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모멘트' 맞은 엔비디아…실적도, 주가도 상승 질주

권성희 기자 기사 입력 2023.08.2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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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종합)

엔비디아 /로이터=뉴스1
엔비디아 /로이터=뉴스1

AI(인공지능) 반도체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가 시장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선사했다.

엔비디아는 23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에 예상했던 대로 시장 컨센서스를 웃돌고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를 끌어올리는 '비트 & 레이즈'(beat & raise)의 실적을 발표했다.

시장 컨센서스를 뛰어넘는 폭은 기대 이상으로 컸다.



2분기 매출액, 전년비 2배 급증


엔비디아는 이날 장 마감 후 2024년 2분기(5~7월)에 순이익이 61억9000만달러, 주당 2.48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의 6억5600만달러, 주당 26센트에 비해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엔비디아는 2024년 회계연도가 올 2월부터 내년 1월까지다.)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2.70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팩트셋이 조사한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전망치인 2.08달러를 크게 웃도는 것이며 1년 전 56센트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5~7월 분기 매출액은 135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01%, 전 분기 대비 88% 늘었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 112억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5~7월 분기 매출액은 AI 반도체가 포함된 데이터센터 매출액이 103억2000만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71%, 전 분기 대비 141% 급증한 덕에 크게 늘었다.

애널리스트들은 5~7월 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액으로 80억3000만달러를 예상했었다.


매출총이익률이 71%



엔비디아는 3분기(8~10월) 매출액 가이던스로 156억8000만~163억2000만달러를 제시했다. 160억달러에서 2% 적거나 많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126억달러를 35억달러 가량 뛰어넘는 것이다. 8~10월 매출액이 160억달러라면 1년 전 대비 170% 급증하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이익률이 높은 AI 반도체 매출이 늘면서 5~7월 분기 매출총이익률이 71.2%로 25.3%포인트나 확대됐다.

한때 데이터센터와 함께 엔비디아 수익의 양대 축을 이뤘던 게이밍 분야의 5~7월 분기 매출액은 24억9000만달러로 1년 전에 비해 22% 늘었다.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23억8000만달러도 상회했다.

엔비디아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콜레트 크레스는 콘퍼런스 콜에서 게이밍 반도체가 코로나 팬데믹 때 매출이 급증했다가 지난해 재고가 늘어 고전했으나 다시 수요가 늘고 재고도 소진됐다고 밝혔다.

자동차 분야 매출액은 2억5300만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5% 증가했다.

다만 최첨단 그래픽 애플리케이션용 반도체 매출액은 3억7900만달러로 1년 전에 비해 24% 감소했다.

엔비디아는 이사회가 250억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5~7월 분기에도 자사주를 32억8000만달러 매입했다.



"새로운 컴퓨팅 시대 개막"


이날 엔비디아의 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젠슨 황은 실적 보도자료를 통해 "새로운 컴퓨팅 시대가 열렸다"며 "전세계 기업들이 일반적인 용도의 컴퓨팅에서 가속 컴퓨팅과 생성형 AI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선도적인 기업 IT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제공업체들이 엔비디아의 AI를 모든 산업에 적용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발표했다"며 "생성형 AI를 도입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황은 뒤이은 콘퍼런스 콜에서 "전 세계에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기업 내, 또는 다른 방식으로 약 1조달러 가치의 데이터센터가 설치돼 있다"며 "이 1조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들이 가속 컴퓨팅 및 생성형 AI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SW 플랫폼으로 AI 생태계 구축


엔비디아의 놀라운 매출 증가세는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GPU가 오픈AI의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를 구동하게 해주는 근육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데이터센터 GPU는 AMD도 개발하고 있지만 엔비디아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리서치회사인 써드 브리지 그룹의 애널리스트인 루카스 케에 따르면 현재 AI 반도체 판매의 약 70%를 엔비디아가 차지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일찌감치 소프트웨어(SW) 프로그래밍 플랫폼인 쿠다(CUDA)를 개발자들에게 제공해 AI 생태계를 구축했다.

개발자들은 10년 이상 엔비디아의 독점적인 플랫폼에서 AI 관련 툴과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며 공유해왔다.

황은 엔비디아가 생성형 AI에 관심을 쏟기 시작한 순간을 "아이폰 모멘트"라고 표현하며 생성형 AI에 대한 투자야말로 기술과 관련 소프트웨어 투자의 결정체였다고 설명했다.

현재 기업과 정부는 비즈니스와 일상생활에서 AI를 더욱 광범위하게 활용하기 위해 AI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대중국 수출 제한 조치, 영향 미미


엔비디아의 실적과 관련해 우려를 샀던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는 엔비디아의 실적에 별다른 타격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CFO인 크레스는 "전세계적으로 우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강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데이터센터 GPU(그래픽 프로세싱 유닛)에 대한 대중국 수출 규제가 추가로 이뤄진다고 해도 우리의 재무 실적에 즉각적으로 의미 있는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최첨단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으며 이에 따른 타격은 엔비디아에 집중됐다. 당시 엔비디아는 최대 4억달러의 분기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후 엔비디아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저성능 데이터센터 반도체를 개발해 중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이조차도 라이선스 없이는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추가 규제를 고려하고 있다.

크레스는 5~7월 분기 중국 매출이 과거 수준인 20~25%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또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는 미국 반도체산업이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시장 중의 하나를 영구히 잃어버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반도체 공급, 내년까지 늘어날 것


AI 칩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비디아의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엔비디아는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TSMC 등에 설계를 넘겨 위탁 생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CFO인 크레스는 "공급 파트너들이 데이터센터 공급망을 지원하기 위해 생산 역량을 이례적으로 늘렸다"며 공급이 내년까지 매 분기마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실적이 발표된 직후 로페즈 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마리벨 로페즈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엔비디아의 "숫자(실적)는 AI 하드웨어에 얼마나 많은 수익 창출의 기회가 있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클라우드 서비스회사들이 AI 서비스를 판매하는 동안 엔비디아가 매출액과 순이익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현금 창출 능력은 둔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엔비디아는 이날 정규거래 때 3.2% 오른 471.16달러로 마감한 뒤 실적 발표 후 시간외거래에서 6.6% 추가 상승하며 주가가 500달러를 넘어섰다.
  • 기자 사진 권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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