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카카오 김범수의 초심

임상연 미래산업부장 기사 입력 2022.10.2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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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창업자)과 이해진 네이버 GIO 등 증인들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소관 감사대상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10.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창업자)과 이해진 네이버 GIO 등 증인들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소관 감사대상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10.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2011년 10월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을 시작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카카오톡을 선보인 지 20개월이 채 안 됐을 시점이다. 당시 카카오톡은 가입자 2500만명을 넘어서며 일찌감치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했다.

김범수 센터장에게 카카오톡은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닌 새로운 길이었다. 삼성SDS에서 PC통신 '유니텔'을 만들고, 잘나가던 회사를 나와 '한게임'을 세우고, 네이버와 합병 후 NHN 공동대표에 오르는 등 남들보다 한발 앞선 시도로 승승장구하던 김 의장은 2007년 8월 대표직을 던지고 홀연히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떠났다. 성공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에 휩싸였을 때다. 김 센터장은 "돈 많이 버는 게 성공이라 정의해버리고 달려온 것 같았다"고 했다.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만 길을 잃어버린 그에겐 쉼이 필요했다. 그렇게 2년여를 자신과 자신이 잃어버린 그 무엇을 찾는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김 센터장이 오랜 시간 내면을 들여다보며 찾은 가치는 '더 나은 세상'이었다. '젊은이들 누구나 꿈을 펼치고, 다 같이 먹고살 수 있는'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 카카오톡은 그렇게 시작됐다. 당시 그는 카카오톡을 통해 만들고 싶은 세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동안 규모의 경제에서는 재벌이든, 언론이든, 포털이든 독점하고 줄 세우는 것이 꿈의 경지였잖아요. 그런데 새로운 실험이 성공한 거예요. 애플이 만든 생태계에서 35만개 앱이 활동하고 있어요. 다 같이 먹고사는 구조가 가능해진 것이죠. 카카오톡도 수혜를 입었고요. 제가 진짜 하고 싶은 건 젊은 친구들이 활개 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주는 거예요."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수수료 횡포 등 카카오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11년 전 김 센터장의 이 말이다. 과연 카카오는 김 센터장이 만들고자 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카카오가 국민 편익을 높이고 IT(정보기술)·창업생태계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지금도 많은 젊은이가 '제2의 카카오'를 꿈꾸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 중에는 카카오에 회사를 매각하고 카카오에 합류하는 것을 목표로 창업에 나선 경우도 많다. 카카오의 M&A(인수·합병)에서 '적대적'이란 수식어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하지만 이번 카카오 먹통사태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플랫폼이라고 하기엔 부실한 카카오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줬다. 국민 10명 중 9명이 이용하는 메신저를 운영하면서도 이중화 시스템과 위기대응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국민의 일상을 멈춰세웠다. 성장에만 급급해 빅테크(대형 IT기업)의 기본이자 책무를 등한시한 것이다.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한 남궁훈 대표는 "매출이나 영업이익 중심으로 모든 사고(思考)가 돌아갔다"며 뒤늦은 반성을 했다. 더욱이 "무급이라 장애 대응을 안 한다"거나 "누가 카카오 쓰래? 일상을 올인한 게 문제"라는 등 사태수습 와중에서 터져나온 카카오 일부 직원의 발언은 조직문화마저 성과지상주의에 매몰된 것 아닌지 의심케 했다.

카카오의 경영이나 조직문화 모두 김 센터장의 초심과 엇나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사과하고 보상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김 센터장 스스로 초심을 되새기고 조직 내부를 들여다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공화국, 독과점, 문어발 등 부정적인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를 성찰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직접 나서서 환부를 도려내는 일도 마다하면 안 된다. '카카오는 돈만 좇는 그저 그런 기업'으로 국민들 머릿속에 각인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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