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과학계 "美 투자제한 의미없다..진짜 아픈건 장비 수출 제한"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기사 입력 2023.08.11 10:40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공유하기
글자크기

"과학자들에 동기 부여, 첨단기술 분야에서 자립도 높이는 계기"

중국 베이징시 중관춘(中關村·과학기술단지) 창업거리의 '3W 카페' 1층에서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옆 벽면에는 이곳에 사업을 시작해 성공한 촹커(創客·창업자)의 사진이 붙어 있다. /사진=김명룡 기자
중국 베이징시 중관춘(中關村·과학기술단지) 창업거리의 '3W 카페' 1층에서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옆 벽면에는 이곳에 사업을 시작해 성공한 촹커(創客·창업자)의 사진이 붙어 있다. /사진=김명룡 기자
중국 과학계는 미국의 연이은 기술 투자제한과 첨단장비 수출제한에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해당 분야 미국 직접 투자가 이미 오래 전에 거의 끊긴 만큼 최근 발표된 첨단기술 제한 조치의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조치를 외려 중국 기술자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전날 미국 정부의 중국 첨단기술 투자 제한 조치가 발표된 가운데, 11일 복수 중국 과학자들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현지 민관 과학계는 최근 몇 년 간 중국 과학계의 미국 자금 의존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반응을 공통으로 보였다.

중국 정부 산하 국가과학기술평가센터 리 지민 부소장은 "미국은 이미 오랫동안 AI(인공지능)과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발전을 경계해 왔다"며 "이번 조치는 (경제적으로 실제 타격을 입히기 위한 것 보다) 정치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기술시장은 오랫동안 미국 벤처케피탈의 중요 투자처였다. 그러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투자가 급격하게 둔화된다는 통계가 확인된다.

로디움그룹에 따르면 대 중 미국 직접투자는 2005~2018년 연평균 140억달러(18.4조원)였지만 2018~2022년엔 100억달러(13.2조원)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중국 내 미국 벤처캐피탈 투자는 지난해 10년 내 최저인 13억달러(1.7조원)로 감소했다.

리 부소장은 "이전엔 미국이 반도체 산업에 약간의 투자를 했지만 이미 중단된 상태"라며 "양자기술이나 AI분야에 대한 투자도 이미 4~5년 전에 끊겼다"고 덧붙였다.

상해(上海) 소재 정보보안업체 XT Quantech 왕 차오 대표는 "양자기술 분야 중국기업은 거의 외국인 투자에 의존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새로운 제한은 우리에게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반도체와 AI 역시 최근 몇 년 간 미국 투자 의존도가 크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최근 관련 스타트업을 설립한 중국의 한 양자물리학자는 익명을 전제로 "4년 전 몇몇 미국 벤처투자자들의 제안을 거절했다"며 "거래조건에 민감한 기술의 공개 및 교환이 포함돼 있었고, 중미 간 관계 악화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려 이번 조치보다는 앞서 미국이 실행한 첨단장비 수출제한의 충격이 더 컸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이 양자물리학자는 "(큰 투자자를) 잃어버린 상황에 처한 것과 우리 스타트업이 최근 몇 년 간 미국에서 필수 부품을 조달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다른 연구원은 "중국 양자기술 기업인 오리진퀀텀의 경우를 보면 수백 큐비트(quantum bit, 양자 컴퓨터 또는 양자 정보의 기본 단위)급 양자 컴퓨터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지금껏 70큐비트급 컴퓨터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 면에서는 이번 제재가 외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자립도를 높이는 계기가 된다는 거다.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한 중국인 투자자는 "중국 정부가 기술개발에 대해 굳건히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자본철수는 우리(로컬 투자자)가 개입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리 부소장 역시 "미국의 이번 행정명령이 중국 과학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관련 산업에 활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 기자 사진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이 기사 어땠나요?

이 시각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