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만에 美은행 3곳 쓰러졌다…"내 돈부터 찾자" 줄 선 사람들

송지유 기자, 김희정 기자 기사 입력 2023.03.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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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게이트·SVB 이어 시그니처은행 폐쇄…
"다음은 어디?" 중소은행 파산 공포 확산

미국에서 중소형 은행들이 잇따라 파산하고 있다. 사진은 12일(현지시간) 폐쇄 조치된 뉴욕 시그니처은행. /ⓒ로이터=뉴스1
미국에서 중소형 은행들이 잇따라 파산하고 있다. 사진은 12일(현지시간) 폐쇄 조치된 뉴욕 시그니처은행. /ⓒ로이터=뉴스1
미국 금융권에서 중소형 은행 도미노 파산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실버게이트은행의 자진 청산에 이어 실리콘밸리은행(SVB)·시그니처은행의 잇단 파산으로 일주일도 안 돼 3개 은행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미 금융당국이 예금자들의 과도한 불안감 확산을 막기 위해 "(SVB·시그니처 등) 파산은행 고객들이 예금 전액을 인출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뒤숭숭한 분위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미 은행업계 연쇄부도 사태가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美 은행 3곳, 닷새 만에 문 닫았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전 지점 폐쇄 결정이 내려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앞. 주말에도 예금을 인출하려고 은행 앞을 찾은 사람들. /ⓒAFP=뉴스1
지난 10일(현지시간) 전 지점 폐쇄 결정이 내려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앞. 주말에도 예금을 인출하려고 은행 앞을 찾은 사람들. /ⓒAFP=뉴스1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 규제당국 금융서비스부(DFS)는 이날 뉴욕주 소재 시그니처은행을 인수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시그니처은행이 무너진 건 실버게이트은행이 지난 8일 자진 청산 결정을 한 지 나흘 만,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이 지난 10일 SVB에 전 지점 폐쇄 명령을 내린 지 이틀 만이다. 닷새 만에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에 본사를 둔 중소 은행 3곳이 영업을 중단한 셈이다.

시그니처은행은 미국 내 뉴욕·코네티컷·캘리포니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 등 지역에서 영업해 온 상업은행이다. 주력 사업 분야는 상업용 부동산과 디지털자산 은행 업무 등이다. 앞서 청산을 선언한 실버게이트은행과 함께 가상통화 거래 주요은행으로 평가받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 은행의 총 자산은 1104억달러(약 144조원), 예치금은 886억달러(약 116조원) 규모다.

정확한 파산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가상통화 테라USD·루나 붕괴, 가상통화거래소 FTX 파산 등으로 타격을 입었고, 최근 실버게이트와 SVB가 잇따라 파산하면서 그 충격파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 은행 이사회의 바니 프랭크는 "지난주 금요일(10일) 마지막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상황이 괜찮았다"며 "SVB 파산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십억달러의 뱅크런을 겪었다"고 말했다.



"돈 찾을래" 줄 선 사람들…"다음은 어디?" 떨고 있는 은행들


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앞에 지난 주말 예금을 인출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로이터=뉴스1
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앞에 지난 주말 예금을 인출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로이터=뉴스1
문제는 은행 3곳 파산에서 끝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예금 전액 보존 약속에도 보다 안전한 대형 은행으로 자산을 옮기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중소은행의 뱅크런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SVB와 함께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VC) 고객들을 주로 관리해 온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대표적이다. 이 은행 앞에는 지난 주말부터 현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총 자산은 2126억달러(악 277조원), 총 예금은 1764억달러(약 230조원)로 SVB와 비슷한 규모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측은 "중앙은행과 JP모건 등으로부터 긴금 자금 700억달러(약 91조원)를 수혈받아 현재 유동성이 충분하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한 투자자는 "정부가 예금을 보호해준다고는 하지만 상당수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 업체들이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문이 열리자마자 안전한 곳으로 돈을 옮기려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밖에 웨스트얼라이언스뱅코프, 팩웨스트뱅코프 등 위험자산이 많거나 뱅크런 조짐이 있는 은행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들 은행은 지난 10일 시스니처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과 함께 주가 폭락으로 주식 거래가 중단된 바 있다.



스타트업 CEO들 "악몽 같았던 주말, 최악은 피했지만"


실리콘밸리은행의 예금인출 중단과 지점 폐쇄 등을 알리는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안내문/ⓒAFP=뉴스1
실리콘밸리은행의 예금인출 중단과 지점 폐쇄 등을 알리는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안내문/ⓒAFP=뉴스1
금융당국이 예금보험기금(DIF)을 통해 SVB와 시그니처은행 고객들의 예금 전액을 인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하면서 스타트업 등 기업 고객들은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실리콘밸리에서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래드AI의 독터 거슨 최고경영자(CEO)는 "직원 급여를 어떻게 지급할 지 고민하느라 이틀이 아닌 2년 같은 주말을 보냈다"며 "당국의 조치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정확히 언제 SVB에 맡겨둔 자금을 모두 찾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장 더 큰 은행의 새 계좌로 돈을 옮기기 전까지는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진단도 있다. 대형 은행들이 스타트업 투자를 기피하는 가운데 자금줄 역할을 했던 중소 은행들이 흔들리면서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풀이다. 한 벤처캐피탈 업체 관계자는 "SVB 파산 이전부터 상당수 스타트업들이 감원 등 경기침체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다"며 "이번 은행 연쇄부도 사태는 스타트업들에게 더 큰 위기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 기자 사진 송지유 기자
  • 기자 사진 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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