기업간거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회사는 해당 사업을 통해 약 1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는 증권사 내부에 구조화 파생상품 리스크 분석·설계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구축한다. 기존에는 글로벌 금융공학 기업 뉴메릭스(Numerix)의 소프트웨어를 공급해왔지만 지난해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 구축에 성공하며 하나증권에 납품했다. 이와 함께 구조화 파생상품 시장 데이터와 리스크 분석 정보를 제공하는 데이터 솔루션 사업도 운영 중이다.
윤 대표는 "ELS는 금융의 제조업"이라며 "국내 증권사들도 글로벌 수준의 상품 설계 역량을 갖춘다면 한국형 ELS 상품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리스크엑스 역시 이러한 금융상품 수출 생태계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