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콘크리트로 남북 잇는 ‘평화의 다리’ 짓겠다”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2.08.2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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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슈퍼콘크리트 개발 위해 35년 ‘한우물 연구’ 건설硏 김병석 박사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가 슈퍼콘크리트를 이용해 원내 지은 ‘보도 사장교’를 가르키고 있다. 이 사장교는 국내외 건설업계로부터 슈퍼콘크리트에 대한  기술신뢰를 얻기 위해 시범적으로 지어졌다./사진=이기범 기자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가 슈퍼콘크리트를 이용해 원내 지은 ‘보도 사장교’를 가르키고 있다. 이 사장교는 국내외 건설업계로부터 슈퍼콘크리트에 대한 기술신뢰를 얻기 위해 시범적으로 지어졌다./사진=이기범 기자
“하이퍼루프(진공튜브열차)용 튜브를 쇠가 아닌 슈퍼콘크리트(초고성능콘크리트) 계열 고밀도 콘크리트로 지으면 공사비를 30~50% 가량 절감할 수 있습니다.”

200년 수명의 초고강도·고내구성 슈퍼콘크리트를 개발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슈퍼콘크리트 활용도가 앞으로 무궁무진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박사는 일반 콘크리트 대비 압축강도가 5배, 수명은 4배, 제조비용은 50% 이상 절감시킨 슈퍼콘크리트를 개발했고, 이를 통해 세계 최초 압축강도(180MPa) 초고성능콘크리트 도로 사장교인 ‘춘천대교’(2017년), 철근을 거의 쓰지 않고 슈퍼콘크리트로 얇게 곡면으로 시공한 ‘울릉도 힐링스테이코스모스리조트’(2017년)를 건설하며 화제를 모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2일, 35년간 묵묵히 콘크리트 한 우물 연구를 하며 한국 건설기술 위상을 강화한 김 박사의 공로를 인정,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여했다.
세계 최초 압축강도 180MPa 초고성능콘크리트 도로 사장교인 춘천대교(왼쪽)와 120MPa급 쉘 구조물인 울릉도 힐링스테이 코스모스 리조트. [과기정통부 제공]
세계 최초 압축강도 180MPa 초고성능콘크리트 도로 사장교인 춘천대교(왼쪽)와 120MPa급 쉘 구조물인 울릉도 힐링스테이 코스모스 리조트. [과기정통부 제공]

슈퍼콘크리트는 지난 2007년 연구기관들의 대표 브랜드를 만들겠다며 추진된 ‘톱 브랜드 프로젝트’의 성과물 중 하나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미래를 책임질 ‘간판 과제’를 선정하는 데 33개 기관에서 71개 프로젝트가 선정됐고, 10년간 총 3조7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때 가장 주목을 이끈 과제가 슈퍼콘크리트였다.

“슈퍼콘크리트는 우리 기술로 미국에 건설한 최초의 교량인 ‘호크아이 브릿지’(Hawkeye UHPC Bridge) 등에 적용되는 등 실용화 부문 실적이 많았어요. 그 덕에 건설 R&D(연구·개발) 부문에서 90점 이상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죠.”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사진=이기범 기자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사진=이기범 기자
김 박사는 미국 연방도로청, 아이오와교통국을 찾아 슈퍼콘크리트를 직접 소개하고 기술인증을 받았다고 했다. 이후 2015년 아이오와주 뷰캐넌카운티에 있는 호크아이브릿지가 가장 단단한 강도인 180㎫급 슈퍼콘크리트로 교체됐다.

그가 공들여온 이 과제는 지난해 12월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이 기술로 전 세계 건설시장의 20%를 차지하게 될 거란 전망도 나왔다. 김 박사는 이 기술로 작년 개최된 ‘제1회 국제 초고성능콘크리트혁신상’(UHPC Innovation Awards)에서 빌딩과 인프라 부문 모두 단독 수상하는 쾌거도 올렸다. 슈퍼콘크리트 원천기술은 오는 2022년 완공될 예정인 고덕대교에도 적용됐다. 교량의 교각과 교각 사이 길이가 540m로 세계에서 가장 긴 사장교다.

슈퍼콘크리트 기술 개발엔 우여곡절도 따랐다. “국내외 건설업계로부터 기술신뢰를 얻기 위해선 슈퍼콘크리트로 사장교를 직접 지어 보여줘야 했어요. 그래서 원내 건물 간 보도 사장교를 짓자고 했죠. 그런데 교량용 부재를 만드는데 균열이 생겨 한 때 위기를 맞기도 했죠. 이 문제는 적절한 슈퍼콘크리트 배합을 만들어 해결했고 이후 독일 등 건설 분야에 내로라하는 기술자들이 앞다퉈 보고 갔습니다.”

김 박사는 은퇴 전 반드시 이루고 싶은 꿈이 하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꿈은 슈퍼콘크리트로 남북을 연결하는 평화의 다리를 짓는 겁니다.” 그는 이 꿈을 위해 몇 년 전부터 ‘1㎜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1㎞ 사장교를 지으려면 약 1000억 원 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김 박사는 남북을 연결하는 다리만큼은 정부 예산이 아닌 전 세계 사람들의 기부를 통해 짓고 싶다고 말했다.

“1㎜에 100달러 혹은 10만 원 정도 금액을 기부받는 운동을 기획하고 준비하고 있어요. 평화의 다리 국내외 1mm 운동은 여러 군데서 발표하고, 국내외 많은 사람들이 동참의사를 밝혀주셨죠. 그렇게 모인 기부금으로 이데올로기로 분단된 지구상 마지막 지역 한반도에 전 세계 인류의 평화의 염원을 담은 다리를 건설하자는 겁니다. 재료는 무엇이든 관계 없지만 이왕이면 슈퍼콘크리트였으면 합니다. 슈퍼(SUPER)란 단어에는 지속가능(Sustainable), 초고성능(Ultra-performing), 선도적(Pioneering), 환경친화적(Environment-friendly), 우뚝 솟음(Remarkable)이란 속뜻이 있습니다.”


김 박사는 1982년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토목구조 석사(1984년) 및 토목구조 박사(1992년) 학위를 취득했다. 1984년부터 건설연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구조연구부장, 기획조정실장, SOC성능연구소장, 선임연구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현재는 남북한인프라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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