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쏟았는데 3분만에 도둑질…불법사이트 이용자 죄의식 '0'

윤지혜 기자, 변휘 기자 기사 입력 2023.09.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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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콘텐츠 도둑들 ⑤] 웹툰작가·OTT업계 "불법공유 처벌 강화해야"

[편집자주] 드라마, 웹툰, 웹소설 등 글로벌 시장을 휩쓰는 K-콘텐츠의 이면에는 이를 무단도용해 막대한 수익을 취하려는 불법유통업자들이 있다. 단속을 피해 해외에 서버를 두고 메뚜기식 영업을 하는 이들 때문에 창작자는 정당한 수익을 빼앗기고, 콘텐츠산업 생태계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불법 유통을 근절해 건강한 창작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본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절망적이었죠. 창작할 동력을 잃은 기분이었습니다."

지난해 부천만화대상 신인 작품상을 받은 네이버웹툰 '위아더좀비'의 이명재 작가는 불법 사이트에 올라온 자기 작품을 발견했을 때 심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매주 유료결제하던 작품을 무료로 보니 좋다'는 댓글엔 마음이 무너졌다. 콘텐츠 창작자에게 불법유통은 단순 '얼마를 덜 번다'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 터전을 위협하고 창작 의지를 꺾는 문제다.

OTT(온라인동영상플랫폼) 업계도 아우성이다. 양지을 티빙 대표는 올 1분기 400억원 적자 배경으로 "불법 사이트 영향으로 신규 콘텐츠가 기대 대비 가입자 성장에 영향을 못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태현 웨이브 대표는 "누누티비 등으로 OTT와 기존 레거시 미디어까지 피해를 본다"면서 "누누티비 종료 직후 한국 플랫폼 MAU(월간활성이용자)와 앱설치횟수가 올라갔을 정도"라고 말했다.

창작자들은 콘텐츠 불법유통을 막으려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콘텐츠 불법유통으로 저작권 침해 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양형기준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접속 차단 심의 빈도도 주 2회에서 상시로 확대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불법 사이트 운영자뿐 아니라 이용자에게도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네이버웹툰 '주욱 같은 하루'의 민영 작가는 "불법 사이트를 막는 것 만큼 이용자들이 '불법 사이트를 이용하면 안 된다'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웹툰작가 A씨도 "일주일 내내 공들인 작품이 공개 3분 만에 불법 사이트에 올라온다"며 "내 작품을 미끼로 불법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도 문제지만 죄의식 없이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구글 등 포털에서 작품명을 검색하면 공식 연재 사이트가 뜨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만큼 이용자 대상 저작권 보호 인식개선도 필수적이다. 네이버웹툰 '돼지우리'로 유명한 천범식 작가는 "불법 콘텐츠를 보는 건 물건을 훔치는 것과 다르지 않은데 (웹툰이) 손에 잡히는 게 아니다 보니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창작물의 대가를 정당하게 지불하고 소비하면 창작자도 수익을 바탕으로 더 나은 환경에서 양질의 콘텐츠로 보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작가도 "과거 당연시됐던 음원 공유가 현재는 불법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불법 사이트 이용을 부끄럽게 여기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불법유통을 막기 위해 정부가 국내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의 웹툰작가 B씨는 "최근 러시아·스페인어권 국가에서도 한국 웹툰을 불법 번역해 단행본으로 보는 추세"라며 "그 나라 언어로 작품을 감상할 수 없다보니 불법 번역·유통하는 사례가 있는 만큼 해외 서비스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기자 사진 윤지혜 기자
  • 기자 사진 변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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