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출신 30대 여성농부의 반란…"스마트팜 어렵지 않아요"

김제(전북)=정혁수 기자 기사 입력 2022.10.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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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청년농부 류희경 대표가 지난 18일 전북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내에 위치한 자신의 임대농장에서 유럽형 상추를 배경으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정혁수
30대 청년농부 류희경 대표가 지난 18일 전북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내에 위치한 자신의 임대농장에서 유럽형 상추를 배경으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정혁수
"지금 생각해 보니 스마트팜(Smart Farm) 청년창업보육센터에 지원하기 전까지는 농업에 대해 막연한 그림만 그렸던 것 같아요. 실제 20개월간 진행되는 창업보육센터 이론교육과 현장실습을 통해 스마트팜(Smart Farm)에 대한 이해도를 많이 높일 수 있었어요. 스마트팜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임대형 스마트팜 입주 기회가 주어져 창업의 꿈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됐죠."(청년농부 류희경씨·36)

류씨는 농업현장 경력으로만 보면 '초보'에 불과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무장한 '혁신 농부'로도 유명하다. 그는 '누구나 재배할 수 있다(Anyone can grow)'는 생각에 친구들과 지난 4월 AI(인공지능)에 기반한 농작물 자동 생산기술 프로그램 개발 회사인 'Croft'를 설립했고, 두 달 뒤인 6월에는 현장중심의 유럽형 샐러드 상추 생산 영농법인 '(유)그린바이트'를 각각 출범시켰다.

'Croft'사는 AI 및 딥러닝(Deep-Learning), 로봇공학, 풀스텍(Full-stack) 프로그래머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AI전문기업이다. '그린바이트'는 직접 상추 샐러드를 재배하는 법인으로 생산 데이터와 환경요인 등을 수집해 AI프로그램 개발에 활용하고, 다시 이를 토대로 고품질 상추를 재배하고 있다.

어릴 적 사업가인 아버지를 따라 해외에서 고교과정을 마친 류씨는 서울대 조경학과에 입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평소 환경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졸업후 개발도상국의 녹색성장 전략을 지원하는 글로벌녹색성장기구(Global Green Growth Institute·GGGI)에서 일했다. 또 한국수출입은행에서 근무하며 개도국 성장과 관련된 업무를 지원하기도 했다.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된건 2017년 무렵이다. 당시 류씨는 친구와 함께 호랑이·표범 등 야생동물을 보호 목적의 비정부기구(NGO)를 만들어 중국에서 일했다. 그는 "서식지 주변에 사는 농민들이 환경을 보호하고 농약과 비료의 무분별한 사용을 줄이는 게 야생동물의 생존과 직결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이때 농업을 제대로 배워봐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2018년 귀국해 귀농귀촌 교육을 받다 스마트팜을 알게 됐고 이를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전북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3기 청년창업보육교육과정에 지원해 2년 과정을 마친 뒤 올해 창농을 하게 됐다. 교육생 신분이던 지난 해에는 네덜란드에서 열린 'AI 자율온실경진대회'에서 예선 1위를 차지하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류희경 대표는 "스마트팜 시스템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은 농부가 설정값을 조작·입력해야 해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시스템을 100% 활용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스마트팜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농업인들이 보다 편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꼭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청년농부들의 도전을 응원하고, 농업생산의 디지털 대전환을 지원하는 정부의 혁신성장 강화 방안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일부에 국한돼 있는 스마트농업을 전 품목에 걸쳐 확산함으로써 기후변화, 노동력 부족, 생태계 파괴, 인구 변화 및 소비자 기호 대응 등 농업 현안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류희경 대표와 팀 동료들이 지난 18일 전북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내 임대농장에서 직접 재배하고 있는 유럽형 상추를 보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정혁수
류희경 대표와 팀 동료들이 지난 18일 전북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내 임대농장에서 직접 재배하고 있는 유럽형 상추를 보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정혁수

류희경 대표가 지난 18일  전북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내에 위치한 자신의 농장 사무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정혁수
류희경 대표가 지난 18일 전북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내에 위치한 자신의 농장 사무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정혁수
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의 '스마트농업 확산을 통한 농업혁신 방안'은 △농업인·기업 등 민간의 역량 강화 △품목별 도입 확산 지원 △연구개발(R&D)·데이터 성장기반 강화 등 3가지 축으로 추진되고 있다.

우선 농업인을 대상으로 맞춤형 모듈식 기술교육 과정을 제공하고, 기업이 농업인과 함께 기술시연과 실증을 해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2022년 23개→2023년 46개)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전문기업 중심으로 연구개발 등 정책사업 지원체계를 개편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노지스마트·임대팜 사업 등의 기획·집행을 시공사 중심에서, 스마트농업 전문기업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산업인력 육성을 위해 특수대학원(2023년까지 80명 규모) 등 대학교육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스마트농업기술 새싹기업(스타트업)에는 벤처창업 활성화사업 지원기회도 우선 부여키로 했다. 또 오는 2024년까지 스마트농업관리사 자격증을 도입한다.
[보령=뉴시스] 강종민 기자 =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0일 충남 보령시 정라면 스마트팜 오이 농장 '그린몬스터즈'을 찾아 미니 오이 생산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제공) 2022.07.20. *재판매 및 DB 금지
[보령=뉴시스] 강종민 기자 =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0일 충남 보령시 정라면 스마트팜 오이 농장 '그린몬스터즈'을 찾아 미니 오이 생산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제공) 2022.07.20. *재판매 및 DB 금지
아울러 오는 2027년까지 주요 곡물재배의 자동화를 목표로 무인·자동화 시범단지를 조성하고, 자율주행 농기계와 농업용 드론·로봇 등의 상용화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핵심기술에 대한 선진국과의 격차 해소를 위해 △AI(인공지능) 예측 △AI 온실관리 △온실용 로봇 △축산 사물인터넷(loT) △AI 축사관리 △가변관수·관비기술(VRT) △자율주행 △노지 수확로봇 등 8대 핵심기술의 개발과 상용화도 추진키로 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스마트 농업이 기후변화 등을 해결하는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농업인이 스마트농업을 활용하고, 기술력을 갖춘 우리 기업이 스마트농업 장비·서비스를 제대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 농업인·기업 등이 중심이 돼 스마트농업을 확산시키고 우리 농업을 혁신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기자 사진 김제(전북)=정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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