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디지털헬스]정신상담 두렵다면…디지털 치유솔루션 해볼까

박미리 기자 기사 입력 2022.11.0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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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문우리 포티파이 대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과 전문의 출신, 2020년 설립
3분간 설문 후 5개 캐릭터 분류, 맞춤 솔루션 제공
'쿠팡'처럼 일상 녹아드는 게 목표

[편집자주] 디지털 전환이 사회 화두가 된지 5년이 지났다.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혁신이 요구되는 흐름이다. 제약·바이오, 의료 등 헬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건강, 생명과 직결되는 업의 특성상 더뎠을 뿐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30% 고성장이 점쳐진다. 전 세계 수많은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ICT 강국이다. 제약·바이오 후발주자 입장으로선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국내 디지털 헬스 대표주자들을 만나 이들이 만들어갈 변화를 미리 살펴본다.
# 9년차 직장인 문포티(가명)씨는 어느 순간부터 종종 이유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는 감정이었지만, 왜 그런지 이유는 궁금했다. '상담센터나 병원에 가보는게 좋을까' 고민하던 중 심리 전문가들이 만들었다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내 마음이 힘든 이유를 파악해 내게 맞는 치유 솔루션을 준다는 서비스다. 짧은 문답을 마친 그에게 메시지가 날아왔다. "당신은 엄격이 입니다. 이제 엄격이 특성을 이해하고 답을 찾아가봅시다."



"헬스케어 주도권, 의사→환자돼야"


포티파이가 2020년 출시한 개인 맞춤형 디지털 마인드케어 서비스 '마인들링'에 대한 설명이다. 포티파이는 서울의대 졸업, 존스홉킨스 공중보건학 석사 및 MBA, 맥킨지 컨설턴트,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과 전문의 등을 거친 문우리 대표가 2020년 설립한 회사다. 문 대표는 "병원에 있을 때 헬스케어 시장이 이용자가 아닌 제공자(의사) 중심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환자 개개인이 주도권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했고, 마음 돌보기가 주효한 방법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한 환경은 충분하지 않았다. 문 대표는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스스로 해결하려고 보니 비전문적인 정보가 너무 많아 방법을 못찾겠다고 하더라"며 "병원에 가도 환자 개인 당 면담시간이 10분 정도로 솔루션을 세밀하게 받기엔 부족하다. 내게 맞는 솔루션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서비스 원리는 심플하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지향하는 만큼 설문으로 이용자의 현 상태를 파악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한다.

이용자는 약 3분간 35개 문항에 답한 뒤 결과지를 받는다. 포티파이가 분류한 5가지 캐릭터(버럭이·물렁이·엄격이· 콩콩이·고독이) 중 이용자는 어디에 속하는지, 이 5가지 항목별 이용자의 고통 수준(건강·보통·주의·심각)은 어떠한지가 담긴 결과지다. 예컨대 엄격이 항목이 주의, 심각으로 나온 이용자는 엄격이로 분류되는 식이다. "사람마다 세상을 보는 틀이 있어요. 이걸 심리도식이라고 하는데요. 타고난 성향, 어렸을 때 중요한 경험이 어우려져 형성되죠. 사람들은 계속 비슷한 패턴의 심리적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심리도식을 활용해 바꿔나갈 수 있어요. 저희가 만든 5가지 캐릭터도 심리도식 이론을 기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준의 타당성도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문 대표는 "최근 250명 임상을 의뢰해 신뢰도 검사를 했다"며 "신뢰도 기준이 0.7인데 마인들링은 0.8로 기준을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현 상태가 파악되면 다음 단계는 솔루션이다. 크게 스킬을 알려주는 스타터, 위로를 전달하는 마스터 단계로 구분된다. 이 역시 인지행동치료, 정신역동이론, 수용전념치료 등 심리학 이론에 기반을 뒀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솔루션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포장지에 적잖은 신경을 썼다. 문 대표를 비롯해 포티파이에 상주하는 정신과 의사 3명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머리를 싸매고 문장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놨을 정도다. 덕분인지 아직 서비스에 대한 반응은 좋다고 한다. 유료 서비스임에도 회원만 수 천명이다.(과거 솔루션 단품 판매에서 최근 구독제로 전환) 이는 서비스 효과와 연관있다는 게 문 대표 판단이다. 그는 "내부 데이터로는 이용자들이 프로그램을 5~6주간 진행한 뒤 우울감, 불안감을 30~40% 정도 줄였다는 결과를 얻었다"며 "이를 공식적인 결과로 보이기 위해 최근 효과성 임상시험도 모집 중"이라고 했다.



작년 삼성전자 C랩 선정…'하드웨어' 접목도 연구


서비스는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개인고객에서 기업고객으로 서비스 제공 대상을 넓힌다. 포티파이는 지난해 10월부터 기업고객 서비스를 시작했다. 문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시행되면서 임직원 스트레스를 관리하려는 기업 쪽 수요가 많이 늘어났다"며 "임직원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조직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효율적인 솔루션 제공을 위해 설문조사도 기업고객에 맞게 따로 개발했다. 문 대표는 "개개인의 성격 특성 뿐만 아니라 회복 탄력성, 적응력, 심리적 강점과 단점, 우리 직장의 노동 환경의 자율성 정도, 번아웃 평가 등을 고루 감안해 검사를 개발했다"며 "심리적 자원이 취약한 부분은 마인들링을 하면서 강화하고 이를 뛰어넘는 부분은 전문가와 연계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고 전했다.

현 서비스에 하드웨어를 접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작년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에 선정되면서 인연을 맺은 삼성전자 지원을 받아 구상한 것이다. "손가락이나 얼굴 혈류로도 정신건강 상태를 측정할 수 있어요. 예컨대 스마트폰 화면으로 영상을 보여주거나, 화면을 켜놓은 채 명상을 하도록 하고 그 사이 카메라로 얼굴을 찍을 수 있잖아요. 스마트폰으로 손가락 혈류를 따로 측정할 수도 있고요.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받아 이런 바이오 시그널로 정신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동시에, 질문을 던져서 정신건강 상태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에요. 사람한테 조금 덜 번거로운 방법으로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게 좋잖아요."

그렇다면 마인들링의 최종 꿈은 무엇일까. 문 대표는 마인들링이 쿠팡처럼 일상에 녹아들길 바란다고 했다. "병원에 가기 전에 일상에서 정신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요새 힘들어, 스트레스 받아할때 '마인들링 했어?' 할 정도로 생활 속에 녹아들면 좋겠다는 목표를 세워뒀습니다. 우리가 물건살 때 '쿠팡해'라는 말을 하듯이요."

  • 기자 사진 박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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