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공짜로 타는 나이지만…"은퇴 후 연매출 5억" 오팔청춘 무한도전

정인지 기자, 고석용 기자, 정현수 기자, 유효송 기자 기사 입력 2024.01.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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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팔(OPAL·Older People with Active Lives)세대가 온다]제2의 인생 2(종합)



'인싸'만 있다는 러쉬에도 60대 직원…시니어 파워가 이 정도?



#"저희 제품을 사용해보셨나요? 혹시 피부타입은 어떻게 되세요?" 외국인과 젊은 사람들로 가득찬 명동 한복판에 자리잡은 러쉬 매장. 62세(61년생) 시니어 직원인 '롤리팝(매장 내 직원명)'씨는 여느 직원과 마찬가지로 밝게 손님을 응대한다.

롤리팝씨는 "의류·돌봄 서비스 등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다 자녀를 다 키운 뒤 내 일을 하고 싶어 이곳저곳 원서를 넣어봤지만 긍정적인 대답을 듣기 어려웠다"며 "어느날 딸이 러쉬 공고를 보고 알려줘서 지원하게 됐다"고 밝게 웃었다. 그는 "가족을 돌보는 행복도 있었지만 새로운 일을 도전해보고 알게 되는 성취감이 크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 시니어 직원을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반 기업의 은퇴 연령은 보통 55세 전후지만, 60대도 여전히 건강하고 유연하게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60세 이상의 노년층은 자산이 타 연령층에 비해 높아 중요한 소비자층이기도 하다. 직원이자 소비자로 60대를 공략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8일 러쉬코리아는 지난해 9월 새로 문을 연 명동점에 최초로 시니어 파트타이머(55세 이상 기준)를 채용했다. 조직 내 다양성과 포용성을 넓히면 구성원의 만족도와 소비자의 선호도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정책이다. 시니어 직원이 매장 응대를 하면서 시니어 고객의 매장 진입 장벽도 낮춰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러쉬코리아 측은 "이번 시니어 채용을 통해 전 직군 대상, 시니어 채용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롤리팝씨는 2년 계약으로 채용돼 일반 직원과 동일하게 제품 교육을 받고, 재고 정리, 신제품 홍보 등을 하고 있다. 자녀보다도 어린 20대 직원들과 함께 일하다보니 처음에는 동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솔직하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직원들이 많아 애정도 가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 그는 "내 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왔는데 막상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속상한 일"이라며 "함께 인생의 피날레를 즐길 수 있는 동료들이 사회에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GS25
/사진제공=GS25

편의점도 시니어 일자리를 넓히는 데 한 몫하고 있다. 비교적 업무가 단순한데다 청결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매장을 깨끗하게 유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만 60세 이상의 시니어 직원을 채용하면 정부 지원도 받는다. 현재 운영 중인 편의점에서 시니어를 고용하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을 통해 월급 40만원씩 최대 6개월간 총 24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시니어 직원은 월급 80만원 이상, 9개월 이상 장기 근로계약해야 한다. CU, GS25 등에서 지난해 말 기준 77명이 지원금을 받고 있다.

또 지자체, 노인복지관, 대한노인회 등이 시니어 일자리를 위해 '시니어스토어'라는 편의점을 개점하기도 한다. 역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으로부터 사업비를 연 267만원 받을 수 있다. 현재 48개점이 운영되고 있는 데 이 중 47개점이 GS25다. GS25는 2018년 부산광역시에 시니어 스토어 1호점을 개점한 이래 지난해에도 경남 창원과 창녕, 인천 등에서 시니어스토어를 연 바 있다. 편의점 관계자는 "시니어 분들은 성실성과 청결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편"이라며 "다소 사용이 어려울 수 있는 단말기나 신제품 등을 위주로 교육 드린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는 온라인 '시니어마켓' 운영을 통해 시니어 일자리를 지원한다.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시니어 다수 고용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관련 기업들은 입점 심사 절차를 완화하고 수수료를 경감하는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참기름·제과제빵·해산물 등 먹거리, 비누·수공예품 등 일상용품을 포함해 200여종의 제품을 판매 중이다. 홈플러스는 이러한 점을 인정받아 '2023 노인일자리 주간' 행사에서 대형마트로는 최초로 노인일자리 분야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온라인 판로가 부족한 노인생산품의 매출 창구 역할을 하는 동시에 고용 창출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다만 아직까지 대형마트를 포함해 대부분 유통업계 정직원 정년은 만 60세로 규정돼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인구 감소, 고령화 등 사회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정년 연장과 관련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 퇴직 후 주말농장하던 60대…"올 매출 5억" 사장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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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1958년생)는 62세가 되던 2020년 4월, 창업을 결심했다. 교수로서 평생 연구해온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해 ADHD(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 진단·치료기기를 만들겠다는 포부였다. 그가 창업한 히포티앤씨는 ADHD진단·치료기기 개발에 성공했고 세계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헬스·웰니스'와 '가상·증강현실' 2개 부문에서 혁신상까지 수상했다. 히포티앤씨는 이후 제이커브인베스트먼트, 스타퀘스트자산운용, 인성정보에서 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고대원 팜에프 대표(1958년생)도 2020년 3월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강원도청 공무원으로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면서 창업으로 인생 2막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그가 취미생활로 즐겨왔던 주말농장에, 최근 공부하게 된 '아쿠아포닉스' 농업기술을 활용하면 성장성이 있을 것으로 봤다. 지난해 6월 첫 재배성과가 나오기 시작한 팜에프는 지난해 2억원, 올해는 약 5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오팔세대 창업가들이 늘고 있다.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억지 창업이 아니다. 은퇴 전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혁신에 도전하는 시니어들이 창업생태계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세운 스타트업들은 청년 스타트업보다 뛰어난 기술력과 노하우, 다양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해가고 있다.

◇기술창업 60대 비중 12%…7년 전보다 두 배 증가

3일 중소벤처기업부 창업기업동향에 따르면 2023년 1~3분기 기술기반업종으로 창업한 법인 중 대표자가 60세 이상인 법인의 비율은 11.59%로 2016년 6.85%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절대 규모를 봐도 2023년 1~3분기 기술기반업종 60세 이상 창업기업은 3623개로 2016년 연간 규모(2540개)를 이미 넘어섰다. 같은 기간 전연령대 창업은 3만1254개로 2016년 연간 규모(3만7102개)와 유사한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60세 이상의 증가는 독보적이다.

기술기반업종은 제조업, 정보통신업, 전문과학서비스업 등 지식기반업종을 의미한다. 특히 개인사업자가 아닌 법인으로 창업을 한 것은 지분투자 유치 등을 통해 성장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다수다. 업계 관계자는 "60대 퇴직자들이 이제는 치킨집이나 카페 같은 자영업이 아니라 스타트업을 통해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모습"이라며 "그간 현장에서 쌓은 기술·경험을 값어치 있게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60대 창업가 대부분은 생계 때문에 창업한 것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진흥원이 2021년 기준 업력 1~7년차 창업기업 8000개사를 조사한 창업기업실태조사에서 60대 이상 창업가들은 창업동기(복수선택)로 '더 큰 수입을 위해'(49.6%), '적성에 맞아서'(34.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생계형에 해당하는 '다른 선택이 없어서'라는 응답은 16.8%에 그쳤다.


매출·투자유치 등 경영실적도 청년층 앞서


시니어 스타트업들은 매출 등 실적도 평균을 웃돈다. 2022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시니어기술창업지원자금'을 받은 스타트업의 평균 매출액은 11억8600만원으로 '청년전용창업자금'을 받은 스타트업 평균 매출액 4억6500만원보다 2.6배 컸다. 시니어기술창업지원자금은 나이 제한은 없지만 대·중견기업 및 정부출연연구소 출신 은퇴자 등을 위한 융자지원으로 대부분 50대 이후 창업자들이 대상이다.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시니어 스타트업들에 주목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벤처투자를 유치한 257개 벤처기업 중 창업자의 창업 당시 나이가 50대·60대 이상인 곳은 29.6%(76곳)로 30대·20대 이하(26.8%, 69곳)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청년 스타트업에 비해 시니어 스타트업들은 기술 전문성과 사업 경험이 풍부해 더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다"며 "투자업계도 아이디어 기반인 청년 창업보다 기술·경험 기반인 시니어 스타트업들이 리스크가 더 적다고 보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시니어 창업 지원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시니어 창업에 퇴직금 등 자기자본이 과도하게 투입되지 않도록 자금 지원을 늘려야한다고 지적했다. 양현봉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니어 기술창업 실태와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시니어 기술창업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자금조달에 '퇴직금 등 자기자금'이 46.1%를 차지하는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시니어 기술창업 자금 확충 등 2010년대 중반 청년창업 촉진과 같은 적극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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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취직했다" 주위 부러움 한몸에…'핫플' 카페에 뜬 '오팔청춘'



카페서울숲에서 바리스타로 근무하는 오윤철씨 /사진=정현수 기자
카페서울숲에서 바리스타로 근무하는 오윤철씨 /사진=정현수 기자

서울 도심 내 대표 명소로 자리잡은 서울숲 초입에는 116개의 컨테이너로 둘러싸인 문화복합공간이 있다. '언더스탠드에비뉴'라는 간판을 내건 이 장소는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핫플(핫플레이스)'이다. '카페서울숲'도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영업 중이다. 파란색 건물과 감각적인 인테리어 등 누가 봐도 멋진 카페지만 눈길을 잡아끄는 건 다른데 있다. '실버 바리스타'들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 28일 카페서울숲에서 만난 오윤철씨는 검은색 상의에 옅은 갈색 앞치마를 입고 손님들을 맞이했다. 그는 베이비부머를 상징하는 1958년생이다. 여느 동년배처럼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나이지만, 그에게서 세월의 흔적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실제로 오씨는 카페서울숲에서 커피를 내리며 '실버 바리스타'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바리스타로서 삶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그는 30대에 극장을 운영했고, 40대에 접어들어선 남성복 가게를 했다. 건물 임대업으로 인생의 항로를 바꾼 50대가 되자 고민이 시작됐다. 오씨는 "50대가 되면서 10년 후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됐다"며 "많은 돈을 모은 것도 아니어서 여생을 어떻게 재미있고 보람있게 살 수 있을지 고민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우연히 신문 광고를 접했다. 한 대학에서 평생교육으로 바리스타 과정을 운영한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커피를 즐기던 차에 관심이 쏠렸다. 8주간의 교육을 받고 의욕이 더 생겼다. 58세가 된 시점이었다. 1년 6개월 동안 바리스타 학원을 다니며 자격증을 땄다. 노력 끝에 그의 손에는 바리스타 관련 자격증 6개가 쥐어졌다.

자신이 생기자 카페 창업의 꿈을 꿨다. 경험을 쌓기 위해 60대 초반에 개인 카페에서 8개월 정도 일했다. 카페 운영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한 시기였다. 대규모 감염병(코로나19)까지 발생하자 창업은 접었지만 바리스타의 꿈은 놓지 않았다. 카페에서 근무하기 위해 약 50곳에 원서를 냈다. 받아주는데가 없었다. 나이가 많다고 했다.

카페서울숲의 외관 모습 /사진=정현수 기자
카페서울숲의 외관 모습 /사진=정현수 기자

실망감이 커지던 무렵,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 중인 노인일자리 사업을 알게 됐다. '실버 바리스타'도 그 중 하나다. 오씨도 노인일자리 사업을 통해 3곳의 카페에서 근무했다. 30만원이 채 되지 않은 수입이 다소 아쉽긴 했지만 카페서울숲으로 인연이 이어졌다. 30명이 지원한 곳에 원서를 냈고, 최종 2명의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카페서울숲의 '실버 바리스타'는 일반적인 노인일자리 사업과 달랐다. 급여도 약 70만원으로 다른 곳보다 많았다. 서울 성동구청에서 출자한 '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가 관리하는 업장이라 가능했다. 성동미래일자리는 총 4곳의 카페를 운영한다. 이들 가게에서 근무하는 60대 이상 근로자는 총 10명이다. 경쟁률만 최소 5대1에 이를 정도로 유망한 노인일자리로 꼽히는 자리다.

성동미래일자리는 카페서울숲 외에도 서울숲분식, 용비쉼터, 사근동 작은목욕탕 등에서 현재 10명의 노인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 받아 보건복지부의 고령자 친화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노인일자리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도 성동미래일자리의 사업모델을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오씨만 하더라도 일주일에 14시간씩 카페서울숲에서 근무한다. 근속기간은 1년2개월이다. 69세까지 근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그는 "취직했다고 하니 주위에서 부러워하고 좋아한다"며 "일하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힘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어르신들에게 안정적인 전문적인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해드리는 것이 가장 좋은 복지를 실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나아가 지역사회 돌봄체계 구축을 위해서도 다양한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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