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이어 오아시스마저...IPO 시장 한파 못넘고 "상장 철회"

정인지 기자, 임찬영 기자 기사 입력 2023.02.1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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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본사 전경/오아시스
오아시스 본사 전경/오아시스
e커머스 업체 '오아시스'가 결국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컬리에 이어 올해 두번째 e커머스 상장 철회다. 오아시스는 e커머스 중 유일한 흑자 기업으로 상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됐지만 수요예측이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몰리며 후퇴를 선택했다. 오아시스는 그동안 "상장 이후 성장"을 강조해왔지만 공모가를 낮춰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이후 주가 부양이 녹록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아시스는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시장 여건 등을 감안해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13일 공시했다. 외형적 성장을 갖춘 뒤 상장을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상장 철회의 직접적 배경은 수요 부진이다. 오아시스는 지난 7~8일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공모가 3만500원~3만9500원에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수요예측 결과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주문은 희망 공모가를 크게 밑도는 수준에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아시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최근 대내외 경제 악화로 인해 위축돼 투자심리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업계 유일의 흑자 기업으로 지속 성장을 위한 재원을 이미 갖춘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오아시스는 그동안 IPO 시장 침체에도 "대규모 자금을 수혈해야 하는 회사가 아니"라며 상장 의지를 강조해 온 만큼 공모가를 낮추더라도 상장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존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셌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업가치를 7500억원으로 산정하고 투자한 유니슨캐피탈코리아가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슨캐피탈코리아는 2021년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3대 주주 지위에 올랐고 이후 기존 주주로부터 주식을 매수해 현재 총 10.4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2021년 1월, 각각 50억원)과 홈앤쇼핑(2022년 2월, 100억원), 이랜드(2022년 6월, 330억원) 등은 오아시스 기업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평가해 투자했다. 오아시스는 최소 2만5000원의 공모가를 받아야 시가총액이 8000억원 수준이 되지만 수요예측 결과는 이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강행하더라도 시장이 얼어붙어 주가가 오를 것이란 확신이 없었을 것"이라며 "최근에는 상장 후 주주보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라 공모가를 투자자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올리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아시스는 상장 철회 후에도 기업 공개 과정에서 밝혔던 사업계획은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오아시스는 조달 자금으로 물류센터 등 시설 투자에 725억원, M&A(인수·합병)에 369억원 사용할 예정이었다. 오아시스는 현재 회원 수 약 130만명을 연내 서울·경기권을 중심으로 300만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이사는 "물류테크를 기반으로 양질의 유기농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함으로써 유기농 식품의 대중화를 이끄는 e커머스 선도기업으로 더욱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e커머스 업체들이 줄줄이 상장에 실패하면서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들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1번가는 연내 상장을 준비 중이었다. 11번가 측은 " 현재 결정된 사항은 없으며, 시장상황을 고려해 상장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기자 사진 정인지 기자
  • 기자 사진 임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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