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기술에 시장성 더해져야 기술창업 성공"

이민하 기자 기사 입력 2019.09.10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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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벤처요람 액셀러레이터-<8>블루포인트파트너스]②이용관 대표 인터뷰…기술창업자 롤모델 된 '공대형'

"많은 창업자들이 기술 연구·개발(R&D)에 몰두한 나머지 시장성을 따져보지 않는 일들이 많습니다. 기술이 이론적으로 완벽해도 실제 사업화가 안되면 결국 투자가치가 생기지 않습니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사진)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기술은 실험실에서 완성되는 게 아니라 결국 시장과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최종적인 형태를 갖추게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딥테크(기저기술)' 액셀러레이터를 표방하는 블루포인트는 2015년 설립돼 5년차에 접어들었다. 이 대표는 "첨단 하이테크 기술이 제대로 된 시장을 만나 사업화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혁신성이 뛰어난 기술을 직접 발굴해 창업자와 함께 시장성을 갖춘 사업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루포인트는 사물인터넷(IoT), 로봇, 소프트웨어, 바이오 분야 등 100개 이상의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1호 투자기업이었던 '아론'이나 '토모큐브' 등은 해당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인정받는 스타트업이 됐다.

대부분의 기술창업이 실패하는 이유를 적절한 시장을 찾지 못해서라고 이 대표는 지적했다. 그는 "사업적인 측면에서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며 "오히려 시장 수요에 맞도록 '적합성'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예비 창업자들한테 가장 많이 하는 조언도 시장성 부분이다.

이 대표는 "3차원(D) 현미경을 개발한 토모큐브도 첫 사업모델은 현미경에 쓰이는 광학필터 개발이었는데, 시장성이 크지 않았다"며 "부품이 아니라 아예 광학현미경 전체를 만드는 바이오·의료장비 회사로 사업 목표를 재설정하도록 도왔다"고 설명했다. 블루포인트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빠짐없이 비슷한 조언을 들었다.

이 대표가 시장성에 집착하는 것은 자신의 창업 경험 때문이다. 카이스트 물리학 박사 출신인 이 대표는 2000년 반도체 장비 핵심기술인 플라즈마 발생장치를 개발, '플라즈마트'를 창업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다. 기술을 사줄 기업들의 수요를 생각하지 못했던 탓이었다. 이후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 엠케이에스(MKS)에 매각되기 전까지 12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 대표는 "사실상 시장성이 전혀 없는 분야의 기술 개발에만 몰두하면서 6년간 어려움을 겪다가 사업 모델을 바꾸자마자 시장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다"며 "왜 안 되는지 좀 더 빨리 알았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털어놨다.

스타트업계에서 '공대형'이라고 불리는 이 대표는 기술 창업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주변에서 시작해보라'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지금 속해 있는 학교, 연구실, 커뮤니티에서 사소한 거라도 문제를 찾아보고, 개선할 아이디어를 여러 사람한테 들려주면서 답변을 받아봤으면 한다"며 "기본적인 스타트업 창업 방식이나 사업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기자 사진 이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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